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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41. 게으르지 않는 것

기자명 법보신문

게으름은 온갖 번뇌 망상의 온상

이전에는 게을렀더라도
지금 게으르지 않다면
그는 이 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 『법구경』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모습과 제자들에게 유언으로 남기신 가르침을 모아 놓은 경전이 『대반열반경』이다. 본 경전에서 열반에 임하신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간절히 당부하신 말씀이 게송으로 전해져 온다.

나는 이 쇠약하고 늙은 몸을 이제 버리려 한다. 이미 목숨을 버렸어야 함에도 수명을 늘려 석 달을 더 머무르리라. 교화하고 제도해야 할 일을 모두 다 이미 마쳤으므로 나는 곧 머지않아 완전한 열반에 들어 갈 것이다.

내가 말한 모든 법이 곧 너희들의 스승이니 공경하여 받들고 지니며 너희들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내가 살아 있을 때와 다름이 없게 하라. 나고 죽음은 매우 위태롭고 몸과 목숨은 모두 무상하니 항상 해탈을 구하여 게으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라.

바르게 생각하고 청정하게 관하며 금지한 계율을 잘 보호하고 지키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르게 사유하여 바깥 경계로 치닫는 감정을 잘 거두라. 만약 능히 이와 같이 하면 이것이 곧 정법(正法)을 보호하는 것이니 스스로 해탈을 얻고 또한 모든 천상과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 (대정장1권 193상)

또한 『장아함경』 중 『유행경』에도 비슷한 의미의 게송이 보인다.

나는 이제 자유로워서 아늑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리라 대중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이 뜻을 말하노라. 나는 이미 늙은 나이라 남은 목숨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쳤고 이제 마땅히 목숨을 버리리라.

“방일하지 말라” 마지막 당부

생각에 방일(放逸)이 없고 비구의 계율은 갖추어졌다. 스스로 뜻을 거두어 잡아 그 마음을 지키어 보호하라. 만일 내가 가르친 법에 있어서 방일하지 않는 사람은 능히 괴로움의 근본을 끊어 나고 늙고 죽는 것을 뛰어나리라.
 (대정장1권 16하-17상)
위의 두 인용문은 열반에 가까이 이르신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깨우치시는 간절한 마음이 배어나고 있는 게송이다. 그리고 핵심이 되는 내용은 스승이 떠나고 없더라도 생전의 가르침을 살아 있는 스승과 같이 받들어 지니면서 게으르지 않는다면 스승이 살아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의 말씀이다. 게으름이란 한문경전에서 방일(放逸)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곧 중생이 자신의 어리석은 업(業)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타성에 젖어서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이 어리석은 타성으로부터 떨치고 일어나서 매순간 ‘진리에 눈뜨는’ 발심(發心)의 경지에 다가설 것을 간곡히 당부하셨던 것이다. 모든 것이 무상하고 헛되다는 것을 꿰뚫어 본 다음에는 오직 무상하지 않는 하나의 실상(實相)이 있으니, 그것은 해탈 열반을 향하여 게으르지 않고 정진 하는 각자의 참 모습이 있을 뿐이라는 가르침이다.

이번 『법구경』의 핵심용어는 ‘게으르지 않는 것’, 곧 ‘방일하지 않는 것’이다. 진리를 향하여 매진하지 않는 우리의 게으름은 곧 바로 온갖 어리석음과 번뇌 망상이 싹트는 온상이 되어 있다. 이 세상 모두는 탐진치(貪瞋癡) 3독의 독기(毒氣)에 젖어서 산다. 그 독기를 떨쳐버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타성에 젖어서 혼탁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구름에서 벗어난 달처럼 세상을 비추기 위하여 출가한 수행자들도 도리어 타성에 젖어서 시간을 낭비하면서 어리석게 살고 있음을 스승은 깨우치고자 애쓰셨다.

정진만이 무상치 않아

또한 모처럼 불법을 만나고서도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서 벗어남의 참다운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많은 불자들에게 부처님께서는 떨치고 일어나서 세상을 밝게 비추는 달빛이 될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계시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삼맛자나스님과 레와따스님은 몹시 상반된 행동으로 자신의 수행방법을 삼았다고 한다. 삼맛자나스님은 공양을 베풀어 주는 시주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그냥 앉아서 공양을 받아쓰는 것은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도량을 청소하거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반대로 레와따스님은 항상 고요히 선정에 잠겨서 열반을 성취하려고 힘쓰고 있었다. 이러한 레와따스님을 못마땅하게 여긴 삼맛자나스님은 자신처럼 청소를 하고 남을 도우는 일에 함께 일해 줄 것을 레와따스님에게 요청하였다.

그러나 레와따스님은 도리어 삼맛자나스님이 참다운 수행에 전념하지 않고 외적인 일에만 너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충고를 하였다. 이에 삼맛자나스님은 깊이 자신의 하루 행위를 반성하고 레와따스님처럼 참다운 자신을 찾는 일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보신 부처님께서 참 나를 찾는 일에 게을렀던 사람도 어느 일순간 마음을 다잡아서 게으르지 않는다면 그 순간 곧바로 게으르지 않는 사람으로서 구름을 벗어난 달빛처럼 세상을 비추는 수행자가 될 것이라는 가르침을 설하셨다고 전한다. 삼맛자나스님의 모습에서 정신적인 진리의 추구와 육체적인 봉사의 삶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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