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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화합의 강물

기자명 법보신문

장맛비가 파초 잎을 요란하게 두들기는 소리에 문득 한가로움을 느껴 깊은 선정에 잠긴다. 며칠 동안 장마 대비로 도량에 물꼬를 손질하고 창고 지붕을 수리하느라 올라왔던 열 기운이 내리고 온몸에 청량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장마는 어차피 해마다 찾아오는 손님이라서 반갑게 맞아서 탈 없이 보내야 하지만 모두가 무사하게 지나가기를 발원해 본다.

『유마경』 『불국품』에서는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따라서 청정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보살이 만약 정토를 얻고자 한다면 그 마음이 맑아야 한다고 했다. 마음은 일체 생각과 대상을 국토로 삼아 법성신과 법성토를 이룬다. 따라서 한량없는 허공계는 법성의 나툼이며 지수화풍 사대의 인연으로 몸을 삼아 마음이 생겼으며 지구별이라는 법성토에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나친 욕망으로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채 나의 몸인 지수화풍의 소중한 인연을 망가뜨리고 있다. 자연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심이 지나치지 않으면 저마다 순환의 연기 작용을 결코 멈추지 않아 사람과 함께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법성의 원력을 삼고 있다. 얼마 전 화계사 수경 스님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조계사까지 지렁이처럼 기어서 이러한 보살의 원력이 얼마나 깊은지 실천해 보여 주었다.

자기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처럼 한 없이 몸을 낮춰 본래 고향인 법성토에 참회하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책해 주었다. 앞으로 사람과 생명, 평화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일지 모르지만 결코 스님의 원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모두가 동참하여 자기의 욕망을 조금이라도 줄여 물질만능과 생명경시라는 두 뿔을 뽑아 나가야할 것이다. 선실에는 장맛비를 피해서 날아 들어온 예쁜 나비 한 마리가 불빛을 탐하여 어지럽게 날며 적정을 깨트리고 있다. 불나비는 저 죽을 줄 모르고 불빛을 탐하여 결국에는 타 죽는다. 사람들은 오늘도 욕망의 불꽃을 찾아서 끝없이 헤맬 것이다.

한 생각 일어나는 번뇌와 눈앞에 마주치는 대상을 바로 알아차리면 문득 사라지고 청정한 성품에 계합하게 되어 이것이야 말로 본래 가지고 있는 무한한 보배임을 확인하게 된다. 『법화경』에서는 이 세상 모든 생명 모든 사람들, 마치 아름다운 비단 위에 보석을 뿌려 놓은 듯 하다 했다. 모두가 다르고 차별이 있지만 각각의 특색을 가졌으므로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자연의 연기 작용 속에서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있는 4대강의 물길이 지나친 경제 논리에 압도되어 돌이킬 수 없는 길이 된다면 참으로 후손들에게 면목이 없을 것이다. 양파 껍질처럼 자꾸 바뀌는 거짓 발표는 그 진실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예로부터 물길을 터서 치수를 한 나라는 부강했지만 물길을 막아서 치수를 했던 나라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마당에는 장대비속에서 치자꽃 향기가 그윽하게 들려온다. 한 송이 치자꽃을 피우기 위하여 지난겨울 얼마나 혹독한 추위를 견디었으며 봄부터 수많은 인연들이 함께 했는지 중중 무진한 법계연기의 진실을 전해 주고 있다. 모든 강물은 끝내 바다로 머리를 돌려야 일미평등의 화합을 이루듯이 4대강이 생명을 죽이고 서로를 불신하는 분열의 강이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의 강으로 흐르도록 그냥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이다. 장대비 그치고 난 후 청개구리 울음소리 강물처럼 바다로 흐르고 있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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