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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불살생 ③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생명에 지극한 마음 가져야
살생은 삼도 고통 초래하는 원인

내 제자의 방에는 가냘프고 날렵하게 생긴 고양이 ‘국두’가 있었다. 얼마나 영악한지 밤이면 스스로 스르르 문을 열고 들어와 잠을 자고 아침이면 나간다. 이 국두는 부모 고양이의 사랑싸움에 버림받은 새끼 고양이였는데 애처로워 거두어 준 것이 인연이 됐다. 키우지 말라고 박절하게 일러주지 못하는 것은 우리 절 집안에서 축생을 기르는 인연들 때문이다.

옛 말씀에 이르되, ‘쥐를 위하여 항상 밥을 남겨두고, 날아다니는 나방들을 불쌍히 여겨 등불을 켜지 아니함이다. 푸른 풀로부터 생명이 태어나서 자꾸만 계단 아래 등불 밑으로 가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한 것은 살아 있는 것을 보호하는 생각이 지극하고 간절하기 때문이다.

『잡보장경』에 이르시되, ‘옛날에 한 아라한이 어린 사미를 키웠는데, 사미가 7일 후에 목숨이 다하여 죽을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사미는 집으로 가던 중에 많은 개미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모두 죽을 것 같아 자비심을 내어 옷을 벗어 흙을 담아 물을 막고 개미를 높고 마른 곳에 놓아주었다. 7일 뒤에 다시 스승의 처소로 돌아갔다. 스승은 심히 이상하게 여기고 선정에 들어 천안으로 관찰했다. 사미가 다른 복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니라 개미를 구해준 까닭으로 7일이 지나도 죽지 않고 수명이 연장되었음을 알았다’고 했다.

『장부론(丈夫論)』 게송(偈頌)에 이르되, ‘자비한 마음으로 한 사람에게 보시해도 공덕은 대지와 같고, 자기를 위하여 모두에게 보시하면 과보 얻음이 겨자씨와 같음이로다. 액을 만난 어려운 사람을 구하면 다른 모두에게 보시한 것 보다 수승하나니, 많은 별들이 비록 광명이 있으나 하나의 달이 밝은 것만 같지 못하다.’고 했다.

『도구경』(度狗經)에 이르되, ‘옛날에 한 사문이 있었는데, 가축을 잡는 백정이 개 한 마리를 끌고 가서 죽이려는 것을 보고 사문이 말하기를 “살생하는 것은 큰 죄악이다. 바라건대 내 발우 속의 음식으로 개와 바꾸고 그 개를 살려주면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라”고 하며 은근히 타일렀으나 백정은 말을 듣지 않았다. 사문은 밥을 개에게 먹이고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서 염불을 외우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네가 무슨 죄로 이 개의 몸을 받아 자유를 얻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잡아먹히게 되는고? 바라건대 너는 세세생생에 죄가 사라지고 복이 생겨 개 몸을 버리고 사람의 몸을 얻어서 삼보를 만날지니라”고 했다.

개는 밥을 먹고 착한 마음이 생겨 뛰면서 기뻐하고, 스스로 귀의할 줄 알았다. 그리고 백정은 개를 끌고 가서 잡아먹었는데, 개는 큰 장자의 집에 태어났다. 그 뒤 사문이 걸식하러 장자의 집 문 앞에 이르렀는데, 그 장자의 아들이 사문을 보고 기뻐하면서 발에 예배하며 온갖 맛난 음식으로 공양 올리고 사문을 따라서 출가했다. 그는 경전의 깊은 뜻을 깨닫고 삼매를 얻어 불퇴전의 지위에 이르렀으며, 일체를 교화하여 보리심을 발하게 되었다.’고 했다.

『현우경(賢愚經)』 게송(偈頌)에 이르되, ‘장난삼아 다른 이의 생명을 죽이면 슬프게 울부짖으며 지옥에 들어간다. 더러운 것과 끓는 구리물에 넣었다 담궜다하며, 난도질을 하고 불 속에 들어가며, 찢기고 부서지고 매 맞는 독을 얻어서, 억만 년의 고통이 헤아릴 수 없으니, 마음이 쓰리고 아파 차마 기록하지 못한다.’ 했고, 『습보경(習報經)』 게송(偈頌)에 이르되, ‘살생을 하면 지옥·아귀·축생·수라의 사취(四趣)에 태어나서 삼도(三途)의 고통을 받아 마치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목숨이 짧거나 근심과 질병이 많으며, 단명 과보에 길이 빠질 것이니, 만약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살생을 가벼이 여기겠는가?’고 했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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