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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 전 조계종 포교원장 도영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삶의 주인공 되는 이가 참 보살

오늘 원심원사에서 열리고 있는 이 법회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귀한 자리입니다. 금강경, 열반경, 법화경 등 여러 경전에 나오는 많은 법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법문만을 덕 높으신 스님들이 법석에 올라 설해주시는 인연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역사가 깊고 그 영험 또한 높기로 유명한 고찰 원심원사를 복원하겠다는 주지 스님의 원력에 여러 대중들이 그 뜻을 함께 모으고 있으니 이 보다 더 귀한 법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오늘 법회는 선망부모와 무주유주의 모든 영가들을 위해 봉행되고 있는 천도재 가운데 마련된 것이기에 많은 영가들도 이 법문을 듣겠지만, 이 자리에 동참하신 모든 분들도 마음으로 새기고 실천으로 옮기는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영가를 위해 재를 올리면 그 공덕의 7분의 1만이 영가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공덕은 그 재를 지낸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잠들기 전 지장보살 열 번씩 불러라

고작 7분의 1이 영가에게 돌아간다니 조금 야박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것이 불교입니다. 불교란 자업자득,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이니 정성껏 재를 봉행한 이가 공덕의 7분의 6을 가져가고 영가에게 고작 7분의 1의 공덕이 돌아간다고 해도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스스로 실천하고 수행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기도로 하루를 열고 기도로 마음을 짓는 삶이 되어야 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고 참된 삶인지를 생각하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이되길 바랍니다.

작야몽중 두두불(昨夜夢中 頭頭佛)
금조개안 물물살(今朝開眼 物物薩)
어젯밤 꿈속에서는 머리 머리마다 부처이더니,
이른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물건 물건마다 보살이로구나.

불교란 어떤 종교입니까. 바로 부처에 이르기 위한 종교입니다. 뒤에 계신 부처님은 깨달은 중생이요, 앞에 계신 여러분은 깨닫지 못한 부처입니다. 무엇을 깨닫지 못했는가. 탐욕심을 내고, 어리석은 생각을 내고,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심을 내고, 의심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 중생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마음을 버리고 참 나를 보아 부처를 이루고자 해야 하며 꿈속에서라도 부처님을 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몽중가피라는 말도 있듯이 잠자기 전에 지장보살을 열 번만이라도 부르고 잠든다면 여러분 몸 안에 지장보살의 가피가 깃들게 될 것입니다.

혹 여러분들이 꿈속에서 부처를 못 보았다면 아침에 눈을 뜨면서 스스로가 보살이 돼야 합니다. 보살이 되려면 우선 가까운 가족에게 보살로서 행동해야 합니다. 거리를 다닐 때는 거리의 보살이 되고, 직장에서는 직장의 보살이 돼야 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보살도를 실천하는 것이 부처에 이르는 길입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뜨니 보이는 물건마다 보살’이라는 것은 스스로가 보살이 되어 보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살은 육바라밀과 십바라밀을 실천해야 하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득 담고 있는 사람이 곧 보살입니다. 상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해주고 남에게 피해나 괴로움이나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는 보살이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삶, 즉 요익중생이 보살의 삶입니다.

원간차외 처처주(遠看窓外 處處主)
창밖을 바라보니 처처마다 주인이라.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불성을 갖고 있는 주인입니다. 주인답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임제록에 보면 임제 스님께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하셨습니다. 온갖 곳에 주인이라는 말씀입니다. 심원사에 왔으면 여러분이 심원사의 주인입니다. 어디 가든지 여러분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 누가 나에게 대접을 소홀히 하더라도 주인이기에 서운할 것이 없습니다. 어디가든 주인 노릇을 하고 열심히 해야 합니다.

