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억으로 남은 스님]늘 진솔한 성묵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가식·허례의식 꽉찬 스님이라고만 생각
맑은 성품 접한 뒤 잘못된 선입견 ‘참회’

출가한 스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가식적인 모습일 것이다.

계를 받는 순간부터 모든 삶을 진실하게 살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진실을 지향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종교인들의 가식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이사회에 비쳐지고 많은 이들의 실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일반인들도 가식적인 모습을 싫어하기는 마찬가진가 보다.

기억에 남는 스님들은 대부분 내게 진솔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 스님들이었던 것 같다. 출가하고 얼마 안 되어 참으로 재미난 스님을 만났다. 지금은 큰 선원이 되어 많은 스님들이 안거하고 또 무문관까지 갖추어 스님들의 수행을 돕고 있지만 초창기 남국선원은 말이 선원이지 조그만 토굴에 불과 했다. 그것도 공동묘지를 한참 지난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선원이라 올라 갈 때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보통의 배짱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애써 찾아간 산사에 계시는 스님은 다름 아닌 성묵 스님이었다. 처음 스님을 만났을 때 네게 진실함이라고는 한 점 없는 가식과 허식으로 가득한 스님으로 보였다. 차를 한잔 다려 주는데 얼마나 크게 폼을 잡는지…. 힘껏 폼을 잡으면서 차를 뽑으면서 대화를 나누다가도 갑자기 큰소리로 허허허 웃기도 하고, 또 과장되어 보이는 모습을 얼마나 하던지 정말 오버액션의 명수였다. 승복은 빳빳하게 풀칠을 해 입어서 그나마 큰 동작을 몇 배로 부풀어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스님의 모습은 한 번의 다담 자리를 마치기도 전에 묘한 매력으로 내게 각인되었다.

혼자 산을 내려오면서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만난 이후 몇몇 지인들에게 스님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대부분 그런 스님의 말과 동작에 익숙해 있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스님의 오버액션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대화만큼은 너무나 진솔하여 잊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스님의 본모습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몇 번을 찾아가 만나 뵈어도 언제나 똑같은 너털웃음과 과장되어 보이는 동작, 사사로운 이야기에도 엄청 감동받는 모습들, 내게 비치는 모습들은 스님의 가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게 익숙하지 않은 행동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짧게나마 스님을 가식적이라고 오해했던 시간을 스스로 참회해야 했다.

지금도 스님의 모습은 처음 만난 그 모습 그대로다. 정말 스님은 상대를 만나기 전에는 그 사람에 대해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같이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그 순간의 말을 아무런 여과 없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감동해 하고 놀라워한다. 단 한 번도 나의 말이 성묵 스님에게는 굴곡 되어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부터는 언제나 스님을 마주하게 되면 오히려 스스로 진실하여 거짓이나 인위적인 조작이 없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의 질곡한 삶의 변천을 보며 생각할 때면 언제나 스님 앞에서 부끄러움만 더해간다. 처음 스님의 모습을 보고 가식적이라 생각했으니 우리의 판단력이란 것도 알고 보면 미리 내게 주입된 얄팍한 지식의 단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현실에 머물다보면 자주 성묵 스님을 생각하게 된다. 언제 찾아가도 늘 한결 같이 나의 모습 그대로를 봐주고 작은 이야기에도 큰 감동을 받으시고 크게 웃어주시고 돌아서 나오면 그 일을 아마도 까마득히 잊어버리시고 자신의 화두에 몰입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나의 뇌리에 심어져 있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