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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신심명]⑤ 신은 좋고, 우상은 나쁜것?

기자명 법보신문

신앙과 미신 구분 지음은 결국 사람의 마음
가장 꺼려할 것은 주관적 감정 게재된 확신

불교가 교주의 주관적 신념이나 우주의 객관적 사실이 아님을 지난번에 언설되었다. 도(道)와 진리가 주관적 신념의 주장과 같은 것으로 변하면, 그런 신념을 편 교주는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신앙의 대상으로 탈바꿈하고 절대자로 둔갑한다. 절대자는 내가 좋아하면 신이 되고, 내가 싫어하면 우상이 된다. 신은 좋고, 우상은 나쁜 것으로 변한다. 좋은 절대자는 신이고, 나쁜 절대자는 우상이다. 따라서 신의 경배는 신앙으로 변하고, 우상의 숭배는 미신이라고 배격된다.

신과 우상과의 사이에, 신앙과 미신과의 사이에 다만 내가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하는 마음의 차이 밖에 없다. 불교는 이런 감정의 호오(好惡)를 배격한다. 신과 우상, 신앙과 미신 등의 차이를 강조하는 기존 종교의 주장을 불교는 주관적 변덕 이상이 아니라고 본다.

또 증명가능하고 측량가능한 객관적 사실은 주관적 호오를 배제하는 측면에서 좋으나, 광대무변한 이 우주의 사실을 유한한 인간의 감각기능 안으로 잡어 넣기에는 그것이 너무 단순화된다. 그래서 객관적 사실은 우주적 사실을 알려주는 조그만 단서가 되나, 그것이 우주적 사실의 구체적 면모를 온전히 말하는 데에는 너무 추상적이고 부분적이다. 불교는 과학을 환영하나, 과학적 방법을 우상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교는 주관적 신념체계 보다 오히려 객관적 과학의 지식을 더 가까이 한다. 불교가 가장 꺼려하는 것은 주관적 감정이 게재된 확신이다.

신앙의 이름으로 나타나는 주관적 신념은 자아의 생각과 감정을 절대시한다. 신앙이 절대적이고 맹목적이면 그만큼 그 신앙은 절대자를 본받아 독선과 배타의식을 배양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자기가 믿는 절대자의 진리를 옹호하고 그 세력을 확장하기 위하여 타종교 절대자와의 싸움을 성전으로 착각하게 하고, 전사의 죽음을 구원으로 여기게 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 이었던가? 기독교와 이슬람과의 여러 차례에 걸친 전쟁은 모두 절대자의 신앙을 가장 신성시 여겼던 종교전쟁이었다.

이들 두 종교전쟁에서 죽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기독교 세력이 타 대륙을 점령해서 다른 민족들이 전통적으로 향유해 온 다른 종교들을 부정하고 인종 말살을 얼마나 자행해 왔었는지! 아마도 수천만 명을 훨씬 넘는다고 봐야할 것이다. 주관적 확신의 종교는 광신의 종교로 급변해 세상을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놓고 싸우게 만든다. 더구나 한국인이 격정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좌우의 정치적 열광과 종교적 광신에 빠져 사람들의 마음을 애증으로 분열시킬 위험성이 아주 크다.

어느 기독교 목사가 열렬한 신앙을 강조하면서 “열광하는 기독교 신자들로 미쳐야 예수교도가 된다”고 힘주어 역설하는 장면을 나는 목도하였다. 내가 들었다. 어느 기독교교인이 전철역에서 어느 비구니를 붙들고 교리공격을 가하더라는 것이다. 그 비구니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데, 내용인즉 불교는 우상숭배 종교이기에 사특한 길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 자기 개인감정인 주관적 호오의 판단에 노예가 된 편협한 인간이여!
승찬 대사는 이런 편협한 자기 시각으로 세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왜곡된 현실을 『신심명』에서 고발하고 있다. 선악의 잣대로 이 열광의 병을 고치려 하지 말라. 열광의 병에 걸리면, 자기의 열광이 정상적 선이고, 타인의 것은 벌써 악마의 짓거리로 규정되어 버린다. 다시 『신심명』으로 되돌아간다.
 
2) 티끌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호리유차·毫釐有差), 하늘과 땅 사이로 벌어지나니(천지현격·天地懸隔).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거든(욕득현전·欲得現前),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라(막존순역·莫存順逆).

이 사언절구의 내용들은 이미 앞에서 거론된 뜻과 크게 어긋나지 않기에 앞의 설명으로서 충분하리라 본다. 그러나 조금 각도를 달리하여 언명하련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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