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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남은 경구]동국대 일산병원 여성의학과 김동일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진료실서 겉 아닌 마음 치료에 노력”

바깥모양을 취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 비추어라.
不取外相, 自心返照

 

좋은 의사는 그 존재만으로 환자에게 빛과 온기의 희망을 주는 의사이다. 나는 그러한 관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의왕이라 하는 것은, 바로 어떠한 이유보다 더 그러한 존재의 실재적 구현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많은 의사들이 그와 같은 모습으로 환자에게 다가서기를 원하지만 실상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를 치료하려다 오히려 본인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을 더러 보게 된다.

이는 의학(醫學)과 의술(醫術)을 익히는데 전념한 나머지 자신의 원과 지혜를 세워 타인을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는 힘이 되는 의도(醫道)를 닦을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며, 또한 그러한 근기를 지닌 이들을 학생으로 선발하지 못하는 애초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사도 사람인지라 멍든 데, 헤어진데, 옹이진 데를 감추고 살기 마련이다. 그러한 것들은 환자와의 관계 속에서 불쑥불쑥 드러나 환자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의사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는 ‘역전이(逆轉移)’를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의료인들이 마음공부를 하게 된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 그리하여 밝은 지혜로 나아가는 것은 의료인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다.

사람의 근원적인 고민은 ‘탐(貪), 진(瞋), 치(痴)’에서 비롯된다. 탐은 욕심이다. 이것은 재물욕이나 권력욕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그 바탕은 역시 사랑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다.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 다양한 욕구로 치환되는 것이고, 그 욕구들의 좌절이 ‘진(성냄)’으로 나타나며, 성내는 적개심이 결국은 ‘치(어리석음)’를 만드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그의 삶이 밝고 따뜻한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본 경험은 모두에게 간직되는 일이다. 그런데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것은 사랑의 이기성이며,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은 사랑의 이타성이다. 이기성과 이타성의 불균형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사랑에 대한 욕구를 고르게 하는 것이 어쩌면 지혜의 길로 들어서는 첫걸음이며, 시작이다. 결국은 시작이 반이라 하니 이것이 지혜의 절반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사랑에 대한 욕구를 고르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눈떠야 한다. 자신의 본성에 대해 진실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탐하는 마음을 덮을 뿐이다. 자신을 바라보지(자심반조自心返照) 못하고 밖에서 무엇인가를 찾고자(취외상取外相) 한다면 이것은 나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投射)’가 되며, 지혜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다. 이러한 ‘불취외상, 자심반조(不取外相, 自心返照)’가 바로 불교 수행의 본질이며, 세상을 바르게 사는 길이요, 임상에서는 환자에 대한 지지와 치료의 기초가 된다. 정법으로의 귀원을 제창한 보조국사의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에도 “불취외상, 섭심내조(不取外相, 攝心內照)”라는 유사한 의미의 경구가 있다.

“불취외상, 자심반조”는 이처럼 근원적 문제를 다루는 지혜의 말씀으로 “껍데기는 가라”, 혹은 “내 탓이로소이다” 등과 같은 이 땅의 어두운 시대를 밝힌 선언들 속에서 살아 있음을 보게 된다. 또한 오늘날 이러한 관점을 정신치료에 적용한 분도 있는데, ‘도(道) 정신치료’로 유명한 이동식선생이 그러한 의료인이다.

“오늘 나의 일은 본디 나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 진료실에서, 그리고 나날의 삶에서 맞는 내 삶의 인과에 대한 책임을 깨닫고 내가 나에게서 풀지 않으면 안 된다. 밖에서, 껍데기에서 찾아 헤매지 말고 내 마음속을 비춰보자!” 이런 생각을 하며, 심우(尋牛)의 새해를 맞는다.

동국대 일산병원 여성의학과 김동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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