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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남은 경구]시인 최명숙

기자명 법보신문

열매를 얻으려거든 씨를 뿌려라

선을 심으면 복을 얻게 되고 악을 심으면 재앙을 얻게 된다.
씨를 심지 않고는 열매를 얻지 못하나니 그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면 복은 스스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견의경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어르신들의 말씀 중에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라는 말이 무척 듣기 싫었기 때문일까. 장애인이 불자로 산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요즘 들어 불교도 사회복지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장애인복지관 운영 등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사업들을 펼치고 있고, 사찰들도 편의시설을 갖추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보면서 불자라면 장애인 스스로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언제부턴가 장애인법회가 하나쯤 열려야 하지 않을까, 장애불자 스스로가 자조적 모임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경전 한 줄 제대로 해석 할 줄도 모르고 반야심경조차 잘 외우지 못하면서도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면서 은연 중 했던 생각은 부처님께서 주신 신행생활의 씨앗이었던 같다.

6여년이 흘러간 이야기다. 안동에 살던 장애인 친구가 아프다기에 문병을 가던 길이었다. 친구의 집에 가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이름만 들었던 봉화 청량사로 향했다. 산길을 오르며 듣던 저녁예불시간의 법고소리, 종무소 앞에서 나를 내려다보시던 지현 스님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현 스님께서 내려주신 차 한 잔을  마시고 어두워진 산길을 내려오면서 인연이란 게 이런 건가 싶어 몇 번을 뒤돌아보곤 했었다.
그 후 삼천 배 철야정진에 매달 가게 되었고, 이런 과정에서 지현 스님께서도 나의 마음을 읽으셨는지 장애인법회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 스님의 그 말씀을 터로 삼아 가슴에 품어두었던 씨앗을 꺼내 심어 불교를 사랑하는 장애인들의 모임 ‘보리수 아래(http://cafe.naver.com/borisu0708)’를 싹 틔우게 되었다.

작년에는 사월초파일 봉축행사로 장애인들이 주축이 된 제1회 보리수 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도 제2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예산과 인력 조달 등 여러 가지 큰 어려움이 산재해 있지만 “씨를 심지 않고는 열매를 얻지 못하나니 그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면 복은 스스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란 말씀을 새기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어제는 음반제작에 참고하기 위해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 음반매장과 종교서적 코너를 돌아보니, 타종교 코너에 비해 찬불가집은 디자인도 초라한 찬불가집 서너 권 밖에 꽂혀 있지 않았다. 불교의 현실이 이건가 싶어 마음이 씁쓸하다가 글을 쓰는 보리수 아래의 장애회원들이 포교활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은 듯하였다.

남들이 삼천 배를 한다하여 장애를 가진 회원들이 삼천 배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삼천 배 수행의 마음으로 부처님 찬탄의 노래,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 한곡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처님께 드리는 최고의 공양이요, 삼천 배에 버금가는 수행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작정 ‘장애인 법회를 하니 오시오’하면 올 사람은 몇 명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방편으로 그들이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 있어야만 될 것이다.
비장애불자들도 이런 노력에 거름이 되어주시고, 적당한 햇살과 비가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인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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