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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40. 카필라성에서 걸식하신 부처님

기자명 법보신문

걸식은 탐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수행자의 상징

떳떳한 행동을 하라
나쁜 행동을 하지 말라
진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편히 잠든다
 - 『법구경』

 

거해 스님 편역 『법구경』에 의하면, 168번과 169번 게송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부왕이신 숫도다나왕에 얽힌 이야기다. 부처님은 부왕의 요청에 의하여 고향인 카필라성을 방문하여 석가족에게 법을 설하셨다. 숫도다나왕은 부처님께서 당연히 왕궁에 오셔서 공양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부처님은 왕궁으로 오시지 않고 거리에서 걸식을 하시기 시작하였다. 걸식 소식에 놀란 부왕이 부처님께 나아가서 석가왕족이 거리에서 걸식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일이며 부왕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불쾌해 하셨다. 이에 부처님은 너무나 당당하게 걸식은 삼세 모든 부처님의 공양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왔고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씀하면서 두 게송을 설하셨다고 한다.

한 끼 음식조차 소유하지 않는 삶

부처님께서는 “출가 수행자의 올바른 생활방법은 사의법에 의하는 것”이라고 가르치셨다. 사의법(四依法)이란 수행자가 몸에 두르는 옷은 걸레와 같은 분소의로 하고, 음식은 거리에서 얻는 걸식으로 하며, 거처하는 곳은 나무아래에 머무르고, 몸이 아플 때에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에 의존해서 생활하라는 것이다.

위의 게송에서 ‘떳떳한 행동’은 바로 이 걸식에 의한 수행자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걸식은 바로 한 때의 끼니조차도 소유하거나 쌓아두지 않는, 철저한 무소유(無所有)의 삶을 표방하고 있다. 출가 사문의 떳떳한 행동은 모든 소유로부터 벗어나서 일체의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다섯 가지의 욕망(五欲樂) 중에 식욕(食欲)은 우리의 생명에 직결된 욕망이다. 또한 이 식욕을 통제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부왕이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아들을 기다리는 고향 카필라성에서 부왕의 마음을 거스르면서까지 거리에 나아가 밥을 빌어 잡수신 부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헤아려야 한다. 그리고 부처님의 그 가르침은 새삼 우리의 가슴을 여미게 한다.

부처님께서는 그 어떠한 유혹에도, 심지어 생명의 근원에 직결된 문제에 있어서조차 모든 욕망과 소유로부터 벗어나 있으라는 철저한 수행자의 모습을 몸소 보이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부처님은 참으로 자신을 잘 가다듬어서 고요한 모습 속에 강렬한 결단을 보이신 분이다. 그리고 그 삶의 모습은 경전에 기록되어 오늘에 전하고 있다.

부처님의 이러한 모습은 인위적으로 일부러 만들어서 나타난 모습이 아니다. ‘진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셨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불교는 법(法)을 생명처럼 지키는 종교이다. 이 법이 바로 진리이며 출가 수행자에게 걸식(乞食)은 곧 참으로 떳떳한 행동이며 진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사람들은 소유하고 쌓아두는 것으로 법을 삼는다. 쌓아두기 위하여 남과 다투며 소유하기 위하여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법일 수도 없거니와 진리로부터는 더더욱 멀어지는 삶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유가 도를 넘으면 탐욕이 되고 죄악이 된다. 부처님은 걸식으로서 모든 소유와 탐욕으로부터 벗어나는 대자유를 몸소 실천해 보이신 것이다.

요즈음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 우리들의 삶은 매우 불안하다. 소유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소유에 대한 상실감으로 많은 사람이 괴로워하고 있다. 형체도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의 삶에 접근해오고 있는 빈곤의 검은 그림자를 모두가 느끼고 있다.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이 빈곤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다행히 경제가 회복되어서 이 시대의 총체적인 상실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유에 대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다시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제 위기는 새로운 삶의 기회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물질의 충만을 추구하는 것은 모두의 헛된 희망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부처님 삶의 방식을 따라 소유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수행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모두가 부처님처럼 걸식으로 일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넘치게 먹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자. 물질의 노예가 되어 소비의 극대화로 치닫던 생활에서 벗어나서, 검소하게 먹으면서 음식에 대해서 생각하고 먹고 사는 것에 대해 진리로서 살피도록 노력해 보자. 먹고 사는 일상생활이 진리에 가까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탐욕의 궤도를 벗어나서 무소유의 초입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소유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적게 소유하려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속에 나만의 삶을 생각하던 것을 남의 삶도 함께 엮어가는 여유를 함께 길러 가자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걱정이 없을 때에는 도리어 진리에 눈뜨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요즈음처럼 삶이 힘들어 질 때야 말로 가슴을 활짝 열고 삶의 진실한 뜻을 찾아서 길 떠날 때이다. 어느 작가의 마지막 유언처럼 ‘죽어서 버리고 갈 것’을 넘치게 쌓고 모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부처님의 걸식이 전하는 최소한의 삶을 배워서 소유의 탐욕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진리에 따라 행동하는 삶을 배우도록 노력하자. 그리하여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편히 잠드는 일생을 가꾸어가도록 자신에게 진지하게 타일러 보자.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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