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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세상이 한 생명임을 아는 것이 참 공부
‘왜 공부를 하는가’ 봉은사 공개 특강

오늘의 강의 주제는 ‘공부를 왜 하는가’입니다. 저는 사물을 바로보기 위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바로보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달이 밝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달이 밝은 것이 아니라 해가 밝게 비추는 것입니다. 수 없이 달을 보면서도 햇빛이 밝게 비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달이 밝다는 생각만 합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해가 달을 비추는 것임을 쉽게 알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생각을 하면서 봐야 사물을 바르게 알 수 있지 단순히 눈으로 본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사물 바로 보기위해 공부해야 

살아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은 물론이며 동물, 식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박테리아도 있습니다. 밖에 나무가 하나 있습니다. 분명히 생명이 있지요.

그런데 나뭇가지를 꺾으며 그 나뭇가지에도 생명이 있을까요. 솜씨 좋은 정원사가 그 가지를 땅에 잘 심으면 정상적인 나무가 될 수도 있지만 제가 심더라도 생명이 있으니 살아날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는 화석 속에서 DNA를 긁어다가 공룡을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화석 속에 생명이 있는 것입니까. 임신한 사람에게는 생명이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우리 세포 하나하나에 생명이 있으니 우리 몸에는 생명이 몇 개나 있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생명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어떤 것, 즉 생명의 정수를 찾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과학자들이 그 생명의 정수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 DNA였습니다. 그러나 DNA는 생명의 정수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생명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이 죽어도 DNA는 그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생명의 정수라면 생명이 갖고 있는 특징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DNA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DNA는 스스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세포 속에 있는 다른 물질들이 함께 얽혔을 때 비로소 역할을 했습니다. 거기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생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입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모여서 함께 해야 생명이 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어떤 것들이 모여서 함께 있을 때 생명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얼마만큼 모여야 생명이 될까요. 그것을 생각해보기 위해 이름을 하나 지었습니다.

‘이것만 다 있으면 생명이 된다’라고 할 수 있는 그 전체. 그 안에 생명이 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그 어떤 집합체에 ‘온생명’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즉 생명은 온생명을 이룰 때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온생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내가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적어 봅시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것이면 된다’ 싶은 것을 다 적어본다면 그것이 온 생명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그 온생명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데도 보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온 생명을 알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 눈에는 온생명이 보이지 않지만 사람보다 높은 눈, 사람보다 한 단계 높은 눈을 가진 어떤 우주인 같은 존재가 있어서 설명을 해 준다면 아주 좋겠어요. 물론 그런 존재를 우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과학의 눈은 이러한 우주인의 눈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일식과 같이 보는 눈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도 과학의 눈으로는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처럼 과학의 눈으로 보면 훨씬 더 잘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과학의 눈을 통해서 우리 생명을 보고자 합니다. 현대 과학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모든 지식의 범위 내에서 우리 생명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40억년 전에 지구가 막 생겼을 때 지구에는 풀 한포기, 개미 한 마리도 없었겠지요. 그런데 40억년이 지난 지금 지구에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날아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이 지구에서 생긴 존재들인데 이처럼 놀라운 존재들이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런 존재들이 생기는 데에는 태양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태양에서 햇빛이 나오고, 뜨거운 곳에서 찬곳으로 에너지가 이동해오면 자유에너지가 생기고 자유에너지가 생기면서 지구상에서는 어떤 질서를 구성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질서, ‘자체촉매적국소질서’라는 작은 질서 하나가 생깁니다. 뒤죽박죽의 지구에서 이 질서를 갖은 하나의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역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물질은 물론 일정 시간 후에 깨어졌지만 깨지기 전에 옆의 물질이 자기와 비슷한 물질이 되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나의 물질이 깨지기 전에 자체촉매적국소질서라는 성질을 가진 또 다른 비슷한 물질이 만들어지는 이런 작용들이 반복됩니다. 그러다 그런 물질이 몇 개 더 모여서 한 단계 더 높은 질서, 자체촉매적기능을 가진 물질이 되고 이것이 또 여러 개로 늘어났습니다. 이것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면서, 약 40억년이 지나니 우리 같은 존재가 됩니다. 우리도 자체촉매적기능을 갖고 있는 국소질서입니다. 

40억년 전에 지구에 왔던 우주인은 ‘생명이 되기 위해서 태양과 지구 이런 것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국소질서가 생겨날 만큼의 풍요로운 물질이 있어야 하고 이것이 현재에 나타나고 있는 이 정도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40억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우리에게 설명해줄 것이고 ‘그것이 너희의 온생명이다’라고 말해줄 것입니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말하면 나 하나가 있기 위해서는 수 많은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인연의 실타래를 다 엮어 놓은 것이 온생명입니다. 모든 생명은 온생명의 몸으로 연결돼 있는 하나의 몸입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곧 온생명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공부를 통해서 알아낸, 내가 어떤 존재인가라는 중요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알아낸 온생명이 지금 건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온생명은 불사의 존재가 아닙니다. 태양이 한번 덮치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온 세상은 병이 든 것 같습니다. 사람의 건강을 살필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체온인데 우리 지구의 평균 온도가 몇 십 년 사이에 올라가서 열이 나고 있습니다. 이미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수 많은 문제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온생명의 혈액이라 할 수 있는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온생명엔 쓰레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처치 못할 쓰레기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온생명의 세포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생물종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학자의 의견에 의하면 1년에 2만7천종씩이 죽어가고 있답니다. 지구에 있는 전체 생물종이 천만에서 1억종 사이라는데 이 추세라면 2천년 안에 모든 생물종이 죽어버릴 것입니다. 

과학눈으로 본 세상은 佛法과 일치 

사실 이러한 모든 것은 지금 우리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아닐질도 모릅니다. 이미 2500년 전 부처님께서도 이것을 깨닫지 않으셨나 합니다. 다만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것과 같이 온생명이라는 단어가 아닌 ‘우리 전체가 한 덩어리로 다 연결 되어 사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개체의 허상에 잡혀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가르침을 지금까지 전해주고 계신 스님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대인들 중에는 그것을 못 알아듣는 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눈으로 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오히려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것을 알려주고 계셨습니다. 우리처럼 근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직접 깨닫지는 못하지만 과학의 눈을 통해서 부처님의 말씀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과학과 부처님의 말씀을 함께 이야기 한다면 훨씬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왜 공부하느냐를 다시 돌려 생각해 본다면 결국은 이런 것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사물이, 생명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고 그것을 제대로 보아야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보이고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눈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사고하고 깊은 이해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공부임을 말씀드리며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강의는 봉은사가 7월 22일 보우당에서 개최한 7월의 공개특강에서 ‘왜 공부를 하는가? -공부도둑 장회익 교수의 참공부 이야기’를 주제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진행한 강의를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장회익 교수는   
1938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원, 서울대학교 물리학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온생명 녹생사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는 『과학과 메타과학』(지식산업사, 1990), 『삶과 온생명』(솔출판사, 1998), 『이분법을 넘어서: 물리학자 장회익과 철학자 최종덕의 통합적 사유를 향한 대화』(한길사, 2007), 『공부도둑-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생각의 나무, 2008)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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