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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존재의 소멸은 낯선것 같지만 가장 가까운 일
권력 가진자나 소외된 자 모두 깊이 유념해야

“허공에 숨어도, 바다 속에 숨어도 산중의 굴속에 숨어도 이 세상에서 죽음을 피할 곳은 아무 데도 없다.”『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이다. 그리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호흡 간에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이 자신과는 무관한 듯 도외시하고 있거나 행여 피할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젊은 사람일수록 아직 자신과는 거리가 있는 아주 먼 훗날에 일인 것처럼 여긴다. 그러다보니 이 순간 이곳에서의 삶에 최선을 다해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머뭇대고 미루고 무관심하게 그럭저럭 피동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만일 비구가 죽음의 생각을 많이 닦아 익히면 반드시 복된 이익을 얻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를 토대로 이번 여름 수련법회에는 ‘거듭나기’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순간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삶이 온 우주가 피워낸 한 송이 꽃으로 참으로 은혜롭고 감사한 것인지를 일깨우고 이를 통해 주변의 모든 존재와 아름다운 만남으로 꾸려지는 삶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다행히많은 분들이 다시 자신을 가다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직접 감사를 표하거나 소감문을 적어내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진행은 먼저 종이를 나누어주고 먼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잘한 것 다섯 가지를 적고 다음에 자신이 잘못한 것 다섯 가지를 적게 하고 가족에게 남기는 편지를 쓰게 했다. 그리고 입관 체험을 한 후에는 새 삶을 향한 발원문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잘 잘못을 적은 종이는 자신이 간직하고 발원문은 부처님 전에 올렸다가 통도사 낙관을 찍어 코팅해 회향식 때 본인에게 돌려주어 힘들 때나 흔들릴 때 다시 읽어보며 마음을 다질 수 있도록 했다. 입관 체험을 할 때 처음에는 명상음악을 사용했는데 그보다는 스님이 직접 장엄 염불을 해주는 것과 일정 정도 염하는 흉내를 내주는 것이 훨씬 더 깊이 느꼈다.

글을 작성할 때 보니 잘못은 그렇게 많이 적으면서도 잘한 것을 적는 데는 오래 걸리고 머뭇대면서 아파했다. 그리고 입관 체험 후엔 숙연하고 더러는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지만 반대로 관속에서 너무 편안했다는 분도 계셨다.

이렇듯 죽음, 곧 현 존재의 소멸은 낯선 것 같지만 가장 가까운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죽을 때를 모르는 사람은 살 때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점을 현재 힘을 가진 분들과 현 권력에서 소외된 분들도 깊이 유념했으면 한다.

우리의 생명조차도 영원할 수 없는데 하물며 권력이야 새삼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은데, 영원한 권력자인양 혹은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처럼 현재 자기 쪽으로 맞추어 가려고 한다.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 모두 다음 글을 새겨보았으면 한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나오는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내용의 글이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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