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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불교 최초] 56. 출판사(出版社)

기자명 법보신문

1912년 백교회통 펴낸 ‘조선불교월보사’

조선불교유신론은 1913년 불교서관서 발행
순수 출판사 최초는 1921년 설립 삼장역회

 
1913년 불교서관서 발행한 조선불교유신론.

‘책이나 잡지 등의 인쇄물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출판사(出版社)는 종교의 문서포교(선교)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출판사가 1886년에 설립된 가톨릭출판사인 데서 알 수 있듯, 종교계는 근대출판의 선구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출판사의 역사는 1884년 세워진 광인사로부터 시작된다. 광인사는 1884년 일본에서 납활자를 수입해 근대 한국최초의 출판물인 『충효경집주합벽』을 비롯해 『농정신편』, 『농정촬요』등 새로운 문화를 알리는데 필요한 서적들을 출판했다. 광인사에 이어 1886년 설립된 가톨릭출판사는 『성경』을 간행했고, 1890년에는 개신교 출판사인 조선성교서외(현 대한기독교서회)가 문을 열어 기독교 전파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신라시대에 이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만들어 냈을 만큼 출판의 역사가 오래된 불교계에서 출판사의 시작은 가톨릭이나 개신교보다도 한참이나 늦은 뒤였다.

물론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간경도감이 있어 불서를 발간했고, 특히 조선 세조시대(1455~1468)에는 불교서적을 집중적으로 간행해 『금강경』, 『법화경』, 『능엄경』 등의 경전을 언문으로 출판했으나, 이는 정부의 기관이었지 불교 출판사는 아니었다.

근대 자료에서 불서를 출판한 곳으로 처음 등장하는 이름은 1905년 『불설아미타경』언해를 내놓은 연사(蓮社)다. 연사는 1908년 이원석이 번역한 『금강반야바라밀경』을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출판물은 납활자본이 아니라 석판으로 언해본을 영인한 것이어서 출판물로 보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사는 출판사로 인정받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중앙포교당도 ‘귀원정종’ 등 발간

 
유신론의 발행소, 가격 등이 나타나 있다.

이어 1912년 대창서원에서 현공렴 저서의 『석가여래전』이 간행됐으나, 대창서원은 불교출판사가 아니라 일반출판사이면서 불교서적을 출판한 근현대 초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불교출판물을 펴낸 최초의 불교출판사는 1912년 이능화의 『백교회통』을 발간한 조선불교월보사라고 할 수 있다. 1912년 설립된 조선불교월보사는 당시 잡지를 발행하면서 출판사 업무를 함께 병행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13년 불교서관에서 『조선불교유신론』을 간행했고, 중앙포교원에서도 『팔상록』, 『귀원정종』등의 불서를 펴냈다.

이처럼 191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불서를 출판한 몇몇 불교출판사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어떤 곳이 먼저 만들어졌는지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사료가 부족해 불교 최초의 출판사를 ‘조선불교월보사’로 단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나, 불교출판물을 근거로 따져볼 때 조선불교월보사 이전에 제대로 된 불교 출판물을 발간한 출판사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제대로 된 출판물은 책이 활판이나 납판으로 인쇄되었으며 출판사의 이름이 명확하게 표기된 것. 또 가격이 표시돼 있고 판매활동을 한 책을 공식적으로 출판사의 출판물이다. 이같은 전제조건에서 볼 때 백교회통을 펴낸 조선불교월보사가 최초의 불교출판사에 근접해 있다.

 
백용성이 1913년 지은 귀원정종.

그리고 불교출판사가 생겨나기 시작한 초기에 발간된 책 가운데 오늘날까지도 잘 알려진 것은 1913년에 나란히 출판된 만해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과 백용성의 『귀원정종』이다. 불교서관이 간행한 『조선불교유신론』은 잘 알려진 것처럼 만해 한용운이 불교의 교리는 물론 승단의 제도와 의식, 사찰의 조직, 승려의 취처 문제에 이르기까지 서론을 포함해서 모두 17장으로 이루어진 각 항목마다 당시의 한국불교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다. 낡은 습관을 새로운 세대에 맞도록 고치는 것이 바로 개혁임을 역설한 책이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리고 중앙포교원에서 발행한 『귀원정종』은 백용성 스님의 저서로 ‘근원은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귀원정종』은 유학자들의 불교비판과 기독교도들의 불교 비방에 반론하고 동시에 불교를 이해시키기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 권 안에 상곀歐퓽막�분류해 편집했다. 상권에서는 ‘불교도들은 삼강오륜의 인륜을 섬기지 않는다’는 주자학자들의 비판을 비롯해 ‘불교는 허무적멸의 가르침’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 등 30개 항목을 가려 뽑아 그 부당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 하권에서는 ‘불살생의 계율은 평등과 자비의 정신이다’, ‘지옥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불보살의 수행방법’ 등 34개 항목을 선별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불교출판사는 순수하게 책을 출판하기보다는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유지돼 왔다. 최초의 출판사라고 할 수 있는 조선불교월보사는 잡지 발행을 병행했고, 중앙포교원은 말 그대로 대중포교에 뜻을 두고 도심에 문을 연 포교당의 역할이 먼저였다. 또 불교서관은 서점과 출판을 병행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서적과 불교용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기도 했다.

