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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78. 즐거운 일

기자명 법보신문

악업에서 벗어남이 최상의 즐거움

늙도록 계율을 지키는 일 즐겁고
믿음 뿌리 깊게 내리는 일 즐겁다
밝은 지혜를 얻는 일 즐겁고
온갖 나쁜 일 벗어남도 즐겁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앞의 게송에 이어서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은 또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기로 하자. 부처님께서는 태어난 자는 반드시 늙어 가고 병들고 죽어간다고 생로병사를 설하셨다. 이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우리의 삶이며 진리로서 받아들이도록 가르치셨다. 이러한 생로병사의 과정을 걸으면서 늙음에 이르도록 타성에 젖어 있거나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젊었을 때의 수행력과 정신력을 그대로 이어서 계정혜삼학(戒定慧三學)을 닦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학, 곧 수행자가 일생을 통하여 익혀야할 세 가지 배움이란, 항상 계율을 지켜서 청정한 삶을 유지하고, 선정수행으로 언제나 마음의 고요함을 지키며, 불꽃같은 지혜로서 자신을 밝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야 말로 참다운 즐거움이 된다는 말씀이다.

우리는 성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일생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식과 기술을 익혀서 부와 명예를 얻는 것도 배움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노년에 이르도록 끊임없이 배우는 자만이 세상의 지도자가 되며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배움은 모든 가치 중에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사람은 물론이며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배움을 통하여 자신의 제2의 삶을 가꾸어나가게 된다.

배움은 삶을 바꾸는 출발점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배움의 소중함으로 3학을 말씀하셨다. 3학의 첫째는 계학(戒學)이다. 3귀의계와 5계, 8관재계와 10선계 및 보살계를 통해서 올바른 삶을 지켜가라는 가르침이다. 계학의 근본이 되는 것은 5계이다. 모든 생명을 자비로서 보살피고, 다른 이의 노력을 착취하지 말며, 남녀의 사귐에서 깨끗함을 근본으로 하고, 거짓을 물리치고 진실함을 지키며, 깨어 있는 맑은 정신의 소유자가 되라는 것이 5계이다. 3학의 두 번째는 혼탁하고 어지러운 일상에서 편안함과 고요함을 지켜가는 수행을 배우고 익히는 일이다.

이는 정학(定學), 곧 선정(禪定)을 의미한다. 서양의 선정적(煽情的)인 문물이 흘러들어오면서 무위자연에 순응함이나 고요함 속에서 명상에 잠기는 일 등의 동양정신은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정도로 여기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는 음악 하나만 보더라도 소음에 가까운 멜로디로 5감에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어디에도 고요함의 명상이 깃들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감정과 욕망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우리는 먼저 마음의 고요함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선정을 배우고 몸소 실천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3학의 마지막은 혜학(慧學)이다. 항상 지혜로운 삶을 지켜가는 일이다. 지혜는 진리를 체득하는 일로서 동서고금의 성현의 가르침을 읽고 외우며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성현의 가르침이 마음속에 담겨있으면 자연히 지혜가 샘솟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가 아니라 성현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실천해 나아가기 때문에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서 진리의 길에 들어설 수가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지혜로운 삶을 향한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이렇게 3학을 배워 익히고 더 나아가서 진리에 대하여 깊은 믿음의 뿌리를 내리면 이제는 더 이상 허상에 사로잡히거나 부질없는 것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진리에 대한 믿음, 그리고 참다운 가르침에 대한 깊은 믿음 속에 스승에 대한 존경의 염이 더해진다면 이 사람은 이미 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이 자신의 빛을 발산하고 모두를 밝게 비추어준다.

찬란한 달빛 속에 모든 것이 눈부시게 빛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밝은 빛 속에 모두가 빛나듯 진리의 빛 속에 우리가 젖어 들 수만 있다면 온갖 나쁜 악업으로부터 자연히 벗어나게 된다. 결국 부처님께서는 온갖 악업으로부터 벗어남을 최상의 즐거움으로 결론을 내리고 계시는 것이다.

삼학 익혀 탐욕 줄여야

세상에는 온갖 악행이 만연해 있다. 가진 자가 자신의 부의 축적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의 것을 착취한다면 이는 선업을 행하는 세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악업은 이미 가득 퍼져 있음에도 모두가 예삿일처럼 보아 넘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한 쪽에서는 직장을 잃고 극심한 가난 속에서 가족이 처참하게 울부짖는데, 또 한편에서는 축포를 터트리고 거리축제를 벌이고 있다. 남의 아픔을 우리는 너무나 별것 아닌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쳐버리고 만다.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것이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3학을 배운 지혜로 미래를 예견하고 지금부터 자신의 탐욕을 줄이도록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이의 넉넉한 삶을 통하여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 부처님의 출가동기의 하나가 자신은 왕자로서 이렇게 안락한데 농부의 삶은 왜 땡볕아래서 고통에 찌들어야 하는가의 불평등의 문제였다고 한다.

신이 있어서 만든 세상치고는 너무나 평등하지 못하다. 이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우리 스스로 남을 배려하고 평등한 삶을 살아가도록 마음을 다스릴 때가 왔다. 온갖 악행에서 벗어남이 참으로 즐거움임을 모두가 깨달아야 할 때가 이르렀다. 그래서 각자가 조금씩 덜 가짐으로서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세상을 가꾸어가도록 노력할 때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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