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떠돌며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던 노숙인들이 순천 송광사에 모여,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순천 송광사는 5월 27~30일 서울시 노숙인 5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보현의집 주관으로 서울시와 송광사가 공동 주최해 마련됐다. 지역자치단체와 사찰이 연계해 노숙인들에게 종교에 기반한 심신단련 프로그램을 기획, 실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동안 장애인이나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종종 기획돼 왔던 반면,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전무했었다. 자의로, 혹은 상황적 여건 때문에 사회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거나 기본적인 삶의 의욕이나 희망조차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들을 한 곳에 모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광사에서 열린 이번 템플스테이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좁게는 노숙인들에게 단순한 물질적 차원의 지원을 한단계 더 나아가 정신력 강화를 통해 스스로 의욕을 되찾도록 유도하고, 넓게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연계를 통해 불교에 기반한 노숙인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50여 명의 노숙인들은 고즈넉한 산사에 3일간 머물며 발우공양, 예불 등 사찰문화를 체험했다. 특히 새벽 3시부터 진행되는 새벽예불과 ‘나를 깨우는 108배’, 참선 체험 등은 아무런 의욕이 없었던 노숙인들에게 새로운 경험인 동시에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둘째 날에는 보현의집 원장 지거 스님의 사회재활을 위한 법구경 강의가 있었다.
이 강의에서 지거 스님은 법구경 구절을 빌어 “행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며 “사회에 대한 원망을 모두 버리고 현재에 충실하려 노력하면 언젠가는 마음속 행복을 찾을 수 있을것”이라고 격려했다.
서울시와 송광사는 이번 프로그램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고 다시금 살아갈 의지를 되찾은 노숙인들이 ‘희망 메신저’가 되어 긍정적 사고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서울형 복지정책’으로 발전시켜, 노숙인들의 근본적 가치관의 변화로 자활의지를 고양시키는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효과를 평가한 후 보완과 수정을 거쳐 주요 사찰과 연계한 고정 재활프로그램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