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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출가자 본분은 수행…초심 잃지 않아야

모든 것은 ‘다워야’ 한다. 사람은 사람답고, 스님은 스님답고, 학교는 학교답고, 기업은 기업다워야 한다. 만일 ‘답지 않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요새 ‘답지 않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이마를 찌푸리게 하는 것은 이른바 성직자라는 사람의 탈선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자청하고 나선 정치인들의 부패상이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불교계의 한 종립대학의 법인이사회 임원의 지위를 놓고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학교법인의 이사장인 스님 한 분이 형사사건으로 기소가 되었고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한 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고 한다. 학교법인 임원의 결격사유(缺格事由)를 규정한 사랍학교법 제22조는 제1호에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규정에 해당되는 자”를 결격사유의 하나로 들었고,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4호는 “금고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결격사유로 명시하였다.

원래, 결격사유라는 것은 이른바 능력요건(能力要件)이라고 해서 그에 해당하면 일정한 직위에 선임될 수 없는 사유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을 그 직위에 선임하면 그 선임행위가 무효로 됨은 물론,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이 사후에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그 직위를 상실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학교법인 이사인 사람이 징역형의 선고를 받아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그 직을 상실하는 것이 당연한 법리이다.

그런데도, 모 종립대학 학교법인 이사인 그 스님은 이사의 직을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고 고집하고, 심지어 관할청인 교과부장관이 학교법인에 대하여 그 이사의 신분처리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는데도 그 당사자는 요지부동일 뿐만 아니라, 당해 학교법인 이사회역시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니, 해괴(駭怪)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종립학교 학교법인이라고 해서 스님으로 이사의 대부분을 채운 것부터가 잘못됨의 시발이다. 지금은 프로의 시대이고, 프로끼리의 경쟁으로 결말이 나는 시대이다. 대학을 발전시키고 대학교육의 내실을 거두려면 대학을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기고 종단의 간섭을 없애야 한다. 종단에서 파송하는 스님은 종단의 뜻을 전할 한두 분으로 족하다.

스님은 해탈성불이라는 보다 큰 뜻을 품고 삭발 출가한 불문(佛門)의 프로이다. 물론, 스님 가운데에는 프로 이상으로 각 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는 분도 있을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그러한 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스님의 본령(本領)은 출가승으로서의 수행임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스님이 속사(俗事)에 몸을 담다보니 스님답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고, 그것은 부처를 파는 일이며, 부처를 욕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걸식경(乞食經)』에서 “비구는 다만 걸식하는 것만이 아니다. 세속의 법을 받아 가지면서 어떻게 비구라 이름하리. 공덕과 허물을 모두 떠나 바른 행을 닦고 그 마음에 두려움 없으면 그를 곧 비구라 부르니라.”라고 단언하셨고, 나아가 잡아함의 『책제상경(責諸想經)』에서 “집을 나온 사람은 하천하게 생활하나니, 머리를 깎고 발우를 가지고 집집에 밥을 빈다. 혹 천대를 받더라도 그렇게 하는 까닭은 훌륭한 이치를 구하기 위해서이니 곧, 남, 늙음, 병듦, 죽음과 걱정, 슬픔, 번뇌, 괴로움을 건너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너희들은 왕이나 도적이 시킨 일도 아니요, 빚진 사람도 아니며, 두려움 때문도 아니요, 생활에 궁해서도 아니면서 집을 나온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남, 늙음, 병듦, 죽음과 걱정, 슬픔, 번뇌, 괴로움을 해탈하기 위함이니, 너희들은 이것 때문에 집을 나온 것 아닌가!”라고 간곡히 이르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쪼록 스님들은 속사를 멀리하고 출중한 스님다움으로 정진하여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성불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할 뿐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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