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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64. 도를 실천하려면

기자명 법보신문

남에게 어진 것이 도를 실천하는 길

진실과 진리와
불살생과 절제와 자제로써
더러운 때를 벗어 버린 사람을
진정한 큰 스승이라 한다.
                                       - 『법구경』

긴 겨울이 지나가고 따듯한 봄이 찾아왔다.  꽃들은 산과 들에 가득 피어나고 있다. 모든 생명이 기지개를 켜면서 삶의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이 좋은 때에 석가모니부처님은 이 세상에 태어 나셨다. 부처님께서 굳이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사바세계에 태어나신 목적은 고통 속에 허덕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에게 편안함을 안겨주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천상과 천하에 있는 모든 생명의 개체 개체가 더할 나위 없이 존귀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괴로움과 어리석음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으로 이를 다 편안하게 해주겠다(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는 부처님 탄생의 서원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탄생의 목적과 같이 45년간을 세상을 이끄는 인도자이며 스승으로서(三界導師), 때로는 모든 생명의 고통을 평등하게 변호해 주는 사생의 어진 어버이로서(四生慈父) 길을 가르치고 함께 길을 걸으신 분이다. 부처님이 제시하신 길이 8만4천 가지의 법문이 되어 오늘날 우리 곁에 있다. 『법구경』 또한 그 중에 하나이다. 물질의 가치에만 치닫는 사람은 이 길조차도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며 살고 있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자만심 가득했던 바라문의 참회

위의 게송은 『법구경』 제19 ‘도를 실천하는 사람 장’이다. 이 부분은 『법구비유경』의 제28 봉지품(奉持品)에 대응된다. 『법구비유경』에 의해서 이 게송을 설하게 된 인연을 살펴보면, 살차니건이라고 하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만심에 꽉 차 있었다고 한다. 가문도 좋고 머리도 명석하고 제자도 많았다. 살차니건바라문의 자만심에 대한 일화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바라문은 항상 복부와 허리 부분을 얇은 금속판 같은 것으로 두르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서 그 이유를 물으면 자신의 지혜가 넘쳐서 흘러버릴까 걱정이 되어서 배를 철판으로 두르고 다닌다고 대답할 정도로 허세를 부리곤 하였다.

그런데 사위국 전체에 부처님의 교화설법에 대한 명성이 날로 높아지자 이 바라문은 시기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부처님과 겨루어 보려고 기원정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멀리서 부처님의 모습만 뵙고도 왠지 지금까지와는 달리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공경히 예를 올리고 겨루어 보려고 준비한 질문을 물었다고 한다. ‘무엇을 도(道)라고 하며, 무엇을 지혜라고 하며, 무엇을 덕 높은 사람(長老)이라 하며, 무엇을 단정(端正)하다고 하며, 무엇을 수행자(沙門)라 하며, 무엇을 출가비구라 하며, 무엇을 어질고 밝은 이(仁明)라고 하며, 무엇을 도(道)가 있다고 하며, 무엇을 계(戒)를 받드는 것이라고 하는가?’등의 질문을 드렸다. 이 질문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위의 게송 등으로 자세히 답을 하셔서 자만심에 찬 바라문을 제도하셨다고 한다. 이를 풀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道)란, 항상 배우기를 좋아하고 올곧음을 몸소 실천하며 오직 보배로운 지혜의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며, 지혜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마음 없이 선(善)을 지켜가는 것이며, 덕 높은 사람이란, 나이가 높고 머리가 흰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이치를 꿰뚫어 알고 순하고 조화로우며 어질고 명달(明達)하여 깨끗한 삶의 소유자이며, 단정함이란, 탐욕과 질투, 허영과 위선이 없고 악의 뿌리까지 끊어버려서 성냄이 없는 모습이며, 수행자란, 외형적으로 머리를 깎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거짓과 악함을 끊고 마음을 고요히 하여 원대한 구도의 자세를 갖춘 자이며, 출가비구란, 겉으로 무소유를 표방하는 걸식(乞食)의 생활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죄업을 남김없이 떨쳐버리고 청정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며, 어질고 밝은이란, 입으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청정하여 거짓으로 꾸밈이 없고 적멸의 고요함을 지켜 가는 사람이며, 도(道)가 있다는 것은, 천하의 생명을 어루만져서 해악을 끼치는 일이 없는 것이며(無害爲道), 법(혹은 계)을 받드는 것은, 말로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법을 의지해서 도를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부처님은 가르침을 설하셨다.

부처님은 실천으로 모범 보여

살차니건바라문은 부처님의 위와 같은 세세 밀밀한 가르침을 듣고서 그동안 자신의 모습을 깊이 반성하게 된다. 세상에 살든, 세상을 벗어나서 살든지 간에 도를 실천하는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이란, 허세를 부려서도 안 되고 위선은 더더욱 금물이며, 무엇을 대하여서도 어질고 착해야 하며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안과 밖이 언제나 맑고 고요해서 지혜와 덕이 충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너무나 평범하고 그러나 너무나 진리 그 자체이다. 종교의 세계까지도 위선으로 꽉 차 있고 승패의 가치관에 매몰되어 있다면 진정한 도(道)는 찾을 길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면서 새삼 석가모니께서 보이신 진리의 길에서 우리 모두가 멀리 벗어나 있음을 반성한다. 그리고 45년간 길을 가르치시면서 몸소 그 길을 걸어가신 여래의 길을 진리로서 깨닫는 불자가 되기를 서원해야 한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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