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억으로 남은 스님]흔들림 없는장적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어떤 상황이든 평정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는 스님
설득-양보로 대중 이끄는 그 모습 아름답게 느껴져

우리는 흔히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할 때는 감정에 따스한 의미를 부여하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때로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절제되지 못한 마음의 현상을 표현할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오랜 세월 우리들은 감정을 버리고 이성적인 사고로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하지만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될 때가 많다.

젊은 한 시절 이성에 대한 지독한 회의를 느끼고 감성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살았던 적이 있다. 이성의 차가움을 배척하다보니 스스로 낭만주의 성향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정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하면서 낭만주의자라고 폼을 잡고 다닌 적도 있었다. 아직도 차가운 이성보다 무절제한 감성을 아름답게 보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적 스님을 가까이에서 보아오면서 이제는 이성의 아름다움도 인정하고 얼마간의 이해심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출가 후 만난 많은 스님들은 감성적 아름다움을 지니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스님들은 일상생활에 있어서는 논리적이지 않고 과거사에 잘 집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체적인 행동보다 개별적 행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야말로 낭만주의의 요소들을 두루 갖춘 것을 보면서 한 세기를 풍미하던 낭만주의는 지금도 승가에 남아 그러한 모습이 좋게 회자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러한 생각에 물들어 있었는데 장적 스님을 만나고부터는 스님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만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 종단이 한참 소용돌이 칠 때 재무를 담당해 맡아보시기도 했고 그 후 종단의 실무직을 두루 역임하였는데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흥분하거나 감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연이 있어 여러 가지 상황에 접한 모습을 보아 왔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셨다.

스님을 곁에서 대하다보면 차가운 이성이라는 말보다는 상대를 편안케 하는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죽했으면 만해 스님은 세말의 벼룩은 몰고 갈 수 있어도 세 명의 스님은 함께 데려가기 힘들다고 했을까. 그만큼 개성 강하고 자기주장 강한 스님들을 정확한 판단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이끌어 가는 것을 볼 때면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성적 판단과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더없이 강한 인상으로 남게 해준 스님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 판단에 빠져 사태의 실마리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할 때 중요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종단에 선거법이 만들어진 이후 어느 사찰이든 매번 선거로 인한 홍역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은해사는 아직까지 한 번도 주지를 경쟁적 선거로 치르지 않고 후보단일화를 이뤄 왔는데 이러한 이면에는 이성적 감각을 지닌 장적 스님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감정에 젖어 화내고 짜증내고 불평하고 살다보면 장적 스님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감정이라는 것이 수행으로 조절되는 것이라면 스님께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생을 닦아 수행하셨기에 그럴 수 있을까 부럽기만 하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