통도사 극락암에 경봉 스님이 계실 때 그 선방에 살며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이면 법문을 들었습니다. “인생은 쇼야, 사바세계를 무대로 하는. 그런데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살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임제 스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전부 주인입니다.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거짓된 삶을 산 자, 어떻게 부처를 이루고 어떻게 보살이 되고 어떻게 가피를 입겠습니까.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보살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속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첫째 불보살을 속이지 않는 삶입니다. 부처님의 말씀, 보살의 원력으로 살아가는 삶이돼야 합니다. 둘째 일체중생을 속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이는 것이 우리 중생의 삶이기도 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삶이 돼야 합니다. 부처님을 떳떳하게 바라보고 상대와 눈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는 삶, 전혀 양심에 가책되지 않는 삶이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삶입니다. 누가 오든 떳떳하고 당당한 삶, 내가 잘못한 것이 없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이 돼야 합니다.

춘래초엽 염념일(春來草葉 念念一)
봄은 풀빛으로 오는데 생각은 모두 하나로 모아지더라.

조계종에서는 여러분이 실천할 수 있는 수행법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간화선, 염불, 절, 다라니 등 모든 수행법을 정리해 책을 만들어놓았습니다. 불교는 믿음의 종교만이 아니고 믿음과 수행의 종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집에서도 염불하고 간경하고 참선도 하며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행법으로 염불을 많이 권하게 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참선만 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하면서 염불하고 염불하면서도 일할 수 있기에 염불이 가장 좋은데 어떻게든 일념이 되게 해야 합니다. 일념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미타불을 부르던 지장보살을 부르던 일념이 돼야 합니다. 아미타불을 열 번만 부르면 극락에 들 수 있다고 했지만 그냥 불러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념이 돼야 합니다. 마음에 일체 잡념이 들어가지 않는 일념이 돼서 불러야 합니다.

거짓된 삶엔 가피 깃들 곳 없어

죽음에 닥쳐서도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부르면 극락에 들 수 있다는데 정작 우리는 육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 습이 되어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고 떨어질까 두려워 매달리고 있으니 아미타불을 부를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옆에 계신 분들이라도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불러드려야 합니다. 슬픔에 울더라도 그 이후에 우십시오. 이렇게 일념이 되었을 때 보살이 되고 부처를 이룹니다.

집즉분명 천지야(執卽分明 天地也)
집착하면 즉 하늘과 땅이 분명하지만
방내진찰 무비아(放乃塵刹 無非我)
놓아버리니 티끌하나까지도 나 아닌바가 없다.
집방거래 무간섭(執放去來 無干涉)
잡고 놓고 가고 옴에 간섭함이 없으니
풍운자재 일광화(風雲自在 日光華)
바람결에 구름 마냥 자재로운데, 햇빛은 빛나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걸림 없는 삶입니다. 놓아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놓아버리면 티끌하나라도 나 아닌 것이 없습니다. 모두가 나 아닌 바가 없습니다. 그것이 동체대비 사상입니다. 항상 입장 바꿔서 살아가면 누구나 보살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집착하고 놓고 가고 오는 것에 일체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의 허물을 이야기 하지 말고 남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남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수행해야 합니다. 자기 일만 열심히 해도 됩니다. 여러분 모두는 “주인공아” 하고 자기 자신을 불러야 합니다.

지금 오직 여기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참된 일인지 거짓된 일인지 잘 살피면서 하루하루를 참되게 살아가야 합니다. 내가 지금 가는 길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입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헛되게 보내지 않고 소중하게 보내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소중한 일이고 지금 이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고 지금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경기도 연천군 원심원사(주지 세민)에서 4월 10일 봉행된 1029일 조상천도재의 열 번째 49재 법회에서 전 조계종포교원장이자 완주 송광사 주지인 도영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도영 스님

1935년 전북 부안 출생. 1961년 김제 금산사에서 월주 스님을 은사로 득도, 1961년 금산사에서 금오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8년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수료하고 김제 흥복사·금산사 주지, 8~10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조계종 포교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완주 송광사 주지 소임을 맡아 가람을 수호하고 신도교육과 수행을 지도하며 불법홍포의 원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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