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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55. 사랑받는 이가 되려면

기자명 법보신문

계율을 지키고 진리를 구하면 찬사가 따른다.

덕과 지혜를 갖추어
바르게 행동하고 진실을 말하고
자기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이웃에게 사랑을 받는다
 - 『법구경』


『법구경』217번 게송은 거해 스님에 의하면 ‘계행과 내적 지혜를 갖추어 진리를 잘 이루고 담마의 뜻 깨달아 자기의 의무를 지키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내적 지혜’는 위빠싸나의 수행, ‘진리’는 네 가지의 도과(道果), ‘담마’는 네 가지 진리, 곧 4성제(四聖諦)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들을 다시 종합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해서 생활하는 사람은 덕으로서 계율을 지키고, 내적인 고요로서 지혜를 갈무리하여 진리에 다가서는 삶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또한 4성제의 참다운 이치를 깨달아 수행자로서 살아가는 의무를 다한다면 세상의 모든 찬사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게송 역시 앞에서 이어지는 ‘제16 쾌락의 장’에 실려 있다.

앞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우리에게 쾌락을 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일 수도 있고 왕자와 같은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에는 미움과 이별의 괴로움이 이미 잉태되어 있고 화려함과 풍요로움은 시간의 흐름 속에 변멸(變滅)해 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과 화려함과 풍요로움에 젖어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움과 사멸과 공허함의 괴로움과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괴로움과 즐거움, 미워함과 사랑함, 풍요로움과 가난함의 그 어느 것에도 마음을 빼앗기거나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경책하는 것이다. 허상(虛像)으로 이루어진 현상에 마음을 빼앗겨서 울고 웃기보다는 언제나 평온한 마음으로 진리를 직시하며 살아야 한다.

생명 존귀 실천이 현대의 과제

진리를 직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첫째로는 모든 생명을 편안하게 하는 계율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은 동일하게 괴로움을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을 살상하지 말라는 계율이 제1의 계명으로 우리 앞에 제시되어 있다. 계를 지킴으로서 얻어지는 계의 덕(戒德) 중에 제일가는 것이 생명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제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모두가 생명존중을 부르짖고 있다.

석가모니가, 더 나아가서는 과거의 무수한 부처님이 이미 말씀하신 생명존중이 이제 와서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생명의 존귀함을 어떻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실현해 나아가느냐의 문제이다. 이것을 일상생활에서 계의 덕(戒德)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명존중을 실현하는 계의 덕은 들뜬 마음에서는 얻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방종을 가다듬으면서 모든 생명이 그물코처럼 서로 얽혀 있음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바닷물이 더러워지면 깨끗한 물고기는 잡히지 않는다. 오염된 물고기를 먹거나 탐욕으로 잡은 먹을거리를 먹고서 살아가는 인간은 병들고 포악한 심성을 자연히 갖게 된다. 최소한으로 먹으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소비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겸손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이것이 생명 존중의 계덕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며 진리에 다가서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오늘날처럼 인간이 포식의 동물이 되어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있을 것이고 인간 중에서도 최고의 권자에 앉거나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사람에게 주어진 권리가 있다면 당연히 책임과 의무도 따르는 것이다. 오늘날 진리에 깨어 있는 불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의 실천자로서 책임과 의무가 있다. 최소한으로 살고 언제나 진리에 어둡지 않은 삶의 모습을 지켜가야 한다.

불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란 진리에 깨어 있는 것이다. 진리를 이루어 간다는 것은 수행자가 네 가지 결과(道果)를 성취하는 일이라고 한다. 흔히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금생에 최고의 결과인 아라한과까지는 성취하지 못하더라도『법구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다원(須陀洹), 즉 성인(聖人)의 무리에 입문하는 예류과(預流果)에는 우리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삶이 성인의 삶을 닮아가기 위해서는 고집멸도 4제(四諦)의 이치를 관찰하여 밝게 깨닫는 것임을 경전에서 배웠다.

이는 곧 담마를 보고 담마를 실천하는 삶이라고 설명한다. 담마(dhamma)란 곧 법(法)으로서 진리를 의미한다. 어떻게 하면 삶의 진리인 고집멸도(苦集滅道) 4제를 관조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깨어 있음’이 불자의 의무

삶의 괴로운 현상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우리의 수행이고 책임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자신만을 최고로 여기는 자만(自慢)일 수도 있고 탐욕일 수도 있다. 때로는 자신만을 위함이 도를 넘어서 남을 해치고 다른 이에게 불편을 준다. 이제 원인을 알았다면 괴로움의 원인을 제거하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탐욕을 줄이고 자신만을 내세우기에 앞서서 남을 배려하는 삶의 실천이다. 실천하기 어려운듯하지만 불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려는 수행의 삶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불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도록 마음을 가다듬자.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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