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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쓰는 근현대 불교사]56.통일 염원하는 남북 불교 교류

기자명 법보신문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불교 교류 급물살

95년 中 북경서 첫 공동 봉축 발원문 발표
2005년 금강산 신계사 복원으로 신뢰 구축

 

 
묘향산 보현사에서 개최된 남북한 불교도합동법회 기념사진.

우리가 북한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북한은 이미 6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어 온 유엔에 가입한 실존 국가이다.

북한이 1950년 도발한 6·25전쟁으로 100만 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학살되었으며 지금도 북한에는 우리의 부모와 형제·자매가 이산가족으로 살고 있다. 이같이 처참한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며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평화통일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남한과 북한은 이념과 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인 독제체제이고,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의 효용과 역할을 크게 기대할 수가 없다. 유물론에 의하면 정신마저도 고도로 발달된 물질의 산물이라고 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종교는 민중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어 신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 되어왔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1960년대 김일성이 주창한 주체사상이 형성되면서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오게 된다. 주체사상은 인간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며 개척자라고 하는 인간중심의 세계관이다. 주체사상의 완성 이후 이 사상은 북한의 모든 역사서술에 기본 방향이 되었고 각종 문헌에 텍스트처럼 인용되고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의 인간 중심 세계관과 불교가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남북불교 교류에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었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 변화의 배경은 1980년대 들어서 탈냉전체제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소련의 고르바초프는 개혁·개방정책을 표방하고 탈사회주의를 선언하였다. 중국의 덩샤오핑도 개방정책을 가속화하여 시장경제에 대폭 변화를 추구하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났다. 당시 노태우 정권의 대북정책도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노태우 정권의 대북정책은 남북한 대화 추진과 상호 신뢰회복에 중점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런 까닭에 1991년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이 실현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980년대부터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배경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라는 국제적인 행사의 개최가 크게 작용하였다.

불교계의 남북교류는 1988년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민족화합공동올림픽추진불교본부에서 조선불교도연맹(약칭 :조불련)에 공동법회 개최를 제안함으로써 종단 차원의 대화 채널이 가동되었다. 이 제안은 성사되지 못하였지만 서로간의 불신의 벽을 허물고 불교계의 동질성을 확인하려는 제안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000년 6월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6·15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됨으로써 불교계의 남북 교류는 활기를 띠게 된다. 공동선언문 제4조는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하여 종교인의 북한 방문이 성사될 수 있었고, 북한 불교계의 모습이 남한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의 사찰 수는 31본사에 1,200여 개였다. 이 가운데 북한에는 9개 본사에 403여 개의 사찰이 있었으며. 1,600여 명의 승려, 38만 명의 신도가 있었다고 파악된다. 그런데 현재 북한에는 67개의 사찰과 300여명의 스님 그리고 1만여 명의 불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국보 50점, 보물 53점, 사적 73개소, 명승지 19개소, 천연기념물 467점 등 총 712점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민족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종교인들의 행렬. 사진제공=민족사

이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국보 19점, 보물 28점, 사적 3점 등 총 50점이라고 한다. 해방 직후에 비해서 사찰의 수와 교세가 줄어든 것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북한 불교계도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석문의범』에 따라 불교의식을 행한다고 한다. 이것은 남한과 같은 형식의 불교라는 것을 뜻한다.

북한에서 불교를 관장하는 최고기구는 조불련이며, 제3국과의 종교교류와 협력사업 추진, 승려교육 및 사찰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조불련의 조직체계는 중앙위원회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서기국에서 담당업무를 조정하여 시행하게 되어있다. 또 교육기관인 불학원과 법계자격고시위원회가 있다. 서기국의 산하에 조직부, 포교부, 교육부, 국제부, 경리부가 별도 부서로 나뉘어져 있다.

북한은 1986년 6월 『팔만대장경』을 초역하여 출간하였으며, 같은 해 12월 네팔에서 열린 세계불교도우의회(WFB) 제15차 총회에서 북한은 정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뿐만 아니라 1987년 7월 묘향산 보현사에서 ‘국제불교도평화행진’이라는 국제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1990년 8월 조국평화통일기원대법회를 단독으로 개최하였다. 1991년 10월 미국 LA에서 처음으로 남한 불교계와 합동법회를 가졌다. 1995년 5월 북경에서 남북불교회의를 개최하여 봉축 공동발원문을 발표하였다. 2001년부터는 금강산 신계사와 영통사 복원사업을 공동으로 시행하여 2005년 신계사에서 남북불교도합동법회를 처음으로 봉행했다. 같은 해 6월 묘향산 보현사 대웅전에서 남북불자들이 ‘평화통일 기원법회’를 열었다.

북한 불교계의 상황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종교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은 어디에서 배출될까. 북한은 1989년 김일성종합대학교 사회과학대 역사학부에 종교학과를 신설하고 5년제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20명을 선발하고 있으며, 현재는 1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전공과목은 불교, 개신교, 이슬람교, 천도교, 천주교 등 5개 과목이 있고, 희망에 따라 전공을 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정부기관 또는 각 종교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에서 종교의 역할이 아직도 정치권의 선전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근래에 북한의 불교문화 유적지와 불교의식 그리고 팔만대장경 번역사업 등을 소개하는 북한불교답사기, 북한의 사찰과 불교문화재, 북한불교연구 등 북한 불교를 소개하는 책과 글들이 출간되어 북한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불교계가 북한과 교류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것은 북한의 동포들이 우리의 형제·자매라는 의식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성급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북한에서 흉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나 또는 인재로 인한 재난을 당하였을 때 구호 물품과 의료장비 등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조금 풍요롭다고 해서 그들을 함부로 대하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할 때 우리의 법계나 계율·교리 등을 일방적으로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그들 나름의 주의와 체계가 있다. 북한의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원칙과 맞거나 틀리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다음으로 통일이 된 다음에 어떻게 불교를 부흥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부터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한다든가, 왜곡된 교리 체계 속에서 오랜 세월을 지낸 북한의 불교도들에게 포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포교를 담당할 포교사에게는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인가.

지금부터 독일과 동구권에서 체제를 전환한 나라들의 사례를 조사하고 현장에서 일어난 문제점들을 파악해,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계획을 수립하는데 돈을 아껴서는 안된다. 계획 단계에서 쓰는 비용은 실제 사업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계획을 잘 세우려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의 장이 필요할 것이며,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은 특정 교단에서 하기 보다는 범종단적 차원에서 불교계 전체의 총의를 모아야 하고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상설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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