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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 깊은 책 읽기]라이트 목사와 버락 오바마

기자명 법보신문

『오바마, 새로운 미래 아이콘』스티븐 맨스필드 지음 / 청림출판

2008년 11월5일 우리나라 시간으로 낮 1시 조금 지났을 때 미국 CNN방송에서는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당선 확정되었다는 자막을 띄웠습니다. 뭔가 찌릿한 게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고 화면을 보면서도 ‘정말? 정말?’하고 되물었습니다.

미국은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에게 신앙간증에 가까운 종교적 신념을 묻습니다. 특히 정치 세계에 종교색이 짙게 가미된 것은 현 대통령인 조지 부시 시대부터라고 합니다. 조지 부시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하느님이 내가 대통령이 되길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쉽지 않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내가 그러기를 바라고 계세요. 나는 그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 꼭 대통령 선거에 나가야 하는 거죠.”(170쪽)

그러나 그토록 하느님이 원한 결과, 법정까지 가고 나서야 대통령이 된 부시 정권 8년 동안 미국은 물론이요, 전 세계가 커다란 충격과 공포와 혼란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습니다. 그의 종교적 회심과 현실은 동떨어져도 너무나 동떨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보수우파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자라면 그가 아무리 크리스찬이건 능력 있는 정치가이건 의심하고 배척하였습니다. 이건 곧바로 정치권에서 실기(失期)함을 의미합니다.

오바마는 새로운 포스트모던 세대입니다. 전통적인 신앙들 가운데서 자신의 진리를 고르고 선택하는 그런 세대입니다. 그는 “나는 종교가 커다란 의심과 함께 온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종교 때문에 비판적 사고를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마음을 놓았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우리 집에는 성경, 코란, 바가바드기타가 그리스, 노르웨이, 아프리카 신화 책들과 함께 선반에 놓여 있었다.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날 어머니는 나를 교회에 데리고 가셨지만, 절이나 중국인의 신년 축하식, 하와이의 묘지에도 데리고 가셨다.”(98쪽)

이처럼 무신론자이며 인류학을 공부한 어머니에게서 자라난 흑백 혼혈인인 오바마는 1985년 라이트 목사를 처음 만나고 나서 흑인들의 신앙공동체로 유명한 트리니티 유나이티드교회의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합니다. 그 후 오바마는 급진적이고 과격한 라이트 목사를 정신적인 아버지로 모시고 종교인(크리스찬)으로 거듭 태어납니다. 또한 힘없는 자들의 현실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 복음주의에 굳어버린 정치판은 반미국적인 언행을 일삼는 라이트 목사를 물고 늘어졌고, 오바마는 결국 자신의 영적인 아버지와 결별하게 됩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지도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책에서는 변호합니다. 비록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졌을 테지만 오바마는 2007년에 자신에게 한 라이트 목사의 이 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11월 5일, 자네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자네를 쫓아갈 거야. 자네가 힘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미국 정부의 대표자가 된 거니까.”(183쪽)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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