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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축생 다름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
잘못에 대한 참회는 사회적 책임의 바탕

요즈음 각종 언론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한숨이 쉬어지고 측은한 생각을 금할 수 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업하는 사람의 경우는 그렇다 치고, 명색이 전직 대통령이니 고위공직에 있었다는 사람들이 재직기간 중에 저지른 파렴치한 일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보도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특히 대표적인 명예와 영광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을 지낸 분의 재직 중 비리가 연일 언론의 보도대상이 되고, 온 집안이 차례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가 하면, 본인마저 피의자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기까지 하였으니 측은하다 못해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전에 청와대 홍보비서관을 지냈다는 조모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계형 범죄’에 불과한 것처럼 과소평가하는가 하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문모 변호사는 회갑날의 1억 원짜리 시계 선물을 비리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망신주기’로 치부하는 발언을 하였다니,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통치구조의 상층에 앉아 대통령을 보좌하였으니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고, 그러고도 나라가 성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를 일이다.

물론 재판을 통한 결론이 나봐야 알 일이지만, 대통령의 비리, 그것도 수십억 대의 금품과 관련되는 비리가 생계형이라면 상식선에서나마 공감할 사람이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다 쓰지도 못할 정도의 금액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의 연금을 두고도 생계 걱정을 할 정도의 대통령이었다면 무엇인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아무리 회갑날이라고 해도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이른바, 명품시계를 선물로 받는다는 것이 온당한 일이 못 된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만 한 일이다. 그런데도 당사자 본인은 물론, 지근에서 그를 보좌하였다는 사람들조차 눈 하나 끔쩍하지 않고 막말을 쏟아내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누구나 매 한가지 일이지만, 특히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저질러서는 아니 됨은 물론, 법 이전에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일을 해서도 아니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만일 뜻하지 않게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남부끄러움을 느끼기 전에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으로 참괴(愧)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국가의 고위공직에 있었다는 사람이 그의 재직 중의 일로 사회적인 물의가 일고 있는데도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고사하고 뻔뻔스런 말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법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기에, 법 없이도 살 수 있다면 그런 사람, 그런 사회가 제일 좋은 것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이정법경(二淨法經)』에서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있어 능히 세간을 보호한다. 어떠한 것이 둘인가? 이른바, 제 부끄러움()과 남부끄러움(愧)이다.

만일, 세상에 이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부모, 형제, 자매, 처자, 친척, 스승, 존비의 차제(次第)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뒤바뀌고 혼란하여 축생세계와 같았을 것이다. 제 부끄러움과 남부끄러움이라는 두 가지 깨끗한 법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부모 내지 스승, 존비의 차제가 있음을 아느니라”라고 말씀하시어 사람은 모름지기 부끄러움을 알아야함을 일깨우셨다. 이는 특히 오늘날의 우리 주변을 두고 하신 교훈인 것 같다. 사람이축생과 다른 소이(所以)가 바로 부끄러움을 아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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