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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 칼럼]‘성불합시다’와 ‘부처님 닮읍시다’-끝

기자명 법보신문

대중 외면한 불교, 소멸될 수밖에 없어
육바라밀 실천 통해 대중과 함께 해야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성불하세요’를 법회의 종료를 알리는 인사말로 쓰고 있다. 이 말은 나무랄 데가 없는 구절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막연하고 막막한 느낌을 자아내는 아주 수동적인 뜻으로 들린다. 불교의 종착역이 성불이기에 성불은 신행의 완성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성불의 길로 구체적으로 진입하는지 참으로 아득해 보인다. 그래서 저말은 그냥 내가 일반적 의식의 격식에 따라 남들처럼 읊조리는 구호에 불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허하게 말하는 인사말보다 더 구체적으로 내게 와닿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생각해 보았다. ‘나는 성불하세요’라는 말보다 오히려 ‘부처님을 닮읍시다’라는 구절이 더 각자의 마음에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닌가 여겨본지 오래되었다. 사람은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닮으려는 욕망을 갖게 된다. 내가 사춘기 고교생시절에 좋아하는 영화배우의 얼굴 인상과 몸 동작을 닮아보려는 행태를 하던 많은 친구들을 기억한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 다음에 대학에 들어가 좋아하던 철학자의 얼굴 모습을 보면서 그의 사상과 모든 것을 닮아보려는 욕망으로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배우와 철학자가 나에게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힘은 어떤 것이 그 인간에게 매력을 지닌 힘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나 어떤 이가 매력을 지니는 것으로 여겨지면, 그 매력이 그를 변하게 할 전적인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강압적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면, 그 강압은 절대로 그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불교가 250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교를 이어지게 한 원동력은 불교가 시대와 장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매력있게 한 여러 아라한들과 조사들과 선지식들의 매력에 기인하였기 때문이겠다. 가끔 우리의 불교지도층들이 불교는 출세간의 종교이므로 세간적 일체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설법을 하시는 것을 보고 그들은 우리가 중세적인 시대에 사는 것으로 착각하시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때가 있다. 우리는 지금 탈현대의 입구에 머물고 있으므로 중세기적인 매력을 강조하시는 것을 보면 그 매력이 대중에게 거의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불교가 매력을 상실하면 대중들이 외면하고 만다. 대중들이 외면한 종교는 결국 소멸한다. 미래는 소비자 주권 시대가 된다고 이 칼럼에서 강조된 바가 있었다. 소비자가 불교를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만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게 되면, 그 불교는 매력을 잃고 만다. 지금 시절인연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시절처럼 기독교와 의식철학이 먹혀 들어가던 시대가 이미 사라져 간다. 과거는 불교가 무식하고 단순한 할머니들의 종교였으나, 이제 불교는 그런 차원을 훨씬 넘어서 있다. 우리가 서양지향적일 때에 기독교가 한국문화와 사상에 대하여 지배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기독교의 차원은 너무 단순하고 무지한 저차원의 대명사가 되었다. 기독교적인 것은 이제 매력을 점차로 상실해 가는 문화와 사상의 신호가 되었다. 서양의 해체적 사상은 미래에 불교가 도래함을 알려주고 있다. 불교의 시절인연이 왔다.

이 좋은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불교가 매력이 넘치는 종교사상이 되기 위하여 불교는 자기 혁신을 급히 해야한다. 용수보살이 [대지도론]에서 부처님이 보여주신 사상과 행적을 육바라밀의 길로 가르치셨다. 지금 우리는 육바라밀이 우리가 다시 닮아야 할 길이라 본다. 그 육바라밀을 우리가 다시 매력을 갖도록 다시 써야 하겠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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