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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돈오점수와 간화선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고려시대 보조선사는 「간화결의론」을 지어 이 땅에 처음으로 간화선을 도입, 선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수행이란 마치 무성한 번뇌의 수풀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의 소를 찾아나서는 것과 같고 다시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간화선을 제시한 것이다.

수행자가 간절한 발심으로 길을 나설 때 우선 요구되는 것은 마음이 본래 부처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믿어 밖으로 구하는 마음을 쉬는 것이다. 마음이 본래 부처라는 확실한 믿음이 성취되면 마음은 작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체가 마음 아님이 없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눈앞에 작용으로 나타난 마음의 소가 있는 줄은 분명하게 보았으나 아직 얻지는 못했기 때문에 간절한 정진을 끝없이 들이대면 문득 깨닫게 된다. 이것을 바로 돈오라고 한다. 돈오는 간절한 정진으로 각자 여러 가지 수행 방편을 통하여 뼈를 깎는 정진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니 이것을 또한 점수돈오라고 한다.

깨닫고 보니 마음은 본래 완전하여 깨달은 부처나 미혹한 범부나 아무런 차별이 없으며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으니 소를 타고 소를 찾았음에 너무나 허탈하여 한바탕 웃게 된다. 그러나 상근기는 돈오돈수여서 더 이상 할일이 없지만 하근기는 여전히 습기가 남아있다. 즉 미혹 속에서 헤매다가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에 깨닫고 나서부터 진짜 수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눈앞에 나타나는 일체 대상과 번뇌가 바로 마음의 모습임을 바로 깨달아 회광반조하면 성품에 계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조선사는 돈오점수의 방편으로 정혜쌍수의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한 생각 번뇌가 일어나 바로 깨달으면 그치게 되고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닌 것이 문득 나타나는데 이때 틈을 주지 말고 바로 돌이켜 알 수 없는 화두에 의정을 일으키면 성품에 계합하게 되니 시각으로써 간단없는 화두의정을 통하여 본각인 성품에 념념이 계합하게 되면 일체 습기가 녹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편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근기가 하열한 사람은 헤매다 수행을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끝까지 화두의정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면 이제는 더 이상 뜻이 남아있는 참의를 버리게 되고 이러한 지난한 과정이 참의 사구 때문임을 비로소 알게 되어 참으로 맛없는 활구를 들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을 돈오점수에 도입한 것이 보조선사의 특별한 가르침이다.

상근기는 이러한 지해의 과정 없이 바로 맛없는 활구를 참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돈오돈수로써 화두하는 모습이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그렇게 했으며, 설사 그런 사람이라도 이것은 전생에 돈오해 점수한 결과이니 돈오점수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조선사는 설하고 있다. 그러나 돈오돈수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돈오점수의 참의 사구는 알음알이를 조장하여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하여 증오할 수 없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선사는 하근기를 위한 방편으로 제시했다가 「간화결의론」에서 돈오돈수의 맛없는 활구 참구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또한 참의 사구의 병폐를 무자화두 십종병으로 제시하고 간화선을 돈오돈수의 경절문으로 수행을 완성시키고 있다. 화두에 뜻이 남아있는 참의 사구는 지해가 남아있어 증오할 수 없지만 하근기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편이니 함께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간화선이 비록 수행의 완성이라고 하지만  맛없는 활구 참구는 너무나 고준한 전문 수행자들의 방법이기에 재미가 없어서 포기해 버리니 이제는 돈오점수의 방편을 다시 회복해서 근기를 점차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것이다. 내년이 보조선사 탄신 800주년이다. 조계종의 중흥조이며 간화선 선풍을 우뚝 세워 한국 선불교를 세계정신으로 자리매김시킨 토종 선사의 업적을 기리고  찬탄해야 할 것이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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