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탄압에 맞선 불교 최대 변혁 운동”
“일제 탄압에 맞선 불교 최대 변혁 운동”
  • 법보신문
  • 승인 2008.12.0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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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음사·법보신문 공동 주최
법정사 항일운동 90주년 세미나
사진 위 왼쪽부터 김광식, 박찬식, 조성윤, 안후상, 김창민, 유철인, 윤봉택, 김일우 교수.

민족불교·보살사상 깊이 깔린 민중운동
원종 스님 “법정사 자료집 출간 할 것”

제주도 최초·최대의 거사로 항일운동의 시발점이라 일컬어지는 법정사 항일운동 90주년을 맞아 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의 재조명’이란 주제로 조계종 제23교구본사 제주 관음사와 법보신문사가 공동으로 11월 22일 관음사 설법전에서 개최한 이번 학술세미나에는 관음사 주지 원종 스님을 비롯해 법정사항일항쟁유족회 대표 진주(광명사 주지) 스님, 김형수 서귀포시장, 부익재 광복회 제주도 지부장, 조명철 제주문화원장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학술세미나는 일제의 치밀한 역사왜곡과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빛이 바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인 동시에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법정사 항일운동의 불교사적 의의’를 발표한 김광식 부천대 교수는 법정사 항쟁에 대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정리를 시도했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법정사 항일 운동은 근대 불교사에서 최대의 항일무장투쟁으로 현실변혁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고 이런 사례가 근대불교에서 적용된 경우는 법정사 항쟁이 유일함을 밝혔다. 또 법정사 항쟁에는 한국불교의 주된 사상적 흐름인 대승불교, 보살사상이 흐르고 있었으며, 민족불교론의 이념은 물론 한국 민족운동의 이념과 정신이 구현돼 있음을 규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법정사 항일운동의 주체세력 문제와 관련해 주도세력, 동참세력, 적극 가담자, 단순 가담자 등으로 분류한 후 법정사 주지 김연일을 비롯해 선봉대장 강창규, 좌대장 방동화, 우대장 강민수, 격문을 작성한 정구용 등이 모두 스님이었고 장임호, 양남구, 김상만, 이종창, 최태유, 김봉화, 김용충, 김인수 등 법정사 항쟁을 이끌었던 이들 대부분 불교신자라는 점에서 불교계가 주도한 항일운동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만 당시 동참세력 중 처사 및 선도교 수령으로 동시에 불렸던 박주석과 선도교도 강봉환, 김무석, 조계성 등이 참여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법정사 항쟁에 선도교가 동참했던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교수는 “법정사 항쟁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문헌자료집 발간과 항쟁에 연관된 구술사 자료집을 만들 수 있는 증언 청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박찬식 연구교수는 “법정사 항일운동을 민족운동으로 포괄해 성격 규정을 하지만 법정사의 움직임만 가지고 지역주민들이 왜 대거 민족적 항일운동에 나섰는가에 대한 설명이 아직 부족하다”며 “이와 관련해 당시 불교 및 선도교가 갖는 민중성이 무엇인지, 제주도민에게 미쳤던 영향이 무엇인지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본 법정사 항일운동’을 발표한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수집한 구술자료를 바탕으로 민중들의 참여방식과 특성, 그리고 민중의 종교적 동향을 정리한 후 지역주민들과 법정사 항일운동의 관계를 검토했다. 그는 “당시 법정사 항쟁을 이끌었던 주지 김연일에 대한 주민들의 기억은 대체로 김연일을 승려가 아닌 유생으로 보거나 그가 도술을 부렸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이러한 증언들을 참고할 때 이 시기 김연일을 중심으로 법정사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승려로서 불교라는 제도적 틀 안에 있으면서도 당시 널리 퍼져 있던 후천개벽사상 등 변혁사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토론을 맡은 안후상(고창 북고등학교 교사) 씨는 “조 교수의 입장과 견해에 공감하지만 기억을 연구에 적극 활용한데 대해서는 일정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법정사 항일 항쟁은 민중운동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고 항일 의식이 뛰어난 승려라 자처한 이들이 도민들을 법정사로 끌어들였을 가능성도 상정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정사 항일운동의 문화적 성격’을 발표한 김창민 전주대 교양학부 교수는 당시 항일운동이 일어났던 월평마을과 하원마을에 대한 현지연구를 통해 이들의 인식을 조사 연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당시 검찰에 송치된 사람들 외에도 이 항일운동에 적극 가담하고 운동을 주도한 계층이 있었다 △당시 선도교에 참여하던 사람들은 유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다 △법정사 항쟁에 참여한 사람들 중 불교계 인사가 다수지만 불교계의 항일운동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법정사 항일운동은 비록 제주도 산남 지방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일어났지만 그 의의는 결코 적지 않다”며 “이 운동은 무력적인 성격을 가짐으로써 기미년 독립운동을 향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유철인 제주대 철학과 교수는 “법정사 항일운동이라는 공식적 역사로 되는 과정과 지역주민들의 집합적 기억에 나타난 대안적 역사를 명확하게 대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역주민들이 기억하는 당시의 종교가 같은지 다른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법정사 성역화 사업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발표한 윤봉택 제주도 문화재전문위원은 지난 1994년 이후 서귀포시가 그동안 행정적 차원에서 추진해온 법정사 성역화사업 추진과정을 살펴보고 향후 성역화 지역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찰했다. 윤 위원은 “2009~10년까지 위령탑과 항일 발상지와 연결하는 산책로가 이어지면 1차적인 무오법정사항일운동성역화사업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며 “성역화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선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콘텐츠를 적극 개발, 활용함으로써, 항일운동 성역화가 제주도민들에게는 정체성을 확인시키고 방문객들에게는 항일사상을 통한 시대정신을 느끼게 하는 성지로 승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월 22일 제주 관음사 설법전에서 열린 법정사 항일운동 90주년 세미나.

토론자로 나선 김일우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연구소 연구사도 “구 법정사터는 제주도 내 대일항쟁의 발상지임에 동시에 가장 치열한 대일항쟁의 중심지이자 시발지라는 점이 엄연한 사실이다”라며 “그런만큼 법정사터 자체에 대한 정비와 활용방안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음사 주지 원종 스님은 “법정사와 관련된 각종 사료와 학술발표 논고, 녹취된 자료들을 각각 자료집으로 편집·발간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김형수 서귀포 시장도 이날 격려사를 통해 “관음사의 이러한 사업을 시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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