 
귀원정종은 중앙포교당에서 발행했다.

따라서 순수하게 출판에만 역점을 둔 출판사는 백용성 스님이 설립한 삼장역회(三藏譯會)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삼장역회는 백용성 스님이 불교포교와 경전의 한글화를 목표로 1921년 8월에 설립했다. 용성 스님은 삼장역회를 통해 18년간 『심조만유론(1921)』, 『팔상록(1922)』, 『조선글 화엄경(1928)』, 『수능엄경』, 『원각경』, 『선문촬요』, 『금강경』, 『천수경』 등 17종 29권에 달하는 불서를 간행했다.

이어 1930년대 들어 친일행보로 일관한 김태흡(김대은)이 경영한 불교시보사(佛敎時報社)가 불교 최초의 신문인 「불교시보」를 매월 정기적으로 간행하면서 출판사 일을 겸해 단행본을 펴냈다. 이때 펴낸 단행본이 『보덕각시 연기』, 『부처님 말씀』, 『육조단경』, 『불교의 입문』, 『천수심경』, 『불교정전』, 『불법연구회요람』등이었다.

1930년대 만상회도 출판활동 활발

그리고 안진호 스님이 설립한 만상회(卍商會)가 불교출판사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현재까지도 불교의식의 교본으로 일컬어지는 저 유명한 책 『석문의범』이 바로 1935년 만상회에서 발간됐다. 만상회는 1944년까지 10여 년 동안 『석문의범』외에도 『정선치문』, 『석가여래십지행록』, 『신편 팔상록』, 『목련경』,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 『영험실록』, 『현수제승법수』, 『불조삼경』 등 무려 39종의 불서를 간행했다. 매년 4종의 불서를 펴낸 셈이어서 당시 출판환경에서는 상당히 활발한 출판 활동이었다.

그러나 당시 출판사는 대부분 영세한데다 불교 출판시장도 좁아 책은 대부분 초판 200부에서 300부 인쇄에 그치고 말았다. 해방 이후 한동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불교출판은 1960년대 초 법보원(法寶院)이 출범하면서 명맥을 이었다. 불교경전의 한글화와 대중화에 관심을 가졌던 강석주 스님이 주도해서 만든 법보원은 1961년 설립된 이래 최초의 『불교사전』을 간행한데 이어 『열반경』, 『법화경』, 『육조단경』 등을 한글본으로 간행하는데 주력했다. 또한 『대승기신론필삭기(1961)』,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1962)』, 『고려국보조선사어록(1963)』 등 1972년까지 30여종의 불서를 간행했다.

또한 법보원이 왕성하게 출판활동을 하면서 1960년대 후반 들어 원음각(1966), 보련각(1968), 불서보급사(1968), 홍법원(1968) 등의 출판사가 문을 열었다. 1960년대 후반 설립된 이들 출판사는 1970년대 후반까지 출판활동을 주도하면서 특정계층이 아닌 보다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불교출판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음각은 당시 불교계 안팎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던 이기영의 『원효사상』, 서경수의 『세속의 길 열반의 길』 등을 연이어 출판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보련각은 경전과 강원교재의 영인본 출간에 매진했다. 또 홍법원은 『불교교리문답』, 『고승법어집』 등을 출판하면서 대중적 불서출판의 시대를 열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어 1980년을 전후한 시점에서 전문화된 불교출판사가 나타난다. 1979년 월간잡지 「불광」을 간행하면서 부설로 설립한 불광출판부를 시작으로 1980년 문을 연 민족사와 경서원이 그 주인공이다.

1980년대는 출판사 전문화 시대

 
중앙포교당이 1913년 발행한 팔상록.

불광출판부는 광덕 스님의 저서는 물론 『바라밀 총서』를 비롯해 신행과 선 관련 단행본을 내놓으며 전문화된 출판의 모습을 보였고, 경서원은 영세한 자본에도 불구하고 학술관련 불서 발간에 주력했다. 그리고 민족사는 1980년대에 외국불서 번역 출판의 장을 열었다. 민족사는 설립 이후 발간한 『교단일기』, 『불교의 사회사상』등 두 권의 단행본이 ‘판금’조치를 당하면서 일본불교학계의 불교연구서를 영인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축적한 해외 도서정보를 활용해 번역 출판의 길을 열었고,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외국불서를 번역 출판한 것이 무려 80종을 넘어 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민족사의 활약에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후 불일출판사(1984), 대원정사(1987), 장경각(1987), 우리출판사(1988), 불교시대사(1990), 효림(1992), 불지사(1992) 등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불교출판사의 역량도 확대됐다. 그리고 1989년에는 이들 출판사에서 만들어내는 불교서적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총판회사 운주사가 문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불교출판사의 증가와 함께 호황을 맞는 듯 하던 불교출판시장은 1998년 IMF 한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으면서 30여 개에 달하던 불교전문출판사 중 30% 정도가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불교출판사는 예나 지금이나 몇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며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출판의 질적인 면에서 만큼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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