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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약속 철저히 지키는 상일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혜인 스님 법문 듣고 출가 10년 시봉 약속 한결 같아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 담박한 그 모습 잊지 못해

세상이 복잡해진 탓일까 사람들이 약속을 너무 쉽게 저버리는 것 같다.

이동통신의 발달로 약속에 대한 시간을 대부분 쉽게 하고 쉽게 변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간단한 만남을 위해 10번 이상 휴대통화를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전화까지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만나고 살았는지 정말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스님은 단연 은사 스님이시다. 아무리 사사로운 약속이라도 먼저 정해지면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한번은 전직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사전 약속도 없이 약천사를 방문하겠다며 회주 스님을 친견 할 수 있겠느냐고 통보해 왔는데 마침 스님께서는 선약이 있었다. 약속을 조정하고 맞이하는 것이 어떠냐고 건의 드렸지만 스님께서는 작은 약속이라도 먼저 한 약속이니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고 출발하셨다.

한번은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가 약속을 세 번 어기게 되자 스님께서는 앞으로 어떠한 만남이나 일을 함께 도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통보하셨다. 소위 삼진아웃 이다. 스스로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기 때문에 약속어기는 사람들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비행기를 3,000번 넘게 탑승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으로 법문 다니면서도 단 한번 법문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고 했다. 오직 부처님의 가피라고 하셨지만 스님의 각별한 정성으로 가능 했을 뿐이다.

은사 스님의 약속을 지키는 성품으로 인해 상일 스님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상일 스님은 우연히 버스에서 혜인 스님을 만나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결심하고 출가하면 10년 동안 스님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정말 약속을 지켜 출가하였고 출가 이후 줄곧 스님을 곁에서 돕고 있다. 곁에서 상일 스님을 보다보면 정말 세상을 저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삶의 방식이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

딱 주어진 일에만 몰두하고 절대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이 공부 저 공부하겠다며 기웃거리기도 하고, 이 일 저 일을 도모하면서 많은 번뇌 망상을 일으키는데 상일 스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상 작은 것에 만족하고 생활을 더없이 단순히 하며 너무나도 간결히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잊혀지지 않는다.

생활뿐만 아니다. 가끔 대화를 나누다보면 도무지 복잡한 일은 생각지도 않는다. 생활하는데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이해하고 배우며 살아간다.
한번은 휴대폰에 뭘 자꾸 달고 다녀서 뭘 달고 다니는지 한번 봤더니 아주 작은 수첩인데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있었다. 왜 저장 안하고 이렇게 쓰고 다니느냐 물으니 배우기도 싫고 배워도 그냥 수첩에 적었다가보는 것이 훨씬 익숙해서 편하다고 했다. 불편하지 않느냐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하기야 스님이 지니고 다니는 번호는 불과 수십 개 정도니 1천개를 벌써 넘긴 우리들의 번잡한 삶을 기준으로 불편한지 안한지를 저울질 할 수 없을 것이다.

가끔 바쁘게 살다가 호흡을 멈추고 쉴 때는 상일 스님이 생각나곤 한다. 내일은 좀 더 일찍 일어나 자꾸 분단위에서 초단위로 쪼개지는 날카로운 시간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깊고 오랜 약속을 하며 넉넉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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