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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남은 경구] 가수 강혜윤

기자명 법보신문

내 선택을 후회 없게 하는 버팀목

“드넓은 바닷물이라도 쉬지 않고 퍼낸다면 언젠가는 그 밑바닥을 보게 될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구도의 길을 간다면 무슨 구함인들 얻지 못하며, 무슨 소원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 『대아미타경』 中

어느덧 스무 살을 채워 이제 정말 어른이 되는 길의 출발점에 섰다고 느끼던 즈음에, 저는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도 스무 살의 대학생으로선 아주 드물게 새로운 찬불가를 부르겠다고 말입니다. 물론 들어설 때는 미처 몰랐지만, 제가 선택한 이 길은, 세상 모든 길이 그렇듯 평탄하기만 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그 당시의 저에게는 어쩌면 피하고 싶을 만큼 고난의 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걸음부터 많은 벽에 부딪혀야 했으니까요.

2006년에 ‘패랭이꽃과 나그네’라는 앨범을 발표하면서 ‘찬불가’라는 고정관념의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나이 어린 가수의 출현을 반가워하시는 분들과 함께, 못미더워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제 곁에는 부처님의 가피로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아마 저 혼자였다면 그 벽을 넘어보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일을 그만두고 싶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만나게 된 『대아미타경』의 이 구절을 보고 전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제 시작일 뿐이야. 조금 더 마음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라고 다짐하며 울음을 멈추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부정적으로만 보였던 세상이 긍정의 빛을 띠며 제 눈앞에 다시 펼쳐졌습니다. 새벽 시간에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일요일에는 군 법당을 찾아 많은 군 장병들에게 음성공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 이후로 4년이 지났고 저는 여전히 찬불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앨리스 블루’라는 이름으로 대중가요 싱글앨범도 발표했고, 최근에는 2집을 준비하며 ‘이번에는 어떤 노래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까’ 고민하며 작업하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합니다.

찬불가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딪쳤던 편견의 시선들, 음반을 발매했지만 찬불가를 부르는 가수일 뿐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서 설 수 없던 많은 무대들, 찬불가를 부른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했던 많은 서러움들이 이제는 제게 아스라한 추억으로 기억 저편에 자리합니다. 몇 년이 지났다고 좋은 일만 있다거나 편견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느라, 제가 세운 서원들과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망각하고 뒤로 물러서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일들이 없었다면 오히려 지금처럼 제가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모든 장애가 저에게는 약이었음을 알게됐습니다.
저를 붙잡아준 『대아미타경』의 이 구절로 인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을 올바로 걸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마음을 쌓아가며 제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무대의 규모보다는, 제가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부처님의 마음에 제 마음과 목소리를 더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을 전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라는 것을.

바닷물도 퍼내어 바닥을 볼 수 있다는데 하물며 제가 평생 묵묵히 이 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다해 노래한다면 제가 이루고자 하는 서원, 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의 서원까지도 어찌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제가 지극한 마음으로 이 길을 계속 걷는다면,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 언젠가는 제 노래가 파도의 물결처럼 퍼져나가 모든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찬불가 가수의 길을 열심히 걸어갑니다. 온 마음을 다해서. 

강혜윤(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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