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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45년 전의 혜안

기자명 법보신문

『석가』불연 이기영 전집 제8권/한국불교연구원

불교의 나이는 대략 2600살이고, 그 몸집은 인도 땅에서 시작하여 중근동, 그리고 동북아시아에 이르고 최근 유럽과 미 대륙에 까지 이릅니다. 이런 사정이니 지역마다, 시대마다 내세우는 부처의 정의는 각양각색입니다. 결국 2600여 년 전 인도 땅에서 실재하셨던 바로 그 붓다와 사람들의 가슴속에 깃든 붓다는 전혀 딴판이 되어버렸습니다.

1700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불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에게 고타마 붓다는 낯설기 짝이 없고 심지어는 그리 꼭 알아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존재였습니다. 우리는 고타마 붓다라는 실존인물보다 그 존재를 형용하고 있는 ‘진리’라는 막연한 베일에 호기심이 더 컸으며, 덩달아 베일을 휘감으면 자기도 부처가 되는 양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인심이 흉흉하고 각박해져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지금 사람들은 불교에서 그 해답을 찾기 보다는 “불교, 너라고 별 수 있니?”라며 차디찬 조롱을 퍼붓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요즘 솔솔 일어나고 있는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은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이것은 붓다를 제대로 알고, 고타마 붓다의 정신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고 하여 그리스도의 재림과 천년왕국을 배경에 깔고 있는 근본주의를 연상하면 곤란합니다. 석가모니라는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은 우리가 그동안 알아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존재를 추적하면서 2천 년 넘게 자행해왔던 ‘내맘대로 불교’를 반성하자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2500여 년 전 고타마 붓다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었습니다. 구태의연한 정신의 찌꺼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실이냐? 진실하냐?’라며 아주 커다란 물음표를 들이댔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요즘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호소력이 강한- 내로라하는 수행자들의 수행법과 사상들을 일일이 익히고 그들의 장단점과 한계를 명확히 밝혀낸 사람이었습니다. 수천 년의 전통으로 굳혀진 습속과 관념의 오류를 지적하고 잘못된 견해를 타파하는 데에는 인정사정없었기에 고타마 붓다를 혁명가라 부르는 이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였고, 조상 대대로 마음을 의지하며 살아온 구습(舊習)을 죄다 깨버리기 보다는 대단히 온건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의미를 새롭게 불어넣어준 사람입니다.

고타마 붓다를 제대로 안다면 권력의 치마폭에 휘감겨서 입에 넣어주는 사탕에 취할 일도 없고, 시대의 문제에 나 몰라라 눈감고 도인 흉내를 낼 수도 없을 것이며, 답답한 심사를 풀어놓는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면서 거만하게 군림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고(故) 이기영 박사께서는 제발 좀 붓다를 역사적 인물 그대로 알아보자며 이 책을 저술하셨습니다.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이전인 1965년의 일입니다. 이미 그 시절에 이런 메시지를 던지셨으니 당대의 석학, 실천적 종교인이란 호칭이 왜 그 분을 따라다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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