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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것은 스러지며 권력도 예외 아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져 간다. 그대로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는 진리뿐이다. 형체가 있는 물질에서부터 형체가 없는 명예나 권력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모두 변하고 언젠가는 사라져 없어진다.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도 같은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구태여 폴 케네디(Paul Kennedy)의 명저인 『강대국의 성쇠(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를 들출 것도 없이 결코 쇠망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었던 로마제국이라든가 오토만제국도 흔적 없이 사라져 이제는 옛 이야기의 한 토막으로 남아있을 뿐이고, 유니온 잭(Union Jack)이 나부끼는 곳에서는 해가지지 않는다고 호언하던 영국도 이제는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노쇠해진 것을 우리는 산 증거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엄연한 진리에도 불구하고 무명과 탐욕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마치 자기의 경우는 예외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을 쥔 정치인이나 제법 부강하다는 나라들의 행태 가운데 그런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것은 손에 들어오기가 바쁘게 흔들리고 변하여 결국은 남의 손에 넘어가고, 부강하다는 나라도 한 때 떵떵거리다가 앞서 간 여러 나라들의 전철(前轍)을 밟아 쇠망의 길에 들어서고 만다.

13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티베트의 망명지도자 달라이라마의 국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관련국들에게 그의 입국을 거부하도록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베트남 정부는 1966년 베트남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한 세계적인 명상가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바트나(Bat Nha) 사원을 폐쇄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베트남을 방문해 강연회를 가진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정부는 달라이라마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법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입국을 허가해야 하고, 특히 중국은 베트남이 자신의 귀국을 허가했듯이 달라이라마가 티베트에 갈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빌미삼아 중국이 베트남에 대해 틱낫한 스님에게 동조하는 사원의 폐쇄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것이 자연스런 생각이다.

한편, 티베트의 망명정부가 있고 달라이라마께서 주석하시는 인도 다람살라에는 어린 나이에 2000년 1월 눈 덮인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던 티베트불교 까규파의 수장인 17대 까르마파가 머물고 있다. 그런데, 인도정부는 신변안전을 이유로 그를 사실상의 연금상태에 두고, 해외여행은 물론 다람살라에서에서조차 철저하게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머리에 두고 중국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 달라이라마의 후계설이 나돌기까지 하는 그를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성사되지 않고 있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회자(膾炙)되고 있으니 알만한 일이다.

증일아함의 『사의단품(四意斷品)』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어느 날 프라세자짓왕의 궁전에 가시는 길에 그 문간에 낡아 부서진 수례가 버려져 있는 것을 보시고 아난다 존자에게 “지금 보는 저 수례도 옛날에는 매우 아름다웠다.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낡고 부서져 다시는 쓸데없이 되었다. 이와 같이 바깥 물건도 낡고 부서지거늘 하물며 안의 것이겠느냐?”라고 말씀하시어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져 가는 것임을 분명히 하셨다. 사람들, 특히 권세 있는 사람이나 부강을 누리는 나라는 마땅히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는 엄연한 진리, 오직 알 수 없는 것은 그 사라지는 시기일 뿐이라는 것을 깊이 새겨 오만과 집착의 늪에서 벗어나도록 힘쓸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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