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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유식삼십송 강설] 21.의타기성

기자명 법보신문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 두려움이 생기듯
의타기성은 집착 야기 시킨 ‘분별’ 의미

다른 것에 의지하여 자성은 조건에서 발생된 분별로서 구성된다.
원만한 참다운 성품은 의타기보다는 항상 분별로부터 멀리 떠나있다.
(依他起自性 分別緣所生 圓成實於彼 常遠離前性)

이것은 제21송이다. 앞의 2구는 의타기성을, 뒤의 2구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의타기성(依他起性)과 원성실성(圓成實性)을 서로 비교한 것이다.

변계소집은 ‘두루 분별하여 집착됨’을 말한다면, 의타기성은 집착을 야기 시킨 분별을 의미한다. 분별로부터 집착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새끼줄을 뱀으로 분별함으로 인하여 두려움의 집착이 발생된 것이다. 여기에는 의타기성에 의한 변계소집의 발생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상황에서 무엇이 변계소집성이고 무엇이 의타기성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먼저 호법(Dharmapala)의 견해를 살펴보면, 모든 마음과 마음현상은 훈습력에 의해서 인식의 두 축, 주관과 객관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원인과 조건에서 발생된 것으로 의타기성이다. 그에 반하여 변계소집은 그것들에 대한 잘못된 집착으로서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有無), 같음과 다름(一異), 함께 함과 함께 하지 못함(俱不俱) 등을 가리킨다. 여기에 따르면 발로 새끼줄을 밟은 인식사태는 의타기성이고, 그것의 결과로서 뱀이라고 분별을 일으킨 것은 변계소집이 된다.

하지만 안혜(Sthiramati)는 이와 다른 견해를 낸다. 모든 마음과 마음현상은 허망된 훈습으로 말미암아 비록 그 바탕은 하나이지만, 주관과 객관, 인식과 대상 등의 2가지 형상을 낸다. 인식의 주객은 견해에서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런 2가지 형상은 변계소집이고, 이들 인식의 주객을 발생시킨 허망한 분별이 바로 의타기성이다. 여기에 따르면 발로 새끼줄을 밟은 인식사태는 변계소집이고, 그런 인식을 가능하게 한 허망한 분별은 의타기성이다.

안혜와 호법의 해석은 외형적으로는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다. 하지만 안혜는 제8식의 분별력을 의타기성으로 제6식의 인식을 변계소집으로 보고 있다면, 호법은 제6식의 분별을 의타기성으로 보고, 그 결과의 언어적인 분별을 변계소집으로 본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안혜가 보다 심층적인 관점을 중시한다면, 호법은 보다 표층적인 관점에서 해석한다. 이를테면 호법은 새끼줄을 밟은 의타기성에 의해서 뱀이라는 변계소집이 발생된 것으로 해석하다면, 안혜는 뱀이란 인식적인 판단은 과거에 뱀에 대한 내적인 경험, 분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이들의 차이점은 현대 심리치료에서 정신역동과 인지치료의 차이점과 유사하다. 정신역동은 과거에 그것을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중시한다면, 인지치료는 현재에서 어떻게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중시한다. 현재 경험에서 그것이 뱀이 아니라 새끼줄이라고 판명이 나면 불안과 우울증은 소멸된다. 하지만 정신역동에서는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하는 기질이 정화되지 못하면 재발된다고 경고한다. 전자가 호법의 방식이라면, 후자는 안혜의 방식이다.

뒤의 2구는 원성실성과 의타기성, 그리고 변계소집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의타기성은 변계소집과 원성실성을 함께 공유하지만, 원성실성은 항상 변계소집에서 멀리 떠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타기성이 물들면 그것은 바로 변계소집이 되고, 반대로 의타기성이 청정하면 그것이 바로 원성실성임을 알 수가 있다. 여기서 의타기성은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현실을 왜곡시키면 집착이 되고 존재 그대로 허용하면 원만한 행복이 된다.

이런 점에서 유식 삼성설은 그대로 심리치료의 과정으로 활용될 수가 있다. 곧 내담자의 문제는 변계소집이고, 변계소집의 근거인 의타기성을 정확하게 파악을 하면, 그래서 집착에서 벗어나면, 의타기성 그대로가 바로 원성실성이 된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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