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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현대인은 물질중독증 환자

기자명 법보신문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 지음/김경인 옮김/달팽이

불황의 골이 깊다고들 말합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상인들이 하소연합니다. 경기침체의 원인은 다각도에서 살필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 딱 부러지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였는데 이 책 <즐거운 불편>의 저자가 단번에 깔끔하게 정리해주었습니다.

“원래 불황이란 물건이 팔리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그렇다면 왜 물건이 팔리지 않게 되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게 되었을까? 그것은 살 필요가 없고, 사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살 필요가 없고, 사고 싶은 것이 없을까? 그것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125-126쪽)

절대적인 빈곤과 결핍에 시달리는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차고 넘치도록 물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꼭 필요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아니면 경쟁심에서 구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점점 줄어듭니다. 뭔가를 소유하면 행복해질 것 같아 죽어라 일해서 그것을 소유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여전히 외롭고 허전하고 불안하고 불행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이에 저자는 말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물질(정보나 쾌락, 편리라는 이름의 상품을 포함한) 가운데, 그 대부분은 실제 인간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단순히 중독처럼 사용하는 것들에 불과하지 않을까 (중략) 물질이 주는 안락이나 쾌락에 빠져 중독증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뿐이라면, 약물중독자가 오히려 불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행복감을 얻을 수 없음은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진짜 필요한 문명의 열매도 있다. 그렇다면 진짜 ‘영양분’과 ‘중독성’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19-20쪽)

그리하여 저자는 일단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이 가는 물질이나 편리함을 실제로 자기 생활에서 끊어보기로 결심합니다. 끊을 때는 금단현상 같은 괴로움이 따르겠지만 조금만 인내하면 그 괴로움보다 훨씬 큰 편안함이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기에 그는 한번 몸으로 실천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는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지 않는다거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도시락을 갖고 다니며, 채소를 제 손으로 길러 먹는다거나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새로 사지 않고 수리해서 쓰는 등의 소소한 원칙을 세웁니다. 불편하기야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일분일초를 다투는 현대사회에서 그가 세운 원칙들을 지키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몸이 고달파지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사서 고생입니다. 그래도 굳은 결심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던 그는 어느 날 참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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