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교 현장을 가다]102기갑여단 호국 일출사
[군포교 현장을 가다]102기갑여단 호국 일출사
  • 법보신문
  • 승인 2008.12.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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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배려-낮춤으로 계급의 벽 허물어

 

호국 일출사에서는 법회참여 장병들이 서로에게 칭찬을 해준다(사진 위). 그리고 서로를 안아주고 돌아가며 절을 한다(사진 아래). 상명하복이 원칙인 군대지만 법회 시간만큼은 계급을 떠나 서로가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아버지 군번으로써 모범이 돼주고 항상 잘해주셔서 고맙습니다.”(최재원 일병이 박진호 병장에게)
“너무 귀엽습니다.”(서건호 상병이 박진호 병장에게, 일동 폭소)
“일과 시간에 안 걸리고 잘 숨어 계셔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박원묵 상병이 최규혁 병장에게, 일동 숨넘어갈 듯이 폭소)

한 마디로 재미있다. 어디에서도 군 특유의 권위의식을 찾기 힘들다. 곳곳에서 진한 농담이 튀어 나오고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해지지만, 진행자는 굳이 이런 상황을 제지하지 않는다. 법회가 끝날 때쯤이면 병사들의 태도가 바뀌어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첫 눈이 내린 11월 30일 찾아간 102기갑여단 호국 일출사의 법회 현장은 다른 법당에서는 찾기 힘든 재미가 있었다. 102기갑여단은 강원도 동부전선과 해안선 방어를 주목적으로 하는 기갑부대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법문이 아닌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법회를 보고 있다. 지도법사는 백담사 템플스테이 팀장 백거 스님. 스님은 6년째 이곳에서 민간인 성직자 자격으로 일요법회의 지도법사를 하고 있다. 스님은 이날도 ‘칭찬 샤워’, ‘우리도 부처님같이’ 등 3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개별적으로도 진행이 가능하지만 단계별로 이어서 진행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날 가장 먼저 진행된 ‘칭찬샤워’는 법회 참가자들을 조별로 편성해 한 명씩 돌아가며 칭찬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한 명씩 대상을 바꿔가며 조원들이 칭찬을 해주는 식이다. 뒤이어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조원들이 모든 손을 가운데로 모은 뒤 위나 아래의 손을 맞잡고 이리 저리 얽혀 있는 팔들을 풀어서 원을 만들어나가는 것. 이 프로그램은 이리 저리 얽혀 있는 서로의 팔을 풀어나갈 때 서로가 한 사람씩 차분히 배려해주고 때로는 나를 한없이 낮춰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 ‘우리도 부처님같이’라는 프로그램은 ‘칭찬샤워’와 마찬가지로 조원들이 대상을 바꿔가며 절을 하고 서로를 안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법회에 참석한 이진규 병장은 “칭찬을 할 때는 쉬웠지만 받을 때는 창피하고 쑥스러웠다”며 “손을 풀어가면서 협동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남들에게 절을 받아보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회에 나오는 병사들에게 ‘우리는 서로가 법우’라고 가르치지만 사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 채 가는 경우가 태반이잖아요. 그래서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처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게 됐어요.” 백거 스님이 밝힌 독특한 법회를 진행하게 된 이유다.

프로그램들의 효과는 의외로 크다. 이에 대해 백거 스님은 “상명하복이 특징인 군인이지만 법회에서만큼은 내 자존감을 느끼고 주변사람들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며 “이런 프로그램들을 도입한 후 사고예방 효과가 월등히 높아졌고 병사들의 평소 생활습관도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부대에서도 얼마 전 프로그램들의 효과를 인정하고 백거 스님을 부대 내 상담 전문가로 위촉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법회가 재미있어지자 일요일 오전에 법당을 찾는 병사들도 늘었다. 6년 전 백거 스님이 처음 법당을 찾았을 땐 20여 명이 법회에 참석했지만 현재는 평균 10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많을 때는 240명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한다.

일출사 법회의 또 다른 특징은 전역자들이 제대 후에도 불자로써의 마음가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백거 스님은 “법회에 나오던 병사가 제대할 때가 되면 그 병사가 사는 지역의 사찰에 연락을 해서 전역 후에도 법회를 나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지역과 군불교가 연계돼야만 군포교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회는 병사들이 넓게 원을 만들고 원의 한가운데를 향해 절을 올리는 것으로 끝났다. 원의 한가운데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불성을 모셨다. 나를 향해 삼배를 올린 병사들의 얼굴에 바알간 연꽃이 피어 올랐다.
 
양양=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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