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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소통의 다리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도반스님들이 꽃샘추위와 함께 찾아와서 작은 사슴의 섬 소록도에 다녀왔다. 이제 차별과 소외의 뱃길이 사라지고 평등과 소통의 다리가 열렸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감동 깊게 읽었던 구도소설 『솔바람 물결소리』가 떠올라 다리를 건너가는 것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한 소년이 한센병 환자를 부모로 두었는데 구도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음성환자인 마을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보살행의 실천을 그린 소설이었다.

어느덧 하얀 목련이 벌써 지고 있는데 많은 관광객들은 한센인들이 그 동안 겪었던 깊은 한을 위로하는 듯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원생들은 자녀가 태어난 경우 전염을 우려해서 격리하고 한 달에 단 한 번만 면회가 허용 되었다고 한다. 그 면회 장소를 ‘수탄장’이라 한다는 슬픈 이야기를 들으니 섬 속에 또 하나의 섬이 있어 마치 어미 사슴과 새끼 사슴이 철조망을 앞에 두고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는 모습인양 구슬픈 눈매가 떠오른다.

중앙공원에 오르니 적송이 부채살처럼 우아하게 품위를 자랑하며 향기로운 솔바람을 건네주어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가 새겨진 넓은 바위 앞에서 ‘필-닐-리’ 시구를  읊조리며 보리피리의 슬픈 연주를 들어 본다.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따라서 자료관을 살펴보니 그 동안의 역사와 더불어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어 이들의 아픔에 벗이 되고 힘이 되어준 이웃 종교인들이 고맙게 다가왔다.

바로 옆 섬에 살면서도 여러 가지 핑계로 이제사 이들의 깊은 한을 성찰하고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에 다시 한 번 보살행의 원력을 다짐해 본다. 꽃샘추위에 바닷바람이 매섭지만 오는 봄은 막을 수 없어 산에는 다시 진달래가 꽃 사태를 이루고 있다. 사람이 본래 부처이지만 어리석은 범부들은 편견과 차별의 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무거운 죄를 지어 결국에는 헤어나지 못하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관세음보살은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곧 달려가서 중생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겠다고 원력을 세운 자비의 화신이다. 그러므로 한 생각 번뇌가 일어나거나 지금 자기가 처한 인권의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결코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말고 잘 알아차려서 바로 관세음보살을 불러야 한다. 그러면 오온이 공함을 깨달아 고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자비로운 관세음을 바로 친견하게 될 것이다. 마음과 구세대비로서의 관세음보살이 둘이 아님을 굳게 믿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끝없이 정진을 쉬지 않는 다면 나와 세상이 함께 해탈하는 정토가 머지않아 나타날 것이다.

한편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병고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은 좌절하지 말고 자기가 믿고 의지하는 불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며 당당하게 일어나야 한다. 지금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지난날 소록도의 원생들이 겪은 고통과 깊은 한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극복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동안 소외된 이웃들과 차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대변하여 많은 도움을 주었던 국가인권위가 경제사정이라는 핑계로 축소된다는 반갑지 않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돕고 이웃을 배려하는 인권지수가 높아야 국가의 브랜드는 향상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보리밭에는 더욱 푸르게 보리가 피어오르고 있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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