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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진정한 행복은 세속적 욕망 내려놓는 것
기도-수행으로 의연함 갖추는 연습해야

영각 앞과 극락전 수각 옆 매화나무가 늦추위를 밀어내며 활짝 꽃을 피워 봄이 시작되었음을 확연히 일깨운다. 해마다 매화를 보노라면 떠오르는 선시 한수가 있다. 바로 송나라 때 이름모를 비구니 스님이 지은 探春詩-봄을 찾아 나서는 시-이다.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芒鞋遍踏頭雲(망혜편답롱두운)
歸來笑然梅花臭(귀래소연매화취)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시분)
이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온 종일 봄을 찾아 다녔으나 봄은 보지 못하고/짚신이 다 헤지도록 언덕 위 구름만 따라 다녔네/돌아오니 활짝 매화가 피고 향내가 가득하니/봄은 이미 매화가지 위에 한껏 와 있음이라.
봄, 즉 행복은 밖을 향해 아무리 애를 써 추구한다 하여도 그저 미로 속을 헤매 도는 것이 될 뿐 결코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돌이켜보는 순간 지금 바로 이 자리에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우리네는 끝임 없이 밖으로 내달으며 욕망의 갈애를 채우려고 한다. 이 때문에 범부 중생들은 대부분 숨이 멎는 순간 쏜살같이 지옥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이를 일깨워주기 위해 지장청 歌詠에도 위와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掌上明珠一顆寒(장상명주일과한)
自然隨色辨來端(자연수색변래단)
幾回提起親分付(기회제기친분부)
暗室兒孫向外看(암실아손향외간)
손바닥 위 한 알의 밝은 구슬
저절로 색에 따라 또렷하게 비춰내네/몇 번이고 들어 보이며 친히 알려주었건만/미혹한 중생은 바깥만을 바라보네.

이렇듯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행복은 현실적 욕구를 채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불가에서 추구하는 행복은 현실적 욕망으로 인한 갈애를 내려놓고 밖을 향하던 마음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림으로 고여 드는 것이다. 욕구의 충족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이 얻어지는 것이라면 이 땅에 부처는 출현치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세속적 모든 복을 구비한 전륜성왕의 길에 있었기에 출가를 단행할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어떤 불자들은 부처님이 자기편이 되어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기를 갈구한다. 자신이 부처님의 편에 서서 살기 보다는 부처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갖은 애를 쓴다. 부처님은 결코 우리 욕구의 해결사가 아닌데도 말한다. 그렇다고 소박한 기원마저 지우라는 것은 아니다. 그 일의 결과만 취하려 하지 말고 회향과 원력을 같이하라는 것이다. 가령 열심히 입시 기도해서 합격 시키는 것보다는 설령 떨어져도 스스로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으며 넉넉히 보듬어 줄 수 있는 아량을 지니고 용기를 내어 다음을 준비하는 힘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고 기도의 참 의미이다.

즉 상황에 떨어져 일희일비 하지 않고 설령 지옥에 있어도 늘 여여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일이 기도고 수행인 것이다. 기도를 통해 무언가 신통한 일을 얻는다 거나, 자기가 바라던 세속적 무슨 일을 이루었다 해서 그것이 기도를 잘한 것이고 부처님을 믿은 효험인양 생각해서도 안 된다.

지난번 화엄산림 회향하며 달력을 배포 할 때였다. 회향일이 되어 수천 명이 운집하여 행사를 하다 보니 바로 달력을 배포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고민하고 있는데 일부 신도님들이 행사에는 동참치도 않고 먼저 점심 공양을 마치고 와서는 달력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어쩔 수 없이 원래 장소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줄을 세워 나누어 주려하자 줄은 전혀 서지 않고 다른 사람의 위험은 생각지도 않고 우하고 거친 물결처럼 밀려들어 아수라장을 연출함을 보며 우리 불자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싶어 너무도 서글프고 안타까웠다. 겨우 달력 한 권을 가지고 이런다면 더 큰 이익이 달린 일엔 부처님이 생각이나 날까. 그 상황을 겪으며 한 가지 위안이라면 얼굴이 익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 모두 부처님의 편이 되기 위한 기도와 수행으로 이 봄을 만끽했으면 싶다.
정묵 스님 통도사 포교국장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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