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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 남한산 성불사 주지 학명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체면-허세 쫓으면 남의 살림 사는 꼴

기축년 새해에 불자님들 가정 모두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새해를 맞으며 모두들 마음속에 새해에 이루고 실천할 계획과 소원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보다 좀 더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힘들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실 때는 더욱 이런 바람이 커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과연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자신이 가장 부자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는 재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만 몇 가지 안 되는 자신의 재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이것저것 자신의 재물들을 살펴보며 남모를 즐거움에 젖어들고는 했습니다.

남의 재물만 부러워한 부자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는 일 관계로 이웃 마을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이 사람은 그 마을에서 상당한 재산가로 손꼽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말끝마다 자기가 부자라고 자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은근히 기분이 상한 그는 일을 핑계 삼아 직접 그의 집을 가 보게 되었습니다. 이웃마을 부자는 아주 신이 난 듯 자기 집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계속해서 자랑을 해댔습니다.

“이 보석은 값이 얼마나 하는 것이다”, “ 얼마나 귀한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이 재물은 또 값이 무척이나 비싼 것이라 웬만한 사람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것이다”라는 등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보물과 그가 갖고 있는 재산의 규모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꽤나 부자라고 생각하던 이 사람은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는 이웃마을 부자의 집을 가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괜한 자랑을 하는 것이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보고 나니 그 이웃사람의 재물은 정말 상당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그토록 자랑해 왔던 재물들이 얼마나 초라한 것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웃부자의 집을 나선 그는 그만 의기소침해져서 해야 할 일도 미루어 버린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마음은 더욱 불편했습니다. 불과 며칠전만해도 그렇게 좋아 보이던 자신의 집이 이제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전에는 그처럼 자랑스럽게 여겨지던 온갖 재물들도 이제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좋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일해서 그 부자보다 더 많은 재물을 모으고야 말테다.”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더욱 부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입니다.

그날부터 그는 아주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돈을 벌 수 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한 덕에 그의 재산은 하루하루 조금씩 불어가는 듯 했고 그래서 그는 더욱 신이 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자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만하던 그도 결국은 한계상황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욕심 부리다 몸-마음 상해

그리고 보니 그의 몸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기색이 역력히 나타났지만 그의 재산은 생각만큼 많이 늘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건강을 해칠 만큼 노력했던 것에 비해 자기의 재물은 예전보다 그저 조금 불어나 있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웃부자가 가진 그 엄청난 양의 재물을 모으려면 아직도 한 참은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는 다시 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재물이 고작 이정도 밖에는 늘어나지 않았다니.’
이제까지 자기가 기울인 온갖 노력이 다 소용없는 깃이었던 양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웃부자를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 그는 이웃 부자처럼 많은 재물을 갖기가 이토록 힘들다면 이까짓 적은 재산은 아무 소용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수레를 꺼내 자기의 재물들을 하나하나 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쓸모없는 것들이니 다 버리고야 말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때 마침 그의 친구 한 사람이 그를 찾아 왔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매우 자상한 사람이었던지 우선 흥분해 있는 그를 달래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자초지종을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친구에게 슬픈 목소리로 그간의 이야기를 다 털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습니다.
“여보게, 이 어리석은 사람아. 자네의 재산이 비록 그 이웃부자 보다는 적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는 빈 털터리 신세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내가 가진 재산이 적다고 이렇게 실망만 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을 해 보게. 재물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불과 며칠 일하고 재물이 늘지 않는다고 이토록 어리석은 짓을 하기보다 앞으로 자네가 살날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지금 자네가 가진 재산이 아무리 적다하여 그것을 몽땅 내다 버리려고 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일뿐이네.”

만족할 줄 알아야 지혜로운 이

현대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유사 이래 가장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현대인들이 육체적, 물질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하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빗대어 뜻하는 말입니다. 즉 우리의 마음은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다.

자신의 처지에 불만족하고 남의 것만 좋아 보여 허덕이며 사는 그 사람이 혹시 오늘의 우리들인 양 여겨지시지는 않습니까. 내 것은 어쩐지 작아 보이고 초라한 것만 같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들은 다 그럴싸해서 그를 모방하느라 정신이 없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허세, 허황, 체면 등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들 때문에 나는 혹시나 평생 남의 살림만 살다 가는 나그네는 아닌지요?

그러니 신에 대해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깨달아 보십시오. 적으면 어떻습니까. 적으면 적은 대로 즐기고, 그것을 즐길 줄 알게 되면 베풀 줄도 알게 됩니다. 사람의 눈은 앞만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며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라고 할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것이 적다고 혹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불평불만을 일삼기보다 적은 것에서 만족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좀 더 애쓰는 우리가 됩시다.

소욕지족. 작은 것에 만족 할 줄 아는 삶이 행복한 삶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학 명 스님 은

1960년 출가, 1976년 대한불교조계종 남한산 성불사를 창건했으며 벽담장학회를 설립하여 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3월 염불공덕상조회를 창립, 봉사 활동과 함께 군 포교, 구치소 교화 법문, 태안 기름 제거 봉사2회, 이웃 어르신 돕기, 경로 잔치, 농촌 자비의 연탄 보시 등 나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매년 두 차례 기초교리 및 금강경 강의를 실시하고 있으며 1991년부터는 정기적으로 서예전시회를 열고 있다. 저서로는 『선사들의 숨은 이야기』『일 이층이 있어야 삼층도 있지』『마음의 주춧돌』『지혜롭고 행복한 길』『심전수행』『자네 心 무엇인지 아나』『인생의 길잡이』『우리말 천수경』『삼세인과경』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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