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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사찰패러다임_낙산사서 찾는다]⑨ 튀는 아이디어로 활력도량 만들기

기자명 법보신문

“세심한 아이디어로 사찰관심지수 상승”

<양양 낙산사가 우편으로 배포하고 있는 보시함과 기도 동참문>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불자 강 모 씨는 얼마 전 낙산사에서 배달된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제법 두툼해 보이는 봉투 속에서 나온 것은 상자모양으로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보시함과 백일기도 동참 발원문, 그리고 낙산사가 수신처로 인쇄돼 있는 회신용 봉투 몇 장이었다.

12월 23일 입재에 들어가는 11차 백일기도 동참 안내와 함께 ‘신도님들은 매일 가정에서 기도를 하시기 바랍니다. 10차 백일기도 동안에 보시한 불전함을 열어서 11차 백일기도 입재 동참금으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상자모양으로 접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동봉한 보시함은 바로 가정에 비치해놓고 매일 기도 때마다 보시금을 넣는 불전함이었다. 그렇게 모금한 불전을 다시 새로운 기도 입재의 동참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개인 보시함으로 불사 활성화

 

우편물을 받아본 강 씨는 지난 10차 기도에 입재한 이후부터 거실 서랍 위에 놓아두고 가족들이 수시로 보시한 불전함을 열어 11차 백일기도 동참에 사용했다. 사찰에서 직접 기도 접수할 때와 똑같이 주소와 가족 이름, 그리고 기도발원 내용을 적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우편으로 배달된 축원문을 직접 적어 동봉돼 있던 봉투에 넣어 우편함에 넣는 것으로 기도 동참 접수도 마무리했다. “각종 모임과 행사가 많은 연말이라 기도 입재일에 직접 낙산사를 찾아갈만한 시간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기도에 동참할 수 있어 마음은 한결 가볍다”는 강 씨는 새로 도착한 불전함을 예전처럼 거실 서랍위에 올려놓고 100일 기도를 시작했다. 불전함에는 기도발원문과 함께 기도하는 방법이 자세히 적혀 있어 혼자 기도를 하기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

“보살은 지혜를 가지고 먼저 관찰한 다음 지혜를 가지고 온갖 어리석은 중생을 깨닫게 한다”는 경전의 말씀처럼 포교와 전법을 위해서는 지혜로운 방법들이 필요하다. 세상은 디지털과 초고속, 세계화라는 단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사찰이라고해서 언제까지 이러한 변화에 눈 감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불자들의 신심을 높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많이 전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보살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낙산사가 불자들의 가정으로 축원문과 함께 가정용 불전함을 발송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아이디어 포교의 한 방편이었다. 비록 100일 기도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정에서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배려인 동시에 새로운 신행 패턴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우편으로 발송되는 안내문에는 불자들이 원하는 전각별로 기도나 인등 불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홍련암, 원통보전, 보타전 등의 동참문을 각각 마련해 발송하고 있다.

전통의 문화와 멋이 가득한 천년고찰이지만 그 속에서 이뤄지는 신행과 포교활동까지 옛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낙산사 도량 곳곳에서는 불자들의 신심을 고양시키고 포교성과를 높이며 새로운 문화의 탄생을 엿볼 수 있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사찰에 활력소가 되는 동시에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이 되고 있다.

 

주춧돌에 거북이·물고기 조각

<경내 정취전 주춧돌에 조각된 거북이와 물고기 문양은 낙산사의 이미지를 더욱 친근하게 만들고 있다>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는 낙산사의 노력은 도량 복원 불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통보전 앞에 새롭게 조성되는 정취전의 주춧돌에서는 해학과 자연의 미학이 담뿍 담겨있는 독특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동그랗고 매끄럽게 다듬어 놓는 일반적인 주춧돌과 달리 이곳에서는 울퉁불퉁하고 조금은 거친 듯한 자연석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주춧돌이 놓여있다. 그야말로 자연의 미학이 듬뿍 담긴 모습이지만 그 위에 조각돼 있는 거북이와 물고기들은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낙산사가 보여주는 해학의 단면이다. 한없이 엄숙할 것만 같은 스님들의 수행처 주춧돌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는 거북이와 물고기의 모습이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하고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들도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통보전 복원 당시 불단 아래 봉안한 타임캡슐이다. 낙산사와 원통보전 복원의 이유와 과정, 그리고 동참 불자 등 복원에 관한 모든 기록을 빼곡히 적은 기록과 함께 주지 정념 스님은 약간의 금을 봉안했다. 혹여 후대에 어떤 이유로 원통보전을 다시 복원하게 된다면 그때 이 금이 원통보전 복원의 불사금으로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러한 아이디어는 낙산사가 어떤 이유와 어려움을 겪더라도 불자들의 귀의처로 후대로 면면히 이어지길 바라는 사부대중의 원력이 자연스럽게 모아지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사찰도 이젠 끊임없이 변해야

아이디어는 낙산사가 주력하는 복지 활동에도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 낙산사가 운영하는 노인전문요양원 낙산사상락원에서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얼굴마사지, 화장해드리기, 시장보기, 고향집나들이 등 독특한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어르신들의 건강 향상과 즐거운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종사자들의 노력의 결과다.

이러한 노력들은 간혹 쉽게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낙산사를 자주 찾는 이들이라도 이러한 작은 변화와 아이디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실천하는 이유는 변화를 멈추지 않고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사찰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 시대 사찰이 현대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에 결코 게을러서는 안된다”는 주지 정념 스님은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스님과 종무원, 신도들의 노력과 실천은 변화와 발전의 기운이 되어 도량에 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는 원동력이 된다”며 “꿈이 이루어지는 도량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새로운 생각과 방법,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와 신행 방법을 만들어 가는 속에서 완성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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