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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탐욕이 커지면서 다툼이 잦아진 세상
삼독을 닦아내며 소박의 의미 깨닫길

요새처럼 다다익선(多多益善)이 통하는 때도 없을 것 같다. 무조건 큰 것이 좋고 많은 것을 추구하는 풍조이다. 기업도 클수록 경쟁력이 있어 좋다하고, 심지어 법을 다룬다는 이른바 로펌(law-firm)조차 규모로 대결한다.

세기적이고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처한답시고 각국 정부가 앞을 다투기라도 하듯이 쏟아 붇는 돈도 일찍이 들어보지도 못한 천문학적 금액에 이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하나’ 쯤은 눈에 띄지도 않고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적은 것은 숫제 거들떠보거나 상종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일이 이지경이니 모두가 앞을 다투어 큰 것을 추구하고 많은 것만 챙기려 한다.

큰 것과 많은 것에 취하니 갈수록 탐욕이 커지고, 탐욕이 커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에 관계없이 남에게 눈을 부릅뜨고 화내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탐착과 진에가 쌓여 스스로 마음 편할 날이 없어진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작은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과학계의 통설에 의하면 이 우주는 약 137억 년 전에 압력이 매우 높은 조그마한 입자 하나가 대폭발(big-bang)을 일으켜 생겨난 것으로, 그 대폭발로 생겨난 소립자(素粒子)들이 합쳐져 원자가 되고 원자가 합쳐져서 분자가 생겨 결국 생명체가 태어나기까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이론에 의한다면, 하나의 아주 작은 입자가 없었던들 오늘의 우주가 있었겠는가? 우주의 의미는 바로 ‘하나’에 있는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하나가 없으면 둘이나, 셋, 열, 백이 있을 수 없고, 미립자(微粒子)가 없으면 우리 인간이나 태산 따위도 없다. 법성게(法性偈)에는 “하나는 곧 모두이고 많은 것은 곧 하나이다(一卽一切 多卽一)”라는 문구가 있으니 실로 그대로이다.

참으로 소중한 것은 하나이고, 아기자기한 멋은 작은 것에 있다. 소박하면서도 고상한 품격을 느끼게 하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동양란이 풍성하고 현란(絢爛)하면서도 향이 없는 양란에 비해서 몇 수 위인 것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작은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무턱대고 많은 것과 큰 것을 추구하는 탐욕을 절제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와 경제 불황도 그 원인을 따져 보면 바로 사람의 끝을 모르는 탐욕에서 빚어진 일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인 AIG 등 미국의 대형금융기관들은 아직도 속을 못 차리고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받은 공적자금을 가지고 보너스(bonus) 잔치를 벌였다고 해서 미국의 조야(朝野)가 온통 떠들썩하다. 탐욕이란 바로 그런 속성의 것이다. 원래 탐욕이란 한번 고개를 들면 눈사람처럼 커지고, 계속 커진 눈사람은 결국은 그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까지 치어 눕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무지경(無知經)』에서 “어리석은 중생들은 물질에서 탐욕을 떠나지 못하고 사랑을 떠나지 못하며 생각을 떠나지 못하고 목마름을 떠나지 못하여 물질에서 윤회하고 물질을 따라 돌면서 바퀴 돌고, 혹은 머물기도 하고 혹은 눕기도 하여 물질을 떠나지 못한다. … 긴 밤 동안에 마음은 탐욕에 물든바 되고,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마음이 번민하기 때문에 중생이 번민하고,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에 중생이 깨끗하니라”라고 하여 마음에서 삼독을 닦아내야 함을 간곡히 이르셨다. 무턱대고 큰 것, 많은 것을 추구하지 말고, 작은 것의 값어치를 이해하고 체득할 일이다. 남들을 불편하게 하고 남의 욕을 들으면서까지 감당하기도 어렵도록 많은 것을 가져봤자 그 중 단 하나도 가지고 가지 못하지 않는가!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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