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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마음의 스승 中 구화산 인덕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은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
수 많은 사람 운집했어도 스님의 법석 땐 조용해

고준한 기봉이 특징인 임제 선사의 활활발발한 종풍 속에서 승려생활을 시작하여서인지 법상에서 큰소리로 포효하듯이 때로는 호령하듯이 거침없이 일갈하시는 큰스님의 모습이 오히려 익숙한 게 사실이다. 한 번씩은 법문을 듣다가 부처님도 저렇게 크게 소리치고 주장자를 내리치며 ‘방’과 ‘할’을 하면서 법문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모습일지라도 본래의 모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달리 답을 찾을 수가 없어 한동안 마음속의 의문으로 남겨져 있었다.

경전에 비춰지는 부처님의 모습은 언제나 잔잔한 미소 속에 고요한 모습이시고 가르침 또한 조용한 어투로 찬찬히 설명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우리의 큰스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큰소리는 법문 듣는 우리들에게 몰려드는 수마를 큰 소리로 막아주시고, 각성시켜 깨어있게도 해주지만 초기불교 부처님과 그 당시 승가의 모습과는 참으로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해주신 스님이 바로 중국 구화산의 인덕 방장스님이셨다.
처음 친견했을 때 미소만 없었다면 마네킹으로 착각 할 정도였다. 그윽하게 바라보시며 고요한 미소만 머금고 계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공양했냐”고만 물으시곤 시자에게 방사를 잘 마련해주라고 이르실 뿐 그 어떠한 미동도 없으셨다. 정말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었고 더없이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방을 채 나서기도 전에 곧이어 들어온 관리 공무원들은 큰소리로 떠들며 내 느낌에 대해 횡포를 부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인덕 방장스님의 모습은 너무나 편안하고 고요했다. 한참을 떠들며 묻고 답하는 동안에도 스님은 어떠한 마음의 쏠림도 보이시지 않으시고 그야말로 적적한 모습 그대로였다.

지장 성인이 되신 옛 교각 스님을 친견하고자 왔던 구화산에서 난 인덕 방장스님을 뵙고는 살아계시는 교각 스님을 친견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님의 고요한 모습은 법상에서도 그대로였다. 정말 조금이라도 떠들면 들리지도 않을 소리로 감로법을 설하셨는데 그동안 국내에서 참여했던 그 어떤 법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 이었다. 법문을 저렇게 고요히 해도 되는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스님의 목소리가 작으면 작을수록 대중들은 더욱 스님의 말씀을 알뜰히 듣기 위해서 조용했고, 온 신경을 곤두 세워 법문을 듣고자 노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였지만 스님의 법문시간에는 절로 조용해 질 수밖에 없었다. 잔잔하게 말씀하시는 큰스님의 마음같이 대중들도 더없이 고요했고 나는 처음으로 영산 당시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던 대중들도 이러했으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법회는 계속 진행되었고 방장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시했지만 스님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셨다. 신도들을 친견하실 때도 너무나 고요했다.

이후로 남방의 몇몇 나라와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법석에도 참석해 봤지만 대부분 외국 스님들은 조용히 법문하셨다. 오히려 큰 소리로 법문하시는 우리 스님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언제나 고요하게 말씀하시는 인덕 방장스님의 모습을 늘 닮고 싶어 하면서도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인품 높은 스님의 모습을 따라 하고자 한다고 될 것인가? 오직 내면의 수행과 스스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때만 가능 할 것이라 생각하며 항상 마음을 챙기곤 한다. 〈끝〉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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