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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불살생 ④

기자명 법보신문

목숨 버릴지언정 살생 않는 게 불살생
살생 쉽게 여기는 현실 개탄스러울 뿐

우리는 사소한 일 일수록 가벼이 여기는 습관이 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절을 찾은 아이들이 절 마당이나 주변에 개미들, 개울가의 올챙이들, 나무에 매미 등을 잡아서 노는 것을 쉽게 본다.

데리고 온 부모님들은 이때가 작은 생명의 소중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인데도 귀찮고 가벼이 여긴 나머지 내버려두어서 끝내는 작은 생명이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만다. 이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좋은 기회인데 말이다. 이런 일이 왜 필요한가? 우리의 악한 마음은 그런 작은 것에서부터 자라기 때문이다.

부처님 당시 때에는 아이들이 아닌 수행자들에게는 이런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어떻게 여겼을까? 두 가지 설화가 있다. 어느 때 비구들이 넓은 광야를 지나다가 도적 때를 만나 입은 옷을 다 빼앗겼다. 한 도적이 말했다. “놓아두면 관가에 알릴 테니 그대로 죽여 버리자.” “아니다. 사람을 죽이면 지옥에 떨어진다. 비구는 풀 한 포기도 죽이지 않는다고 했으니, 풀로 그들의 몸을 묶어 두고 도망가자.”

그들은 비구들을 제각기 얼마의 간격을 두고 풀로 묶어놓고 도망쳤다. 비구들은 낮에는 뜨거운 햇빛에 찌들어 견딜 수 없었고 또 목이 탔으며, 밤이 되면 모기, 파리, 여우, 들새, 올빼미들의 성화에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몸을 빼면 풀이 죽겠고 풀이 죽으면 계를 범하는지라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라도 범할 수 없었다. 그 때 국왕이 시종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왔다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그대들은 모두 건장한 체격으로 힘이 센 듯한데 이게 무슨 까닭인가?”
“예, 매우 연하고 약한 풀을 아주 끊어버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다만 부처님의 계를 지키기 위하여 감히 연약한 풀을 아주 끊어 버리지 못합니다.”

또 어떤 스님이 걸식을 나갔다가 구슬 꿰는 사람 집 앞에 이르렀다. 마침 그 구슬을 꿰는 사람은 임금님의 명령으로 구슬을 뚫고 있었다. 스님이 들어가니 밥을 주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스님이 입은 가사가 구슬이 반사되니 광채가 났다. 옆에서 모이를 주어먹던 거위가 그만 삼켜버렸는데 주인이 나와서 보고 스님께 말했다.

“구슬이 없어졌습니다.”
스님은 사실대로 말하면 곧 거위를 죽일 것이라 생각하고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인은 화를 내면서 스님의 옷을 벗겨 털어보고 입, 귀, 마지막엔 항문 속까지 찾아보았다.
그러나 끝내 나오지 않으니, 이는 반드시 스님이 숨겨 놓은 것이라 하여 작은 방에 가두고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주었다. 그 때 두들겨 맞은 피가 터져 나와 온 방에 낭자하니 거위가 그것을 먹으려고 왔다가 그만 주인의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 스님은 아픈 것도 잊고 주인에게 “거위가 죽었습니까?”라고 물었다.

“지금 거위가 죽고 산 것이 무슨 상관인가?”
“죽었다면 할 말이 있습니다.”
“죽었다.”

비로소 스님은 정신을 가다듬고 염불을 외우면서 전후 사실을 자세히 말했다. 구슬을 꿰는 장인은 너무나 기가 막혀 사과할 겨를도 없이 거위의 배를 갈랐다. 과연 뱃속에서 마니보주가 나왔다. 스님은 “내일이면 똥 속에 묻어나올 것 같아 하지 않았는데 그 놈이 저보다 먼저 죽었군요”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요즈음에 이런 일이 있다면 공경스럽기는커녕 어딘가 한 구석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그러나 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신 때에 사람들의 생명 존중사상은 이렇게 작은 일에도 무심히 지나지 않았다. 부처님이 계신 때이던 아니 계신 때이던 생명의 소중함은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한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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