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매화꽃 향기는 겨울 추위를 견딘 대가
어려움 극복하려면 탐욕부터 버려야

지난해,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불붙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금융위기는 경제 전반의 불황을 불러와 그 골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다. 각국의 경제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수출길이 막히고, 수출이 잘 되지 않으니 수출품의 제조가 위축되며, 제조물량을 줄이려니 고용 상태가 악화돼 대량실업 현상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에 기름을 끼얹듯 금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경제활동의 혈액순환이 경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이 이처럼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우니 사업하는 사람은 그들대로, 일반시민은 그들대로 입만 열면 경제 걱정이요, 살기 어렵다는 푸념들이다.
각국 정부는 정부대로 경제의 파국을 막고 빈사상태의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으나, 별로 신통한 약효가 없는 것 같다. 우선 금융기관을 안정시키고 기간기업을 살리기 위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해서 각국에서는 역사상 유례없는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퍼 붇고 있다. 전문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 EU, 중국 및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한 돈의 액수가 약 6조 5000억 달러, 한화로 약 8500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돈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셈이다.

이것도 부족해서 얼어붙은 소비를 녹여 소비의욕을 진작시킨다는 명목으로 온 국민에게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나누어 주는 일까지 늘어가고 있으니, 돈의 집중호우로 인하여 둑이 무너져 돈의 홍수가 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이처럼 쏟아 부은 돈은 결국 국민의 세금과 정부가 국채 발행 등 빚을 낸 돈으로 지변하는 것이니,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문어 제 발 뜯어 먹는 격”이 아닐 수 없고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기 마련이지만, 우선 급하니 “언 발에 오줌 누기”라도 하고 볼 일인 것 같다.

비로 인한 홍수건, 돈으로 인한 홍수건, 홍수는 홍수다. 홍수가 난 때에는 우선 피하여 물이 빠져 안전하게 될 때까지 참고 다소곳이 기다리는 것이 첩경이다. 괜히 허둥대다가는 물에 휩쓸려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아무리 거센 물결이라도 끝이 있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잦아들게 된다. 이른 봄 눈 속에 핀 화사한 매화꽃과 코를 찌르는 향기를 대할 수 있는 것도 모진 추위를 참고 견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인간은 반세기 이상을 잘 누려왔고, 그러다보니 인간의 탐욕은 눈덩이처럼 커져 거의 극에 달하게 되었다. 어차피 지금쯤은 어둠과 추위가 찾아올 만한 때이다. 우리에게 어둠과 추위가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교훈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진 추위가 엄습하는 겨울밤에 마음을 가다듬고 과거를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고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다가올 새 아침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증일아함의 좬화멸품(火滅品)좭에는 “교만이라는 번뇌를 버리고, 또 ‘나’다, ‘나의 것’이다 하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세계적이고 세기적인 경제난국은 사람의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은 우리 인간만의 것이거나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세상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것이고 모든 것이 서로 어울려 존재를 이어가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마치 이 세상의 주인처럼 행세하고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다루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경제 한파가 지나가고 새 날이 밝을 때에는 그린산업(green industry)이 빛을 볼 것이고, 자연친화적인 업종이 성할 것이 틀림없으며, 경쟁보다는 협조가 미덕으로 떠오를 것이다. 마음을 바로 하여 바로 보고 바로 생각하는 가운데 어려움의 장막은 자연히 걷힐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 바야흐로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