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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51. 삼학을 닦은 성자의 삶

기자명 법보신문

지혜로운 이 베풂을 실천하고
어리석은 이와 벗하지 않는다

성인들과의 만남은 좋은 일이다
함께 살게 되면 항상 즐겁다
어리석은 자를 만나지 않으면
마음은 늘 편안하고 즐겁다
 - 『법구경』

불교의 중요한 가르침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현상을 개체와 개체간의 관계 속에서 관찰하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연기(緣起)라는 이름으로 강조되어 왔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서는 더더욱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시되고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삼학은 공삼매 토대서 닦아야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서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총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어리석은 사람과는 만나지 않아야 하고, 지혜로운 사람과는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화엄경』십지품에 의하면, 3학(三學)을 배우고 3공삼매(三空三昧)를 깨달은 뒤에 3현(三賢)과 10성(十聖)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3학이란 십지품의 6바라밀 속에서 요약할 수 있는, 바른 삶(戒學)과 선정의 고요함(定學)과 지혜의 충만함(慧學)으로 가다듬어진 삶의 모습이다. 곧 계·정·혜의 3학을 의미한다.

3학은 맑고 고요하고 지혜로운 삶을 위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3학은 철저하게 세 가지의 공(空)한 이치를 터득한 토대 위에 건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3공삼매이다. 3공삼매의 첫 번째는 공삼매(空三昧)이다. 이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 곧 비어있음으로 간주하는 정신력이다. 모든 것이 가득 채워진 것으로 보이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존재하는 현상의 근원을 따져보면 텅 비어 있다. 그리고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그 어떠한 것도 실체가 없는 허상(虛像)에 불과하다는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매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 공삼매를 터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공삼매를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지혜와는 정반대인 어리석음과 벗하게 된다. 공삼매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흘러가는 물처럼 잠시도 머무는 바 없이,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떨쳐버리는 지혜로운 삶을 살라는 의미이다. 두 번째는 무상삼매(無相三昧)이다. 무상은 곧 모양 없음을 터득하는 정신력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모양에 현혹되어 세상을 살아간다.

부자라는 모양, 가난하다는 모양, 젊음이라는 모양, 늙고 힘없음의 모양, 예쁘다는 모양, 못생겼다는 모양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모양은 백골(白骨)이라는 모양이고, 더 나아가서는 한 줌의 재로 흩어지는 모양을 알아차리는 것이 무상삼매의 정신력이다. 세 번째는 무원삼매(無願三昧)이다. 괴로움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모든 생명을 열반의 안온한 경지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대비(大悲)의 소원만을 남겨둘 뿐, 어떠한 소원(所願)도 다 떨쳐버리라는 가르침이 곧 무원삼매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소원을 말한다.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염원하고, 염원이 이루어 졌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한다. 나머지의 일상은 불행의 연속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통과 어리석은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지름길은 바로 이 3공삼매를 깨닫는 것이다.

마음 괴로우면 부처님제자 아니다

우리는 3공삼매를 깨닫는 수행법을 터득함으로서 참으로 지혜인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행복이며,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을 수행이라고 부른다. 이 수행의 길을 십지품에 의하면 3현과 10성으로 밝히고 있다.

3현10성(三賢十聖)이란 30개 과정의 현자(賢者)의 길과 10개 과정의 성자(聖者)의 길을 의미한다. 곧 현자와 성자의 길은 어리석음이나 괴로움과는 정반대인 지혜자의 길이고 고요한 열반의 길이 된다. 30개의 현자의 길을 10주, 10행, 10회향이라고 말한다. 어진 이들이 머물러 살아가는 모습(十住)과 이들이 모든 선행을 실천하는 모습(十行)과 또한 스스로 지은 공덕을 남을 향하여 돌려주는 모습(十廻向)을 말하는 것이다. 현자의 길을 거쳐서 비로소 성자의 길에 들어가서 안주하는 것이 10지(十地)의 경지이다.

10지의 첫 단계는 환희행이다. 우울하거나 마음이 괴로우면 참다운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우울한 일도 벌어지고 괴로운 일도 있게 마련이다. 10성의 경지에서는 우울한 일은 우울한 일로서 흘려보내고 괴로운 일은 괴로운 일로서 인식하고 흘려보낸다. 진리를 깨달은 자의 환희로움을 놓치는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앞의 3학과 3공삼매를 통하여 가다듬어진 성자의 삶은 무한한 기쁨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함을 터득한 지혜인은 어떠한 괴로움에도 동요되거나 우울해 하지 않는다. 환희지에 머물러서 제일 먼저 자신의 것을 모두 베풀어 줌으로서 최상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는 참으로 열반의 즐거움이며 탐욕과 집착을 벗어난 모습이다. 또한 어리석은 자와 벗하지 않는 삶이기도 하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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