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아프리카 소년병 이야기
[이미령의 여운깊은 책읽기] 아프리카 소년병 이야기
  • 법보신문
  • 승인 2009.07.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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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이스마엘 베아 지음/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은 18,9세기 흑인노예들이 정착하여 세운 나라입니다. 풍광이 아름답고 여느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비옥한 곳인데다 다이아몬드 산지인 이 나라는 어쩌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이권을 노리는 반군들의 잔인한 학살과 그에 맞선 정부군의 공격, 어지러운 정치판과 쿠데타로 이제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비극의 땅으로 전락했습니다. 업라인(수도 프리타운에서 그 나라의 오지에 사는 사람들이나 풍속들을 일컫는 말) 사람들은 반군과 정부군에게 가장 만만한 먹잇감이었습니다. 통신시설을 갖추지 못한 오지 사람들은 간간이 들려오는 총성에 불안해하면서도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반군들의 기습으로 평화롭던 마을은 그야말로 피바다가 되어버립니다.

열두 살 소년 이스마엘의 고향도 그러했습니다. 이웃 마을에서 열리는 장기자랑에 랩 솜씨를 자랑하려고 형과 친구들과 함께 집을 떠난 소년은 그날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피해 다니면서 몇 번이나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지만 결국은 정부군의 소년병이 되고 맙니다.

눈앞에서 벌어진 학살과 친구들의 죽음, 간신히 찾은 가족들의 떼죽음,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살육을 목격한 소년은 반군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에 불타올라 꼭 그들이 저지른 행위와 똑같이, 아니 그 보다 더 지독하게 복수심을 드러냅니다.

위험인물을 의미하는 초록뱀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이스마엘은 그 나이 소년의 짓이라고 믿기지 않는 잔인한 학살을 태연하게 저지르는데 ‘그건 물 한 잔 마시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코카인과 마리화나, 그리고 브라운-브라운이라는 약물에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소년은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아 구조되지만 그 치유과정은 지독한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꿈을 꾸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숲 속에서의 살인행위, 수도꼭지를 틀 때면 시뻘건 피가 쏟아지는 환상, 마약 금단현상에 따른 두통과 불면증, 그리고 자기의 두 손에 잔혹하게 생명을 빼앗긴 자들의 두려움에 가득 찬 눈동자...

살육의 숲에서 풀려난 이스마엘은 자기가 저지른 짓을 감당하지 못해 차라리 숲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소년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스스로 벗어나기를 기다려주는 일과, “그건 네 탓이 아니야”라는 위로의 말 뿐입니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 오지에서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린 어른들이 벌여놓은 판에 휩쓸려 들어온 소년들이 마약에 취해 총을 난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건 정말 소년들 탓이 아닙니다.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고 영혼이 팔린 어른들 탓입니다.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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