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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스님의 가릉빈가] 6. 불교적으로 본 슈베르트

기자명 법보신문

악재를 인과법으로 이해
음악에 업과 윤회 표현

순수하며 불운했던 천재 음악가를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미완성 교향악>은 슈베르트의 인생을 되살려낸 영상예술이다. 아마도 위대한 음악의 대가(大家)들 가운데 생전에 자신에게 합당한 명성을 전혀 얻지 못한 음악가는 슈베르트 외에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하였을 것이다.

‘보헤미안의 전설’이자 ‘영원한 청년’인 그는 1797년에 오스트리아 비인에서 태어났으며 가난과 병마의 상징이었다. 또한 그의 작품 상당수가 악보로 출판되거나 공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명(無名)으로 인생을 마감하였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절망의 늪 속에서도 보다 깊은 곳에 있는 음악의 본질을 찾으려고 노력하였으며 늘 음악과 함께 명상을 하였다.

‘베토벤’이 최고도로 가지고 있었던 영웅적 의지가 슈베르트에게는 조금도 없었으며 오히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지 않고 그것에 반항하거나 역행할 마음조차 없었다. 묵묵히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덮쳐 오는 운명의 힘에 순응할 뿐이었다. 그에게는 모든 악재들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견디어 내며 인과법(因果法)으로 이해하는 겸허한 자세와 병마를 견디어 내는 경탄할 만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법구경에 나오는 “이 육체를 물거품 같다고 보는 사람은, 이 육체를 그림자 같다고 보는 사람은, 저 쾌락의 꽃 속에 숨겨진 마라의 화살을 뽑아 버린다. 그리고 그는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그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간다.”를 슈베르트가 자신도 모르게 터득한 것 같다고 불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 당시의 위대한 음악스타였던 ‘베토벤’과는 정반대의 의미에서 슈베르트 역시 수준 높은 음악고행자(音樂苦行者)였던 것이다. 필자가 슈베르트에게 이끌리는 것은 ‘그의 연약함·불행을 고행으로 승화한 작곡가·이십대 중반부터 병마와 친구가 된 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음악도 우리 인간의 약한 감성에 호소하고 그것을 어루만져주기에 더욱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슈베르트의 과 최후의 현악 4중주(Op. 161)와 만년의 를 감상하여 보면 슈베르트의 작곡이 내포한 심오한 정신세계를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작품 세계에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작곡이라는 창조력의 자비심을 바탕으로 음악적 고행을 음표로 바꾸어서 마지막으로 손질한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음악가들이 흔히 슈베르트라는 작곡가를 연상할 때 ‘미완성·요절·아마추어 음악가들과의 교류·초등학교 임시교사·고정직이 평생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는 오히려 프로 음악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음악의 복잡한 세계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아마추어 음악을 사랑하였으며 일종의 모라토리엄(Moratorium) 상태로 평생을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창작적인 재능을 알아주는 사랑스러운 친구들은 슈베르트의 음악을 빈에서 유행시키자는 생각으로 ‘슈베르티아드(Schubertiade-슈베르트의 밤)’를 여러 번 개최하여 주었던 시절도 있었다.

슈베르트가 병마로 인하여 31세의 나이로 입적하기 전에 쓴 시는 “나의 생명, 나의 육신, 나의 피, 그 전부를 <레떼>의 강물에 뿌려서 흘려보내, 더욱 순결하고 보다 깊이 있는 영혼이 숨 쉬는 곳으로 나를 옮겨서 놓아 주소서, <위대한 분>이시여.”였다. 이 시는 슈베르트가 “사바세계의 고통마저도 자신의 음악세계 내부에 고이는 샘물같이 느꼈으며, 창작의 수레바퀴에는 <업보>의 엄격함을, 오선지에는 <윤회>의 거룩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무 스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sangmoo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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