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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원망하지 마라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연못에는 이른 아침부터 안타깝게 떠난 님을 사모하는 듯 개구리의 구슬픈 합창이 시작되고 있다. 육조단경 첫 머리에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진여의 자성이 본래 청정하니 다만 이 마음을 쓰기만 하면 바로 정각을 성취하여 마쳤노라고 했다. 육조스님은 이렇게 설하고 나서 자신의 지나간 역사를 들어보라고 했다. 나의 엄부께서는 조정에서 벼슬을 하다가 영남 신주로 귀양을 왔는데 불행히 일찍 돌아가신지라 가세가 기울어지고 생활이 곤란한 가운데 참담한 생활을 했지만, 연로하신 노모가 계셨으므로 시장에 나무를 해다가 팔며 근심없게 정성껏 모셨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나무를 팔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마침 어떤 사람이 객점 가까이서 경을 외우는데 “마땅히 머문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금강경 구절을 듣고 홀연히 마음이 열리었다고 했다. 이것은 육조스님께서 처음 깨달음에 들어간 인연이다.

가정의 달 오월이 커다란 슬픔으로 저물었다.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어 모두가 부모님의 은혜와 선지식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세월이 변했다고 해도 효도의 정신은 영원히 변함없는 진정한 가치이다.

육조스님께서 처음 깨달음에 들어간 인연처럼 참으로 지극한 효도의 정신이야말로 수행의 밑바탕이다. 비록 대도를 성취하기 위하여 출가를 했다고 하지만 무시이래로 익힌 습기로 인간적인 욕망과 장애는 끝이 없다. 그러나 인간적인 의리와 우정을 지키고 참으로 진실한 사랑을 해본 사람은 자기를 속이지 않기 때문에 대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마음을 갖추게 된다. 진실한 마음은 수행하는 과정에서 능히 장애를 극복하는 힘이 되며 정법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바른 안목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의리를 등진 사람은 수행에 마장이 많고 밀고 나가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끝없이 업장을 참회해야 한다.

조선의 고승이며 석가모니의 후신이라는 말을 들었던 진묵대사는 대도를 성취하고 나서 어머니를 절 아랫마을에 모시고 극진히 효도를 다하였다. 그런데 어머니가 모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보고 산신에게 부탁해 모기를 없애 주었다는 이야기를 행자시절 노스님으로 부터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요즈음 절집안의 풍경 또한 세상과 다름이 없어서 옛날 훈훈했던 가풍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수행자가 이해관계를 따르게 되면 수행의 과정에서 오는 좌절과 장애를 극복하기 어려우며 이번 생에 안 되면 다음 생에라도 기필코 깨달음을 성취하고야 말겠다는 깊고도 유연한 원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인간의 고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 간 민권변호사로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고 커다란 슬픔의 수렁에 빠져있다. 이것은 모두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망각하여 시기하고 질투하며 함께 저질은 공업이니 더 이상 누구를 원망하지 말고 자기 안에 있는 살생의 마음을 돌이켜 용서와 대화합의 소통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귀한 희생으로 위기를 다시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시절인연을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힘 있고 가진 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불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으려 하면 원한은 끝이 없다는 법구경 쌍요품의 말씀과 고인이 마지막 남긴 원망하지 말라는 뜻은 둘이 아닐 것이다. 이제 서로 화합하여 어려울 때마다 더욱 빛나는 위대한 국민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찔레꽃 당신 순백의 향기 끝이 없네요.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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