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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75. 도반이란

기자명 법보신문

신의와 정진으로 서로 성숙시켜야 수행자의 참 도반

생각이 깊고 총명하고 성실한
지혜로운 도반을 만났거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마음을 놓고 기꺼이 함께 가라.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사진=한국불교 100년
불가(佛家)에서 도반(道伴)은 참 좋은 말이다. 진리를 찾아 길 떠난 자의 구도(求道)의 길에서 만난 좋은 벗을 우리는 도반이라고 부른다. 부처님 당시부터 좋은 도반의 대표적인 주인공은 사리불(Sāriputta)존자와 목건련(Moggallāna)존자이다. 두 존자는 부처님 교단에 출가하기 전에는 육사외도인 산자야(sañjaya)의 제자였다. 산자야의 사상은 모든 선악인과에 대하여 회의론자이며 불가지론자였다고 한다.

승단 기둥 일군 사리불과 목건련

사리불과 목건련은 같은 스승 밑에 있으면서 생활도 학문도 항상 함께 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자신들이 좀 더 만족할만한 스승을 만나면 서로 알려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두 사람은 우정을 통하여 서로를 성숙시키려는 참으로 보기 드문 귀한 벗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리불은 거리에서 걸식을 하고 있는 석가모니의 제자 마승(馬勝, Assaji)비구를 만났다. 마승비구는 녹야원에서 최초로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다섯 비구 중 마지막으로 깨달음을 얻은 비구로서 위의(威儀)가 단정하기로 유명하다. 『증일아함경』 제자품에는 ‘위의와 용모가 단정하고 걸음걸이가 점잖은 이는 마승비구가 제일’이라고 칭찬하신 글이 있다. 『불본행집경』에 의하면 마승비구는 먼동이 트기 시작할 때, 발우를 들고 가사를 단정히 입고 거룩한 모습으로 차례대로 걸식을 시작했다.

모든 욕망을 떨쳐버리고 고요한 걸음걸이로 성안를 도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필시 석가모니의 제자일 것이라고 칭찬을 하였다. 훗날 지혜제일의 아라한이 된 사리불도 이 거룩한 모습의 마승비구를 보았고 사리불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스승은 누구이며 가르침의 내용은 무엇인가’를 묻자 ‘석가모니의 제자이며 석가모니 스승은 언제나 인연법을 설하여 제자들을 깨닫게 하신다’고 말한다.

곧 ‘모든 것은 인연을 쫓아서 생하고 인연을 쫓아서 멸하니 이와 같이 생멸하는 진리를 나의 스승은 설하고 계시다(諸法從因生 諸法從因滅 如是滅與生 沙門說如是)’라고 일러 주었다. 사리불은 마승비구의 모습과 인연법의 가르침을 듣고서 그 자리에서 ‘열반으로 들어가는 흐름에 참예한 경지’인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성취하였다고 한다. 사리불은 기쁨에 넘쳐서 마음에 큰 감동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인 목건련에게도 약속대로 이 일을 전하고 두 사람은 함께 불교 교단에 귀의하여 석가모니 생존 시에 실질적으로 교단을 이끈 거룩한 제자가 되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야기는 사리불의 감동을 전해 듣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불교교단에 귀의한 두 사람의 신뢰감이다. 도반 사리불이 진리라고 말하는 것에 의심하는 마음 없이 따를 수 있었던 벗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철저한 자신의 수행을 통하여 부처님의 양팔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교단 내에서 해냈다고 한다. 마승비구의 수행자다운 거룩한 모습에 사리불은 감동하였고 사리불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목건련은 벗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으로 선뜻 진리의 길에 따라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이 우정은 일생을 통하여 변함이 없었음을 경전에서 읽을 수 있다. 바로 위의 게송은 사리불과 목건련의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매일 밝아지는 초승달 같은 도반

수행생활에 있어서 위의 사리불과 목건련과 같이 벗, 곧 도반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어느 날 승가라라는 젊은 바라문이 좋은 벗과 나쁜 벗이 어떻게 다른가를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나쁜 벗은 보름이 지난달과 같이 어두움을 더해가고 좋은 벗은 초승달과 같이 사귈수록 밝음을 더해가는 사람이라고 『아함경』에서 말씀하신다.

또한 냄새가 없는 빨라사(Pala-sa) 나뭇잎으로 따가라(Tagara) 향을 묶어 놓으면 그 잎에 좋은 향기가 배는 것처럼 좋은 벗과 사기면 자연히 향기를 내뿜는 사람이 되고, 꾸사(Kusa) 풀잎으로 악취 나는 썩은 생선을 묶으면 썩은 냄새가 배는 것처럼 나쁜 벗과 사귀면 악취가 몸에 배게 된다고 경책하셨다.

벗에는 네 종류의 벗이 있는데, 꽃과 같은 벗, 저울과 같은 벗, 금빛을 발산하는 산(金山)과 같은 벗, 그리고 대지와 같은 벗이 있다. 꽃은 아름다우나 곧 시들어 버리니 영원한 가치를 갖지 못하듯이 좋을 때만 찾아드는 친구를 의미한다. 저울은 무거운 쪽으로 기울 듯이 형편이 좋을 때 모여드는 친구로서 이 둘은 진정한 친구가 되지 못한다. 금빛을 발산하는 금산은 옆에 다가서기만 해도 주위를 환하게 비쳐주니 함께 빛나는 벗이 된다. 대지는 만물을 감싸 안아서 양육하고 보호하여 길러주듯이 진정으로 나를 성숙시키는 벗을 뜻한다. 금산과 같고 대지와 같은 벗을 찾아야 하고 나 역시 이러한 벗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뿐만 아니라, 『증일아함경』에는 이 세상에서 참으로 공경하고 따라가야 할 사람으로 일곱 종류의 사람을 밝히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行慈), 연민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行悲), 다른 이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行喜), 다른 이를 보호하고 감싸주는 사람((行護), 마음을 비우고 집착하지 않는 사람((行空), 부질없는 모양에 걸리지 않는 사람((行無相),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行無願) 등이다. 이 일곱 가지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은 참으로 좋은 벗으로서 우리가 섬기고 공경해야 한다고 부처님은 가르치신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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