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관련된 세시풍속은 주로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소의 건강을 빌고 풍년을 기원하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우선 매해 정월대보름마다 사람이 먹는 오곡밥을 쇠죽에 섞어 소에게 먹인다. 이때 소가 쌀을 먼저 먹으면 쌀 풍년, 콩을 먼저 먹으면 목화 풍년 등으로 그 해의 농사를 점쳤다. 또 밥과 떡 등을 상에 차려 외양간 앞에 두고 소가 1년 내내 사고 없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음력 정원의 첫 번째 ‘축일’인 상축일은 ‘소의 날’로 정하고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음은 물론, 특별히 잘 먹이면서 그동안의 소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이날은 사람도 쇠붙이나 연장을 다루지 않는 등 근신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함경도 지방에는 입춘에 나무로 만든 소를 관청에서부터 끌고 나와 마을의 민가를 돌며 농사를 권장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이 전해온다. 제주도에도 풍년을 축원하는 행사로 짚으로 만든 소에 바퀴를 달고 씨 할아버지가 씨를 뿌리며 끌고 가는 풍속이 있다. 이 밖에도 인조우를 만들어 마을을 도는 경상남도의 ‘쇠머리대기’, 마을의 숫총각이 알몸으로 목우나 토우를 몰고 밭을 가는 관동, 관북 지역의 ‘나경’ 등이 모두 풍년을 비는 소와 관련한 세시풍속이다.
추석이 다가오는 팔월이면 소놀이가 시작된다. 소놀이는 명절을 즐기는 마을의 축제로, 두 사람이 상체를 숙인 채 멍석을 덮어 소의 모습을 흉내 내고, 한사람이 고삐를 잡고 마을의 부잣집으로 찾아가 ‘소가 배고파 왔으니 여물을 달라’고 외친다. 그러면 주인이 일행을 맞아 음식을 내고 대접을 하는 것이다. 경기도 양주 지방에서는 이 놀이가 굿으로 승화돼 마부와 무당이 함께 어울리며 축제를 즐기기도 한다.
추석의 세시풍속은 주로 풍성한 결실을 얻게 해준 소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에, 남은 한 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