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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조계종17교구본사 금산사 회주 월주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미륵사 사리출현은 자비-평화의 상징 남북통일 발원해야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하는 이 뜻 깊고 역사적인 자리에 이처럼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으니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미륵사지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는 유구한 역사의 성지입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봉안돼 있던 진신사리가 1370여 년 동안 발굴되지 않고 이제야 그 장엄한 진신을 드러냈으니 참으로 희유하고 감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서안에서 병마용이 발굴될 당시 세계가 흥분했듯이 오랜 세월의 풍파와 시련을 무사히 이겨낸 문화유산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면 늘 세계인이 함께 기뻐하곤 합니다. 이곳 미륵사지에서 사리와 장엄구가 출연했을 때에도 전 국민이 기뻐했으며 세계가 그 장엄함에 감동했습니다.

사리는 부처님 유골이자 제일의 복전

사리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시며 남기신 법신입니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부처님과 같이 모시고 받들고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사리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희유한 일입니다. 특히 이 사리가 전라북도에서 발견된 것은 타 도에 비해 여러모로 낙후돼 있어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전라북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매우 상서로운 조짐이기도 합니다.

특히 사리장엄을 살펴보니 정교함과 장인의 정성이 가득한 것이 그야말로 국보 중의 국보이자 위대한 예술품임이 분명합니다. 1400여 년 전 조상들이 이와 같이 찬란한 문화를 남겼으며 그 역사가 이어져 오늘날 우리 문화의 기반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유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종교를 초월해 문화국민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해주는 만큼 국민 모두가 보호하고 사랑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익산에서 출토된 이 같은 귀중한 문화유산을 올바로 보호하고 연구하기 위해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국립박물관으로 승격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리는 일반적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유골을 지칭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남기신 사리는 진신사리와 법신사리로 크게 구분됩니다. 진신사리는 부처님의 유골을 말하며 법신사리는 부처님이 설하신 가르침, 곧 대승·소승불교의 모든 경전을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부처님의 몸과 같이 사리로 지칭하는 데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곧 부처님의 몸과 다를 바 없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그 법체를 다비하고 수습한 부처님의 사리를 여덟 개 나라에 각각 나누어 보내 사리탑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 이후로도 수행과 덕행이 뛰어난 조사들이 열반한 뒤에는 다비를 하고 사리를 수습하여 사리탑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사리는 육바라밀이나 계·정·혜를 지극히 닦은 수행자들의 훈수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매우 희귀한 것이며 동시에 제일의 복전으로서 불자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이 창건한 미륵도량으로 서동과 선화공주의 설화로도 유명한 사찰입니다. 가람의 배치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미륵부처님이 이곳 미륵사에 머무시며 세 번의 설법을 통해 중생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시길 바라는 백제인들의 발원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역사와 신심의 도량입니다. 특히 이 가람을 창건한 백제 무왕은 삼국의 대립이 치열하던 시대 백제를 다스렸던 왕입니다. 나라 안팎의 어려움을 부처님의 원력으로 극복하고 부처님의 가피로 국가의 안녕을 간절히 염원했던 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왕의 간절한 바람은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륵사지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 가운데에는 백제 무왕의 왕후가 가람을 창건하고 기해년(693년)에 사리탑을 조성하여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였다는 발원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발원문에는 사리에 대한 찬탄과 친견하는 공덕, 사리를 모신 경위와 발원 등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륵사지에 사리를 봉안한 백제의 왕후는 사리를 봉안하며 무왕이 백제를 위해 선정을 펼치고 부처님의 정법이 널리 퍼지며 또한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불도를 이루기를 발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사리친견법회를 봉행하며 이 발원문이 세삼 가슴깊이 다가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하면서 사리봉안기에 기록된 백제왕후의 발원처럼 이 시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치유하고 불법을 고양시키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만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불일증휘와 법륜상전을 기원하는 발원을 우리 모두가 굳건히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류는 이념과 사상, 국가와 민족, 종교를 초월하여 지구촌에 벌어지고 있는 대립과 전쟁을 종식시키며 세계 평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국가 내부로는 대화와 타협, 화해와 소통으로써 각 계 각층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여 국민화합을 이루는 통합의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립 극복하고 통합시대 열어야

남북이 대립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삼국이 대립하고 있던 백제의 처지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발원했던 백제 무왕과 왕후의 발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합니다. 특히 우리 민족은 남북한이 서로 증오하고 대립하는 공멸의 길을 가기보다는 민족 동질성을 바탕으로 공존과 상생을 통해 평화통일의 숙원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제왕후의 발원을 계승 발전시켜 남북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인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나눔과 동체대비의 자비행으로 사랑과 자비를 이 땅에 완성하여야 합니다.

지금은 남쪽 내에서의 갈등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갈등 때문에 GDP의 27%를 손실시키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입니다. 갈등과 증오, 미움과 대립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없는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고,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은 막연한 증오감을 키우기보다는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자신의 상황을 개선시켜나가야 합니다. 지금 국회에서도 서로의 입장 차이를 갖고 대립하고 있지만 증오와 증오의 대립, 미움과 미움의 대립을 통해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남과 북의 대립을 해소하여 화합과 통합을 이뤄야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지구촌이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서로 공생하고 상생 화합하며 협력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백제왕후의 발원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국민화합과 민족통합, 나아가 지구촌의 상생화합으로 인류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비원을 세우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실천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처님답게 살아가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수행과 전법활동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부처님 무량 공덕의 결정체인 사리를 친견하는 우리 불자가 가져야할 올바른 자세입니다.

이번 미륵사지 부처님진신사리 친견법회는 금생에 있어 대단히 접하기 어려운 진귀한 법석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불자님들은 다생겁래로 선근인연을 닦아온 부처님의 제자들입니다. 오늘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한 인연 공덕으로 모든 업장과 병고액난의 장애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불보살의 가피로 선연을 맺어 다함께 불도를 이루시길 발원합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6월 27일 익산 미륵사지에서 봉행된 ‘미륵사지 출토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법회 및 생전예수재’에서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자 17교구본사 금산사 회주인 태공 월주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월주 스님은

1935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 법호는 태공이다. 1954년 법주사에서 금오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56년 화엄사에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58년 화엄사 강원을 졸업했다. 1961년부터 1971년까지 조계종 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1961년 조계종 전북종무원 원장,  1966년부터 조계종중앙종회 2·3대 의원, 1973년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1978년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1980년 제17대 조계종 총무원 원장에 취임했으며 이후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다.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의원에 이어 28대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에 취임했다. 2002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제5대 이사장에 이어 사단법인 지구촌공생회를 설립 2004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북한을 비롯해 제3세계 국가 어린이 돕기 등을 폭넓게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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