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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법승 연구에 일생 걸었죠”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9.06.22 18:05
  • 수정 2011.06.15 05:18
  • 댓글 1

‘정중 무상대사’ 펴낸 변인석 교수
20년간 연구 … 중국 답사만 80회
무상대사의 행적·사상 밝힌 역작

매년 수천 종의 신간이 쏟아지고 수십만 권의 책이 유통되는 시대. 한없이 가볍고 자극적인 책들의 범람 속에서 간혹 수미산처럼 묵직한 책들이 있다. 변인석(75·사진) 전 아주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정중 무상대사』(한국학술정보 간)도 그 중의 하나다.

 

변 교수는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지난 6년간 이 책의 저술을 위해 무상(684~762)대사와 관련된 중국 유적지를 14차례나 답사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변 교수가 지난 20년간 구법승 연구를 위해 80회나 중국 현지를 오가며 쌓은 ‘내공’도 고스란히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지난 4년 전 중국 독감에 걸려 몇 달 간 사경을 헤매고 난 뒤 의사의 만류에도 바싹 마른 몸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다시 중국 현지를 답사하는 등 노학자의 땀방울과 진한 열정이 행간마다 녹아있다.

 

신라 무상대사가 역사의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 1907년. 중국 돈황에서 선종사서인 『역대법보기』가 출토되면서 지난 1100년 간 망실됐던 무상대사의 행적과 선법(禪法)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신라의 왕자로 태어나 불교에 귀의한 후 법을 찾아 중국으로 떠난 구법승, 정중종(淨衆宗)을 초기 선종사의 대표적인 종파로 끌어올린 유능한 조사, 수많은 중국인을 제자로 삼아 기라성 같은 선지식을 배출하고 티베트 불교에까지 영향을 주었던 고승 등이 바로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한 무상대사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연구는 더이상 진척이 없었다. 호적(胡適) 박사나 야마구치 츠이오 교수 등이 자료를 소개하고 해석한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변 교수의 이번 책은 무상대사를 종합적으로 다룬 첫 연구서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무상대사의 행적과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고 종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이 분야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역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사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변 교수는 무상대사의 유적지를 찾아 관련 문헌과 합치시키는 실증적 연구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놀라운 연구 성과들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요컨대 신문왕의 가계도를 작성해 무상대사의 입당(入唐) 연대 및 활동 배경을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물론 『역대법보기』에 수록된 무상대사의 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미진했던 새로운 문제점을 부각시켜 해석했다.

 

특히 무상대사가 처음 확립한 정중선법이 사천지역뿐만 아니라 중국의 서남국인 돈황, 티베트, 운남 지역 옛 왕국인 남조(南詔)에까지 전파돼 큰 영향을 미쳤음을 조목조목 밝힘으로서 정중종이 초기 중국선종의 대표적 종파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달마대사의 법통을 상징하는 상대전의(上代傳衣)가 측천무후에 의해 혜능선사로부터 환수돼 지선→처적→무상→무주선사에게 전달됐다는 설이 허구가 아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변 교수는 무상 대사가 뛰어난 수행자였던 동시에 대성자사, 정중사, 초당사, 영국사 등을 비롯해 수많은 크고 작은 사찰들을 세우는 등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찰을 창건한 고승이라는 점과 함께 지금까지도 이 지역의 불자들에 의해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중 무상대사의 처절한 구도행 부분도 대단히 흥미롭다. 법을 위해 손가락을 태워 스승 처적 선사에게 공양한 일, 풀옷으로 몸을 가린 채 흙으로 연명하며 수행한 일, 눈 많이 내린 날 커다란 맹수 두 마리가 나타나자 몸을 씻고 누운 채 잡아먹도록 몸을 맡긴 일 등에 대한 서술은 오늘날 불자에게도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무상대사가 500나한의 반열에 들어간 배경과 의미 규명 △『송고승전』, 『신승전』의 신라승 무상이 티베트 『바세』에 나타나는 신승과 일치한다는 점 △옛 정중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문헌에 산재된 기록을 취합해 재구성한 점 △무상대사의 신통사례와 마조도일과의 관계를 규명한 점 △무상대사가 수행했던 천곡산(天谷山)의 위치를 새롭게 비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종래의 어떤 주장이나 설화, 서술, 비정(比定)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바로 잡은 곳만 해도 30여 곳에 이른다.

 

변 교수는 “무상대사는 오백나한에 들어간 몇 안 되는 실존인물로 ‘전등대선사(傳燈大禪師)’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며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국민의 우의를 위해서라도 무상대사 현창기념당이 현지에 건립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법승 연구에 일생을 걸었다”는 변 교수는 지난 20년 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신라구법승 연구』 집필에 착수했으며, 향후 5년 이내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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