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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위기가 바로 기회다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단비가 오랜 가뭄을 떨치고 지나가니 숲에는 다시 세찬 바람이 불고 있다. 낙엽은 바람을 타고 철새처럼 먼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산벚나무는 벌써 빈 몸으로 청정법신을 드러내고 있다.

모처럼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더니 도심 거리에도 그윽하게 가을이 내려앉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길을 가리켜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업을 하는 거사님 댁에 들렸더니 요즈음 참으로 힘든 시간이라고 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세상에서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고 했더니 오전에는 업무를 챙기고 오후에는 공장 뒷산에 올라가서 화두를 챙기는데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좌선을 하다보면 화두가 순일하지 못하고 금방 고요한 경계에 떨어져서 혼침에 들어가는데 요즈음은 오래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침을 맞는단다. 그 동안 복 짓기를 좋아해서 바쁘게 다녔는데 큰 일이 닥치니 힘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지혜를 함께 닦아야 한다고 하면서 지금 ‘아야아야’하고 아픈 줄 아는 것을 즉해서 화두를 챙기되 마음 밖에서 구하면 안 되며 앉아 있으면 쉽게 혼침에 떨어지니 이제는 산에 가더라도 금방 내려오고 순간순간 닥쳐오는 경계 속에서 동중공부를 챙기라고 했더니 크게 수긍을 하고 정진을 다짐하는 모습이 선해 보였다.

한편 보살님은 지금의 위기 앞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아무리 현실이 고통스럽고 어려워도 웃어야 한다는 생각과 웃음 보시를 하려고 나무로 조각된 웃음보따리 포대화상을 앞에다 놓고 매일 웃는다고 했다. 다만 한 호흡이 끝날 때까지 웃으면 일념이 이루어지고 입 꼬리와 눈 꼬리가 숨골에서 만나서 온 몸에 웃음이 가득해 진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음의 본을 떠야 하지만 나중에는 저절로 웃음이 나와야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웃으면 일념이 이루어지고 편안해지겠지만 이것은 망상이나 괴로움이 오면 웃음을 통해서 피하려고 하는 것과 같아서 마치 돌로 풀을 누르는 격이니 이제 부터는 웃음을 통해서 웃을 줄 아는 주인공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경계를 회광반조하는 웃음을 해주라고 했더니 크게 미소를 짓는 모습이 귀에 걸릴 것만 같다.

차를 타러 버스 터미널을 물으니 큰 농기계 공구상을 하는 처사님이 과일을 내놓으며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서 손을 붙잡는다.
팔십이 내일 모레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때가 없었다고 하면서 얼마 전에 거래처에서 빚을 갚으라고 해서 가봤더니 사장이 바뀌었는데 알고 보니 젊었을 때 자기 가게에 왔을 때 마다 고생한다고 격려하면서 밥을 주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년 말까지 연기를 해줘서 무사히 위기를 벗어낫다고 했다. 지금까지 크고 좋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보시를 하고 살아온 것 같다고 회고 하면서 평소에 덕을 쌓으니 보람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도 할일이 젊은 사람처럼 태산 같다고 하면서 위기는 새로운 기회이니 사람들이 좌절하지 말고 잘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 모습이 너무 해맑아 보였다. 모처럼 선지식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만선의 뱃길처럼 넉넉하기만 했다.

동안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생사대사의 위기를 타파하는 용맹정진의 동안거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불안을 해소해 주어야 할 것이다. 뱃머리에는 하루해가 홍시처럼 걸려 있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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