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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 칼럼]놀이로서의 예술미학적 구원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 구원은 혼탁한 마음 정화 시키는 것
세상을 아집으로 가르는 기독교와는 달라

나는 서양의 기독교 신학사상이 역사적 구원을 강조한 종교로 그 동안 해석되어 왔다고 본다.

역사에서 선의 종국적 승리를 기약하는 의미가 죄인과 의인을 가르는 최후의 심판사상으로 집약된다. 기독교는 늘 선의지와 도덕의식을 철저히 강조하는 도덕주의로 무장되어 있다. 기독교의 구원은 도덕적 승리를 의미한다 하겠다.
그러나 불교는 죄를 처단하면서 선의 역사적 승리를 쟁취하거나 기약하는 그런 종교가 아니다.

불의와 싸우는 선의지는 또 다른 불의와 역시 다투는 다른 선의지와의 투쟁을 필연적으로 낳게 된다는 것을 불교는 가르쳐 왔다.
나는 불교적 구원관이 예술미학적 본질을 띈다고 여긴다. 불교는 죄악이 극성을 피우는 세상을 정복하여 죄가 없는 순수선의 왕국을 이루겠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런 신념은 세상을 아집으로 갈래갈래 찢어놓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낳게 한다고 본다.

불교는 세상의 구원이 바깥을 정리하는데 있지 않고, 출렁거려 혼탁해진 마음을 고요히 정화시키는데 있다고 본다. 혼탁한 마음을 정화시키는 길은 선악을 판단하는 분별심이 아니라,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있다 하겠다.

마음이 고요히 진정되면, 마음은 도덕적 선악판단의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마음은 자연히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심판관의 자의식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나는 고요 속에서 세상을 판단하는 마음이 아니라, 참여하는 마음으로 변하게 된다.
참여하는 마음은 꽃을 보면 꽃과 하나가 되고, 구름을 보면 구름과 일체를 이루고,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려한다. 이런 마음을 나는 놀이하는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다. 놀이하는 마음은 그 마음이 만나게 되는 일체와 함께 즐겁게 더불어 존재하려는 욕망과 다르지 않다.

고요한 마음은 일체와 함께 사귀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일체와 좋게 사귀려는 마음이 예술미학적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놀이하는 마음은 결국 즐겁고 화기애애한 마음과 다르지 않다. 불교가 가르치는 세상의 구원은 선으로 무장된 도덕적 판단의 태도가 아니라, 천진하게 우주의 일체와 어린이처럼 놀이하면서 노니는 무목적의 마음에 다름 아니라고 여겨진다. 놀이하는 어린이의 마음에서 보면, 세상은 수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놀이하는 벗들을 등장시키는 무대에 불과하다.

그 무대는 택일해야할 선택적 투쟁의 장소가 아니라, 자유롭고 열린 빈 공간 속에서의 상대방과의 교환이나 편안한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다. 사회생활에서는 그 동안 노동과 놀이가 대립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네덜란드의 호이징하마져도 놀이를 어른의 진지함과 대립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놀이가 노동이나 진지함과 대립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노동을 소유하기 위한 투쟁으로 보면, 노동은 놀이와 정반대다.
그러나 노동을 잘 존재하기 위한 생명의 요구로 보면, 노동은 놀이와 전혀 대립적이지 않고 존재하기 위한 생명의 자발적 욕망으로서의 놀이와 같이 간다.

마음에 근심이 있는 자는 놀이를 할 수 없다. 구원은 세상을 심판하는데 있지 않고, 마음의 근심을 잊게 하는데 있다. 여기서 불교적 구원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세상을 뜯어고친다고 발버둥치는 것은 큰 망상이다. 그렇다고 세상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남들을 피곤하게 한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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