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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47. 출가수행의 즐거움

기자명 법보신문

진리에 머무는 지극한 기쁨 누가 알랴

깨달은 이의 출현은 즐겁고
바른 설법을 듣기도 즐겁다
승단의 화합도 즐겁고
화합한 사람들의 수행도 즐겁다
 - 『법구경』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면서 생활하다 보면 참으로 고요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깨달은 이의 출현은 바로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신 일이다. 우리들의 스승이신 석가모니의 탄생만 보더라도 참으로 평화롭고 즐겁다. 마야부인 어머니께서 석존을 탄생하기 위하여 친정으로 향하시던 도중에 룸비니 꽃동산에서 성자를 출생하셨다.

기쁨 가득했던 석존의 탄생

전기에 의하면 마야부인은 산고(産苦)를 느끼지 않았으며, 새들은 노래하고 짐승들은 룸비니 동산에 뛰놀면서 부처님의 탄생을 기뻐했다고 한다. 이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여 어떠한 생명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자신의 몸에 견주어 삼가라’고 가르치신 성자의 탄생을 예견한 기쁨이었을 것이다. 먼저 부처님 육신의 탄생은 그대로 모든 생명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이 기쁨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6년의 고생과 부다가야에서의 깨달음, 그리고 45년간의 가르침을 통해서 진리의 길을 보이신 성도(成道)의 기쁨은 우주를 덮고도 남음이 있다. 그리고 그 기쁨의 에너지는 지금 우리에게도 전하여져 오고 있는 것이다. “눈 있는 자는 보고 귀 있는 자는 들어라”고 정각자(正覺者) 부처님은 늘 우리에게 진리의 삶을 열어 보이고 계시다. 과도하게 포장되거나 일반 사람이 따라할 수 없는 불가능을 가르치신 것이 아니다.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서 우리 자신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되는 것이 또한 부처님 법을 배우는 즐거움이다. ‘모든 착한 일 몸소 실천하고 모든 악한 일 결단코 하지 않는 것, 자신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해 가는 것이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모든 부처님의 공통된 가르침’이라는 말씀을 통해서도 우리는 모든 생명이 함께 즐겁고 편안할 수 있는 진리의 길을 배우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여 남에게 고통과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걸식으로서 스스로를 낮추고 무소유로서 탐욕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승가(僧伽)를 만들었다. 함께 모여서 같이 사는 사람들의 제일의 계명(戒名)은 화합이었다. 석존은 제자들에게 청정(淸淨)함과 여법(如法)함으로서 화합을 지켜가도록 승가공동체를 이끄셨던 것이다. 계율은 이 청정과 여법을 통하여 화합을 지켜가기 위한 산물인 것이다. 여기에서 승가의 참다운 청정이란, 안으로는 삼보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모든 번뇌와 탐욕을 떨쳐버리는 것이며, 동시에 나라고 주장할 실체가 없음(諸法無我)을 깨달아야 하고, 밖으로는 일체 현상이 영원하지 않다고 하는 참모습(諸行無常)을 꿰뚫어 보는 자세이다.

승가의 제일 계명은 화합

이와 같이 안과 밖이 무아와 무상으로 확립된 승가는 이제 화합의 삶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는 곧 법다움(如法), 진리에 어긋나지 않는 삶으로 나아가게 하며 공동체 속에서 화합과 평화를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청정과 여법을 통하여 화합과 평화를 이끌어 내려고 하셨고, 이는 곧 승가가 추구하는 적멸(寂滅)의 경지로서 곧 최상의 고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승가의 최고 목표인 해탈(解脫)과 열반(涅槃)의 경지로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청정하고 여법한 승가는 서로 다툴 원인이 없어지고, 진리에 머무르면서 진리를 향하여 나아가는 승가만의 즐거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는, 부처님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현재도 그렇지만, 출가 수행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님은 처음에는 몹시 당황하고 황당함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다.

딸을 낳아 고이 길러서 출가(出嫁)를 시키기 위하여 오동나무 장롱을 준비해 놓고 가족이 모여 앉아서 즐거운 식사를 하도록 고급 식탁을 마련해 놓았는데, 어느 날 출가수행의 길에 오른 딸은 부모가 마련해준 고급 가구를 버리고 걸망과 튼튼한 종이 박스 몇 개로 살림살이가 구족하다. 냉장고에 가득 찬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보다는 문전의 걸식(乞食)으로 하심(下心)의 수행을 실천한다. 소유의 즐거움에 머물러 있는 세속의 부모가 어떻게 버림의 홀가분함을 즐기는 출세간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승가의 길에는 또 다른 무소유의 홀가분함이 있고, 각기 출신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화합의 즐거움이 있다. 이것이 화합 승가의 수행의 즐거움인 것이다.

무소유의 즐거움도 남달라

부처님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오셨고 45년간 바른 법을 설해 주셨다. 바른 법은 곧 삶의 진리로서 3천년을 이어서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생명의 존중과 서로 관계 지어짐의 소중함을 강조하셨고, 모든 괴로움은 소유의 탐욕에 기인한다는 가르침은 현대인이 새삼 마음에 새겨볼 신선함을 담고 있다. 서로 싸우고 손해를 끼치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의 유기적 관계를 직시함으로서 서로 보살피고 서로 존중하는 화합의 즐거움 속에 참다운 삶을 구현해 가는 수행하는 나날이 되도록 노력 정진 할 일이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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